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없는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표절 반박…반응은
그룹 아일릿의 소속사 빌리프랩(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을 약 28분 분량의 영상으로 반박했다. 아일릿은 데뷔 당시 '하이브 막내딸'로 주목받았는데, 해당 영상에는 하이브 수장이자 이들을 프로듀싱했던 방시혁 의장은 등장하지 않았다.
빌리프랩은 지난 10일 임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해당 계정에 대해 빌리프랩은 "특정 이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만들어진 임시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공개된 첫 영상은 표절과 관련한 건이었다. 민 대표가 '아일릿이 뉴진스를 베꼈다'고 주장한 데 따른 반박을 담은 것이다.
영상에는 아일릿을 담당했던 여러 빌리프랩 관계자들이 등장했다. 김태호 빌리프랩 대표, 최윤혁 부대표, 이가준 헤드 오브 오퍼레이션, 허세련 비주얼 디렉터, 명상우 퍼포먼스 디렉터, 전응준 IP 전문 변호사 등이다.
김태호 대표는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아일릿을 언급한 것과 관련 "아티스트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언급을 최소화해야 했다. 그런 식의 주장은 좌표를 찍는 거다. 본인을 지지하고 본인의 생각에 동의하는 아이돌 팬들에게 아일릿을 비난하고 욕하라고 지시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민 대표 측이 이의 제기를 하며 보냈던 메일을 공개했다. 해당 메일에서 어도어는 "마케팅, 등장 방식, 크레딧 표기 방식 등 뉴진스의 것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대표는 "특정한 콘셉트에서 성공한 선배 뒤에 데뷔하는 팀들이 가져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뉴진스를 만들었던 민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이 했던 것과 유사성을 찾아내고, 베낀 거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전혀 그런 바가 없다"고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짭'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돈을 쓰는 투자자는 제정신은 아닐 것"이라며 "뉴진스를 의식한 데뷔 계획이었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일릿을 기획할 당시 만들었다는 '브랜드 전략 걸그룹 기획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우리만의 포지셔닝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NOT 뉴진스', 'NOT 블랙핑크', 'NOT 아이브'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김 대표는 "뉴진스는 10대들의 이야기를 하는 팀이라는 생각보다는 90년대 말, Y2K 이런 거에 노스탤지어(향수)를 갖고 있는 세대들에게 조금 더 사랑을 많이 받는 그런 팀이라는 생각을 저는 좀 했다. 그리고 아일릿은 반대로 반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굉장히 댕댕이(멍멍이) 같은 친구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콘셉트를 갖고 기획한 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세련 비주얼 디렉터는 "한동안 걸코어라는 게 패션 드렌드였다. 벌룬 스커트나 공주풍의 의상을 귀여운 스타일로 재해석한 거다. 귀여운 아이템에 쿨한 스니커즈나 워커 등 스트릿 풍의 아이템을 같이 믹스했다. 패션 쪽에서는 아일릿코어라고 이름을 붙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슈퍼와 리얼 버전을 같이 봐야 아일릿이 데뷔 앨범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한가지 콘셉트의 일부 사진이 유사하다는 사실만으로 전체 콘셉트가 부정되는 듯한 느낌이 많이 안타까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미 국내에서 탑티어라고 인정 받고 있는 분들이 많이 참여해 줬다. 근데 한 사람만의 입으로 아류라고 평가되는 게 사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어떤 기준으로 아류가 되는 건지, 누가 기준을 만드는 건지, 또 아류의 기준은 무엇인지"라며 답답해했다.
명상우 퍼포먼스 디렉터 역시 "굉장히 유명한 안무가 분들을 섭외해서 안무를 부탁드릴 때는 한 10가지 정도의 디렉션을 드린다. 그 내용에 있어서 뉴진스라는 이름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사하다고 지적 받고 있는 안무에 대해 뉴진스와 비교하며 디테일을 짚으며 해명했다.
전응준 IP전문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보면 표절이라는 것은 저작권 침해이거나 부정경쟁방지법이라는 법이 있는데 부정경쟁 행위거나 이런 것들을 지칭하게 된다"면서 "이 건에서 사실관계를 잘 판단해 보면 저작권 침해 요소, 즉 양 저작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든지 이런 부분은 없다고 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경쟁 관점에서도 부정경쟁 행위의 가장 중요한 징표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지 여부가 가장 핵심적인데 과연 이 사건에서 그런 사실관계가 있는지 매우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영상에 방시혁 의장은 등장하지 않았다. 방 의장은 아일릿의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고, 아일릿은 데뷔 당시 '하이브 막내딸'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홍보됐던 바다. '방시혁 지원사격'이라는 타이틀 아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영상에서는 김 대표가 "아일릿의 제작자라고 하면 저를 이야기하는 게 된다"고 강조하며 등장했다.
어도어 사태와 관련해 방 의장은 말을 아끼고 있는 중이다. 민 대표가 사적으로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하면서 그가 보낸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라는 메시지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떠돌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다.
현재까지 방 의장의 입장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가 유일하다. 그는 탄원서를 통해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는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창작자로서 제 개인의 꿈에 그치지 않는다. K팝이 영속 가능한 산업이 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창작자가 더 좋은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K팝이 지난 시간 동안 쉼 없이 성장한 동력이었다"고 했다.
이어 "민희진 씨의 행동에 대해 멀티레이블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라도 악의를 막을 순 없다.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악행이 사회 질서를 망가뜨리지 않도록 하는 게 사회 시스템의 저력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일릿 표절 해명 영상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해당 영상에는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여부를 떠나서? 그걸 왜 안 따지냐", "애초에 표절 논란은 민희진이 띄운 게 아니고 대중이 띄운 거다", "진정으로 표절 아닌 걸 증명하고 싶다면 기획단계의 콘티나 구상한 스케치, 참고한 이미지 정도는 들고와서 반박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빌리프랩의 입장 영상 너무 놀랍다. 해명은 커녕 사태를 악화일로로 치닫게 하는 내용"이라며 "이건 대중과 기 싸움하겠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어리석게 자사 아티스트를 사지로 몰아넣나. 안 하느니만 못한 발표"라고 직격했다.
김도헌 평론가도 "빌리프랩 영상 정말 최악이다"라는 평을 남겼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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