“감독님 메시지, 우리부터 잘 이해해야”···김경문 감독이 한화에 가져온 것은 ‘베테랑 야구’가 아니다

김경문 한화 감독. 연합뉴스

안치홍(34·한화)은 “매일 1루 글러브 끼고 있다보니 (2루) 글러브가 너무 작아서, 내가 이걸 어떻게 잡았었지 할 정도로 어색했다”고 했다. 지난 4일 수원 KT전에서 2루수로 선발 출전한 뒤였다.

안치홍은 세 차례(2011·2017·2018년 )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리그 대표 2루수지만 올해 한화 입단 뒤 1루수와 지명타자로만 출전했다. 외부에서 예상했던, 기존 젊은 내야수들의 견제나 2루수 경쟁 자체가 없었다. 김경문 감독이 취임한 뒤 첫 경기였던 이날 한화에서 처음 2루수로 나선 안치홍은 그 뒤 지명타자 혹은 2루수로만 출전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원정에서는 공격 중심의 라인업을 짜겠다”며 최소한 원정경기에서는 2루수 안치홍과 우익수 채은성 체제를 선언했다. 뒤지면 9회말 방어할 기회가 없는 원정에서는 공격력 좋은 타자 한 명이라도 라인업에 더 넣어야 하니 기존 1루와 지명타자에서 겹치던 안치홍과 채은성을 전공 포지션으로 돌려보내 떼어놓는 것이다. 채은성 역시 지난해 한화 입성 이후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출전해왔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지난 4일 수원 KT전에서 안치홍이 득점하고 들어오자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가 ‘빅머니’를 투자해 영입한 자유계약선수(FA)들의 수비를 활용하지 못한 이유는 애매하게 종료된 리빌딩의 결과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주전을 꾸리고 있던 한화는 공격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FA 채은성과 안치홍을 영입했고 기존의 젊은 선수들과 포지션이 중복되자 1루수와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전임 최원호 감독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남긴 젊은 팀을 어쩔 수 없이 끌고가면서 성적을 내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신임 김경문 감독은 다르다. 그룹과 구단이 실패했다고 선언한 그간의 한화 야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꿀 권한을 가졌다. 취임식에서부터 베테랑들을 중용하겠다고 강조했고 포지션 재배치에서부터 그 색깔을 드러냈다.

선배를 이겨야 주전으로 설 수 있는 보통의 팀들과 달리, 한화의 젊은 주전들은 FA 선배가 와도 경쟁을 딱히 거치지 않고 주전으로 남을 수 있는 구조였다. 팀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화로 온 김경문 감독이 베테랑 선수들을 강조한 핵심 배경이기도 하다. 후배들보다 분위기 파악이 빠른 고참들을 중심으로, 한화 선수들은 “감독님의 메시지를 선수들이 잘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누구든 어느 자리든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보여줘 우리도 믿음을 드려야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승리 뒤 류현진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불펜도 비슷하다. 구위 좋은 투수는 많지만 안정된 투수는 거의 없는 필승계투조는 한화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불펜 자원의 한계가 있다. 그 이상의 보강이나 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김경문 감독은 “불펜은 믿고 가야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존 투수들에게 믿음을 싣고 밀고 나가면서 “장민재 같은 베테랑 투수를 많이 활용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믿음의 야구’와 ‘뚝심의 야구’는 과거 두산과 NC, 그리고 국가대표 사령탑을 지내는 동안 김경문 감독의 상징이었다. 한화에 오자마자, 공교롭게 외국인 타자 페라자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그 과정에서 출전 기회를 얻은 젊은 2루수 황영묵이 잘 치자 일단 믿음을 실어주는 융통성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이 한화를 바꾸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한 선수단 운영 방침의 기본은 확실하다. 단순히 베테랑들을 중용하기 위한 야구가 아니다. 현재의 한화는 ‘믿음’과 ‘경쟁’이 동시에 필요한 팀이기 때문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