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원서에 ‘부하 책임’ 적시한 임성근…“군인은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

이혜영 기자 2024. 6. 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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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인 임 전 사단장, 경찰에 ‘부하 선처’ 요구하는 탄원서 제출
포병7대대장 변호인 “자신의 무죄 전제로 한 ‘고도의 계책’” 비판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5월14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22시간 넘는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으로 수사 받고 있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공동 피의자인 부하들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며 거듭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부하들이 '의욕' 또는 '과실'로 작전 지침을 잘못 이해해 채 상병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취지다. 사고 전 '수중 수색' 위험성을 알렸던 포7대대장 측은 "탄원서 제출이 아닌 법적 책임을 먼저 받으라"며 반발했다.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은 전날 오전 SNS 메신저를 통해 경북경찰청 관계자에게 탄원서를 전하고 동일한 내용의 문서를 우편으로 발송했다.

임 전 사단장은 탄원서에서 "이 사건 처리 결과는 향후 한국군의 미래와 국가 안보에 상상을 초월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만일 이번에 군 작전 활동에 참여한 제 부하들을 형사처벌 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이들 개개인의 삶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 작전 활동 중에 발생한 일로 군인을 형사 처벌할 경우 군인은 형사 처벌 가능성을 들어 작전 수행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며 "제 부하들의 형사책임 유무를 따짐에는 반드시 군과 군 작전활동의 특수성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며 "경찰과 군대가 다른 점은 군대는 죽으라는 지시를 해도 따라야 하지만 경찰은 자신이 피해받는 상황에서 자기 구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사단장은 탄원서에 채 상병 사망의 책임과 사고 원인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주장도 담았다.  

그는 "포병대대 선임대대장인 포11대대장이 포병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욕에서 작전대상 지역을 자의적으로 확대한 작전 지침을 전파한 것"이라고 기술했다. 이와 함께 "포7대대장은 의욕 또는 과실로 이 작전 지침을 오해해 작전 대상 지역이 수변에 국한됨에도 허리까지인 경우에는 수중도 포함된다고 오판해 부하들에게 하천 본류까지 들어가 작전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도 했다. 

부하인 포11대대장과 포7대대장의 오판으로 채 상병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며 자신은 무리한 수중 수색을 지시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다시 한번 되풀이한 것이다. 

4월22일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 출두한 해병대 제1사단 제7포병 대대장과 김경호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고 당시 수중 수색 위험성을 알렸고, 수사 과정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포7대대장의 변호인은 임 전 사단장의 탄원서 제출을 비판하며 '고도의 계책'이라고 평가했다. 

포7대대장의 법률 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결국 자신은 무죄임을 전제로 현장 지휘관 포병 대대장들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는 의미라면 탄원서 제출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먼저 받으라고 강조하고 싶다"고 일갈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의 탄원서가 기본적인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원서 제출자는 기본적으로 제3자여야 하는데, 임 전 사단장은 이 사건 주요 핵심 피의자"라고 짚었다. 이어 "최초 혐의자 8명 중 자신의 도덕적·법적 책임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지휘관은 포병 7대대장 뿐이고, 포병 11대대장도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이라며 "자신의 무죄 주장을 하는 포병 11대대장까지 유죄를 전제로 제출하는 탄원서는 법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전 사단장이)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이후 최종 현장 지휘관 포병 대대장들만 혐의자로 적시한 판단을 공고히 하려는 고도의 계책으로 보이나 이 또한 이미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가 '최초 판단은 임 전 사단장 혐의자 판단을 하였으나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국방부 검찰단장의 강압으로 국방부 장관 앞에서 수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이상, 시기적으로 매우 늦은 뒷북 계책"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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