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동의’ 없는 가해자 ‘신상 폭로’…유튜브는 책임 없나 [플랫]

플랫팀 기자 2024. 6. 11. 10: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브 채널들이 피해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영상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법적으로 유튜버 개인에게 보도 윤리를 묻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가 피해자 보호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사안을 방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는 10일 자신의 채널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받게 됐다”며 “하지만 계속 영상은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방심위는 해당 채널의 불법성 여부를 검토해 심의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방심위는 정보통신망법을 근거로 불법정보와 유해정보를 심의하고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시정요구에 강제성이 없어 유튜브는 영상 삭제 요구를 받더라도 자체 판단에 따라 최종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이미지컷 unsplash

앞서 나락보관소는 지난 1일부터 가해자 신상공개 영상을 게시하고 삭제하길 반복했다. 또다른 유튜브 채널 ‘판슥’은 피해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사건 판결문 전문을 공개했다가 피해자 가족의 입장문이 올라온 뒤 영상을 삭제했다. 이들은 모두 유사 언론 행세를 했지만 보도윤리강령이나 책임 소재에서는 벗어나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내용의 영상을 앞세워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랫]유튜버식 ‘정의 구현’… 피해자 동의 없이 ‘폭로’ 되고, ‘언론’은 기름 부었다

유튜버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가 제도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플랫폼 사업자인 유튜브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유튜브는 스팸 및 기만 행위, 민감한 콘텐츠,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콘텐츠, 규제 상품, 잘못된 정보를 담은 콘텐츠는 삭제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밀양 성폭행 사건 관련 영상들도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있지만 유튜브는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유튜브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자체적으로 정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하고 성실하게 이행할 사회적 책무를 갖고 있다”며 “특히 이번 사건은 성범죄 피해자와 직접적으로 관련됐기 때문에 본인들이 명시한 가이드라인 항목을 즉각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은 “이번 사건처럼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유튜브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자체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당장 조치를 취하길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사적제재가 유튜브를 통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만큼 유튜브 가이드라인이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을 보강하거나 피해자의 신고가 들어가면 빠르게 반영하는 등의 조치를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사이버 렉카’에 판을 깔아준 #유튜브도_공범이다

📌[플랫]“사람 죽이는 제품 만들어”…‘아동 성 착취’에 고개 숙인 SNS 경영자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온라인의 부정적 이슈에 관한 영상을 제작해 이익을 챙기는 사람) 부작용이 논란이 될 때마다 유튜브의 규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반복돼왔다. 2021년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정치인 자녀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개인정보를 폭로했지만 유튜브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이버 렉카들이 피해자 보호보다 금전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유튜브는 이를 자양분 삼아 비즈니스를 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수년째 유지되는 것”이라며 “사적제재와 사이버 렉카 등이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튜브를 압박하지 않는 이상 부작용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더욱 강력한 자율규제를 도모할 수 있도록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사무처장은 “유튜브 유해 콘텐츠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일차적으론 유튜브가 이미 존재하는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나아가 콘텐츠 이용자, 생산자, 플랫폼 운영자가 함께 참여하는 논의 구조에서 규제 방안을 찾는 ‘공공적 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김송이 기자 songyi@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