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900승···주중, 잠실에서 쓰여질 또 다른 ‘MOON 스토리’
윤은용 기자 2024. 6. 11. 10:30
지난주 KBO리그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인물은 누가 뭐래도 김경문 한화 감독이었다. 지난 3일 취임식을 갖고 4일부터 한화를 지휘하기 시작한 김 감독은 KT 원정 3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기세를 올렸으나 이후 홈으로 돌아와 NC와 3연전에서 1무2패로 주춤하며 극과 극의 한 주를 보냈다.
한화는 11~13일 두산 원정 3연전을 시작으로 다시 숨가쁜 순위 레이스에 돌입한다. 두산과의 3연전은, 김 감독에게 있어 여러모로 의미가 큰 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인연, 두산을 만나는 김경문
두산은 야구인으로써 김 감독의 ‘출발점’과도 같은 곳이다.
김 감독은 1982년 두산의 전신인 OB에서 포수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1989년까지 OB에서 뛰고 태평양으로 트레이드돼 잠시 1년간 뛰었다가 1991년 OB로 돌아와 그 해를 끝으로 은퇴했다.
이후 삼성의 1~2군 배터리코치를 거쳐 1998년부터 두산의 배터리코치를 역임한 김 감독은 2004년 감독으로 데뷔하며 본격적인 감독의 길을 걷게 됐다.
NC의 창단 감독으로도 족적을 남겼지만, 역시 김 감독의 황금기는 두산 시절이었다. 김 감독은 2004년부터 2011년 6월 물러날 때까지 두산에서만 정규시즌 960경기에서 512승(16무432패)을 챙겼다. 6번이나 두산을 가을야구로 이끌었고, 2005년과 2007~2008년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올렸다. 유일한 흠이라면,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5년에는 삼성을 만나 패했고, 2007~2008년에는 SK(현 SSG)에 왕좌를 내줬다.
NC와의 3연전을 통해 코치-선수, 감독-코치로 오랜 기간을 함께 보냈던 강인권 NC 감독과 치열한 맞대결을 벌였던 김 감독은 이제 두산과의 3연전을 통해 또 다른 ‘사제지간’ 맞대결을 벌인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의 주역들, 이젠 적으로
현 두산의 사령탑은 이승엽 감독이다. 김 감독과 이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 사상 최고의 업적을 함께 이룬 특별한 사이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김 감독은 이 감독을 4번 타자로 기용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예선리그 내내 부진하며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그 화살 중 일부가 김 감독에게로 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 번 기회를 주면 끝까지 믿는 ‘뚝심’이 트레이드마크인 김 감독은 이 감독을 끝까지 신뢰했다. 그리고 이 감독은 일본과의 4강전 첫 세 타석에서 삼진, 병살타,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으나 2-2로 팽팽히 맞선 8회말 1사 1루에서 일본의 마무리 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당시 김 감독은 이 감독과 진한 포옹을 했고, 이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 도중 눈물을 펑펑 쏟는 장면은 큰 화제가 됐다. 이 감독은 그 여세를 몰아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결승 투런홈런을 쏘아올리며 ‘9전 전승’ 금메달 신화의 기쁨을 함께 했다.
당시 금메달 신화의 주역 중 하나였던 류현진과 한화에서 재회한 김 감독은 이제 또 다른 주역인 이 감독과 치열한 두뇌 싸움을 예고한다. 두산은 현재 선두 LG에 1.5경기 뒤진 3위를 달리고 있다. 언제든지 선두로 등극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6위 NC에 2.5경기 뒤진 7위에 올라있는 한화는 8위 롯데에 0.5경기 차로 쫓기고 있어 두산과 3연전 결과가 중요하다. 사적인 반가움은 잠시 접어둘 때다.
KBO 역대 6번째 900승 감독, 두산을 상대로?
오랜 시간 감독 생활을 해온 김 감독은 4일 KT전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 멈춰있던 ‘승리 시계’를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 한화 감독 부임 전 896승에 머물러있던 시계는, KT전 3연승으로 899승까지 이동했다.
이제 1승만 더하면 김 감독은 김응용(1554승), 김성근(1388승), 김인식(978승),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에 이어 역대 6번째 900승 감독이 된다.
당초 NC와 주말 홈 3연전을 통해 900승 고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김 감독은 예상치 못하게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무2패에 그치면서, 900승 달성을 이번주로 미뤘다. 자신이 선수, 코치, 감독으로 활약했던 두산을 상대로 900승 고지를 밟는다면, 그 또한 김 감독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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