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삼천리자전거 회장, 최대 1000% 고배당으로 ‘돈잔치’
계열사 적자지만 일감 몰아주기 통해 성장한 지엘앤코는 고배당 논란
(시사저널=이석 기자)
김석환 삼천리자전거그룹 회장은 대를 이어 자전거 사업 외길을 걸어온 경영인으로 알려져 왔다. 문어발 확장에 집착하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승계가 하나의 관행처럼 자리 잡은 재계에 큰 귀감이 돼왔다. 하지만 '김석환 회장표' 경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여행 등 계열사들이 적자에 허덕였지만, 김 회장은 계열사의 지원을 받은 개인회사를 통해 최대 1000%의 고배당을 타갔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시곗바늘을 2017년으로 되돌려보자. 이전까지만 해도 삼천리자전거그룹의 지배구조는 김 회장이 상장사인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여행을 지배하는 단순한 구조였다. 김 회장은 2017년 9월 참좋은여행의 자전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참좋은레져(현 지엘앤코)를 설립했다. 이후 김 회장이 지엘앤코 지분 73%를 보유하고, 지엘앤코가 다시 삼천리자전거 최대주주(32.59%)로 올라서면서 지배구조가 바뀌게 된다. 김 회장의 개인회사 격인 지엘앤코가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오르게 된 것이다.
김석환 회장의 화려한 '주테크' 비밀
하지만 상장사인 참좋은여행을 물적분할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통상적으로 물적분할은 사업부의 효율적 경영과 전문화된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진행된다. 때문에 기존 주주가 분할된 회사의 지분을 동일하게 승계받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존속회사가 분할된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되는 게 보통이다. 2022년 1월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후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한 LG에너지솔루션을 두고 뒷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물적분할을 할 경우 모기업의 지배력은 강해지지만 모회사의 주식을 가진 개인주주들로선 그만큼 주식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쪼개기 상장 당시 소액주주들은 물론이고 금융권과 정치권에서도 물적분할에 대한 개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계열사와의 '빅딜'을 통해 지엘앤코의 지분 72.6%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지앤코의 모회사였던 참좋은여행의 지분은 27.4%에 불과했다. 물론 물적분할 첫해만 해도 지엘앤코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와 자금 지원을 통해 지엘앤코의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됐다. 삼천리자전거와 참좋은여행의 차입금 연대보증 및 대출 한도 약정과 함께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회장은 2019년 11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배당률만 600%로 그해 영업이익(9억7000만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되는 사실은 그해 헝가리 유람선 사고가 터졌다는 점이다. 헝가리 수도인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주로 탑승한 유람선이 전복되면서 25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대부분 참좋은여행의 패키지 투어에 참가했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참좋은여행의 그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5%와 45% 감소했다. 같은 시기 삼천리자전거의 영업이익 역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의 고배당을 두고 뒷말이 예상된다.
이듬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엘앤코의 배당률은 800%로 상승했다. 2021년에는 배당률이 1000%를 기록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높은 배당률이다. 문제는 이때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신음하던 시기였다는 점이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 기간에 참좋은여행의 영업적자 역시 120억원에서 187억원으로 확대됐다. 당연히 주주배당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엘앤코에 대한 계열사의 대출이나 차입금 등 지급보증은 오히려 이어졌다. 심지어 2020년에는 참좋은여행이 보유 중이던 지엘앤코 지분 27.4%마저 자기주식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지엘앤코가 현금배당을 할수록 김 회장의 배당금 액수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알짜 회사인 지엘앤코 지분을 매각한 참좋은여행은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 된다. 최악의 경우 김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참좋은여행 소액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지적이다.
김 회장 측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
경영 전문가들은 지분을 거래할 당시 경영진이 지위를 이용해 내부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오너 일가들이 충분히 이사회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재계 현실이다. 참좋은여행이 오너 일가 회사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두 회사 주주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린 만큼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 "비지배주주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니만큼 관련 법이나 규정을 손봐서라도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고배당 논란을 배임·횡령 혐의로 현재 경찰이 조사 중인 사건과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김 회장은 2007년에도 삼천리자전거의 인적분할을 통해 참좋은레져(현 참좋은여행)를 설립했다. 이후 마케팅이나 자본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참좋은레져를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편법으로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이렇게 성장해 주가가 오른 회사 지분 전량을 다시 삼천리자전거에 매각해 300억원 규모의 개인자금을 챙기고 회사에는 그만큼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2022년 "최근 급성장한 지엘앤코의 영업이익에 비례해 배당금을 얻은 것"이라고 고배당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물적분할한 회사의 지분을 취득한 경위 등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사저널의 해명 요구에도 회사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문의 주신 많은 사항은 전문가 자문을 받은 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만큼 자의적인 해석을 지양해 달라"면서도 "일부 문의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니만큼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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