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권용' 당헌 개정 두고 시끌…'친명' 김영진도 "굳이 지금 왜"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출마 1년 전 당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에 예외를 두는 등의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위한 '맞춤형 개정'이라는 오해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친명(친이재명) 핵심 측근 그룹 '7인회' 소속인 김영진 의원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11일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이 의결된 것에 대해 "당 내 국회의원들, 당원들, 그리고 다른 목소리에 대한 충분한 의사수렴이 없이 급하고 과하게 의결된 상황이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연 이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주의적이었나, 최고위원들이 위임된 권력의 범위 내에서 과연 결정을 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라며 "(최고위원들이) 임의로 결정한 사안들은 없는지에 대해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장 후보와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도록 한 것과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지도부 인사의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도록 한 개정 내용 두 가지 모두 비판했다.
김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 20% 반영'에 대해 "국회의원은 당원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경선에서) 민주당의 후보로 선출된 이후 민주당만으로 당선되신 건은 아니지 않나"라며 "그 국회의원은 민주당원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표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장이 전체 국민을 대표해 나가면서 일해야 되는데 일부 당원의 눈치만 보고 강한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다 보면 과연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도 했다.
당 대표 임기 관련 조항에 대해서도 "참외밭에서 신발 바꿔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고쳐 쓰지 마라, 이런 말이 있는 것이다. (개정이 필요한) 시기가 오면 (그 때)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지금 이 시기가 원 구성을 중심으로 여야 간에 협상을 진행하고 또 윤석열 정부가 민생, 외교, 안보, 대단히 긴급한 사안들이 많은데 굳이 내무반에서 일을 가지고 논쟁을 하면서 내무반의 갈등을 키워가나"라고 했다.
김 의원은 또한 오해의 소지를 줄이려면 해당 조항의 적용 대상에서 이 대표는 제외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만을 위해 민주당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선 후보가 누구일지는 (개정된 당헌·당규에 따른 당 대표 사퇴 시점인) 2026년 9월까지 가봐야 아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 마음속으로 (대선의 꿈을) 품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공정하지 않게 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4선 중진 출신 우상호 전 의원 역시 지난 10일 오후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치라는 건 그걸 고치려고 했을 때 시기 상 오해를 살 소지들이 있다"며 "굳이 안 건드려도 되는 조항을 그리고 민주당에서 가장 예민한 조항 중의 하나인 것을 굳이 왜 손을 대나"라며 이 같이 말했다.
우 전 의원은 "아직 이재명 대표가 연임 결정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이 이재명 대표를 위한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어쨌든 우리가 배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매지 말라 하는 것은 과도한 오해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했다.
우 전 의원은 "지금 제가 볼 때는 이재명 대표에 맞서 싸울 유력한 대권후보도 없어 보이는데 굳이 왜 이런 지적을 받나. 이런 것들이 제가 볼 때는 조금 서툴렀다 이렇게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저는 지혜롭지 못했다, 이렇게 본다"며 "당무위원회에서 활발한 토론을 통해 재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규 개정안은 12일 당무위원회 의결로,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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