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 세계에서 휴전 압박...유엔까지 합세

유엔 안보리, 가자지구 3단계 휴전 촉구 결의안 가결
美가 제시한 휴전안...하마스는 환영
이스라엘의 동의 여부는 불분명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휴전을 촉구하는 미국 대표의 연설을 듣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249일 동안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미국뿐만 아니라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에서 휴전 압박을 받게 됐다. 이스라엘과 싸우는 하마스는 휴전 논의를 환영하면서도 영구적으로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 외신들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0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이 제안한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날 투표에서 안보리 15개국 가운데 기권한 러시아를 제외한 14개국이 찬성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올해 초부터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의 중재로 휴전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3단계 휴전안을 제시하고 양측의 수용을 압박했다. 그는 1단계로 6주 동안 이스라엘군 부분 철수 및 일부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언급한 뒤, 2단계에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와 남은 인질 석방을 주장했다. 3단계에는 가자지구 재건과 시신 송환이 시작된다. 결의안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가 협상 내용을 지체하지 않고 조건 없이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엔 미 대표부의 네이트 에번스 대변인은 9일 성명에서 안보리에 바이든의 휴전안이 담긴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고 알렸다. 그는 "이번 결의안은 인질 석방과 함께 완전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에번스는 "이스라엘은 이 제안을 수용했다"며 "안보리 이사국들은 이 기회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며 한목소리로 지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번 결의안 채택 이후 "안보리는 하마스에 휴전 협상안을 받아들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이미 협상안에 찬성했고, 하마스도 찬성한다면 싸움은 오늘이라도 멈출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하마스는 성명에서 "안보리 결의에 포함된 내용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결의안은 가자지구의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철수, 포로 교환, 재건, (주민들의) 쫓겨난 주거 지역으로 복귀, 가자지구의 인구통계적 변화나 영역 축소 거부, 우리 주민에 필요한 구호품 전달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주민과 저항 운동의 요구와 일관된" 원칙들을 이행하기 위한 간접 협상에 관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에서 기권한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대사는 이스라엘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찬성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의안 투표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단순히 이번 결의안이 아랍권의 지지를 받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회의에서 3단계 휴전안 찬성 여부를 확실하게 밝히지 않았다.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표부의 레우트 샤피르 벤 나프탈리 조정관은 "이스라엘은 인질을 석방하고 하마스의 군사·통치 능력을 파괴하며 향후 가자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전쟁 종식을 막고 있는 것은 오직 하마스뿐"이라고 덧붙였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회의에 참석해 표결 과정을 지켜봤지만 정작 이스라엘 발언 순서에서는 자리를 비웠다.

일단 미국은 이스라엘의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휴전을 강조하고 있다.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8번째로 중동을 찾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0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났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은 이날 회동에서 바이든의 3단계 휴전안을 다시 언급하고 미국과 세계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이든의 휴전안이 레바논과 접한 이스라엘 북부를 안정시키고 이스라엘과 역내 국가들의 관계 개선을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