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받은 시신으로 유료 해부 강의… 의사단체 "명백한 불법"

▲ 해부학 강의를 연 업체 A사의 웹사이트 화면 캡처

의사 단체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비의료인을 상대로 유료 해부학 강의를 연 민간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은 운동 지도자를 대상으로 의학 강의를 제공하는 A사를 전날 시체해부법 위반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했다.

공의모는 “해당 회사는 ‘국내 최초의 핸즈온 강의’로 홍보했는데, ‘핸즈온’이라는 용어는 ‘직접 해보는’을 의미해 그 자체로 불법”이라며 “특히 수강생들이 시신을 직접 만지고 심지어 메스로 아킬레스건을 절개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체를 취급할 때 시신과 유족에 대한 정중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시체해부법 17조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의학 발전을 위해 숭고한 뜻으로 시신을 기증한 고인과 유족들에 대한 예우를 지키기 위해 고발했다”고 밝혔다.

현행 시체해부법은 ‘관련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 또는 ‘의과대학의 해부학·병리학·법의학 교수가 직접 해부하거나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자신의 지도하에 해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A사는 가톨릭 의대 소속 해부학 박사가 실습을 진행하면 수강자가 참관해 인체 구조를 직접 보는 강의를 열어 논란이 일었다.

강의는 9시간 동안 진행되며 수강료는 6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웹 사이트 화면에 ‘카데바 클래스는 무조건 프레시 카데바(Fresh Cadaver)로 진행됩니다’ 등의 설명을 올려 논란이 불거졌다.

프레시 카데바란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아 살아있을 때와 비슷한 상태인 해부용 시신을 말한다.

다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법상 해부 자격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해당 강의 참관 자격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위법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연구를 위해 기증된 시신이 비의료인 대상 강의에 활용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A사의 해부학 강의 광고는 현재 웹 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