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4명 중 1명 아프리카인”…가장 젊은 대륙에 기회는 올까
지난해 아프리카 인구, 중국·인도 추월
중위연령 19살…출산율, 세계 평균 2배
청년층 급증 ‘청년지진’, 성장의 원동력
2023년은 세계 인구의 메가트렌드를 보여주는 두 가지 기록이 나온 해다.
하나는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된 것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인도 인구는 지난해 4월 14억2500만명을 기점으로 중국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세계 인구 그래프에서 아프리카 인구의 골든크로스(상향 돌파)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프리카 인구는 14억6천만명으로 14억2천만~14억3천만명대의 인도와 중국을 모두 추월했다.
현재 아프리카 54개국 인구는 한 해 3천만명 이상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인도 인구는 한 해 1천만명 늘어나는 정도이고, 중국 인구는 감소 국면에 들어섰다. 이는 세계 인구의 중심축이 동아시아에서 남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 아프리카는 현생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의 고향이다. 약 30만년 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현생 인류는 이후 몇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가장 최근의 아프리카 탈출 사건은 7만~5만년 전 동부 아프리카 해안지대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한다.
7만4천년 전 인도네시아의 토바 화산 대폭발을 포함해 극심한 기후변화 사건을 겪으며 한때 멸종 위기까지 몰렸던 호모 사피엔스는 산업화와 함께 20세기 들어 급증세를 타기 시작했다. 1900년 20억명이던 세계 인구는 지금 80억명을 넘어섰다. 100여 년 만에 4배가 늘었다. 폭발적 인구 증가세를 주도한 곳은 아시아 대륙이다.
유엔은 세계 인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 늘어나 2050년 약 100억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향후 인구 흐름의 주축은 아시아가 아니라 아프리카다.
대륙별로 큰 차이가 나는 출산율이 이를 예고해 준다. 아프리카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4.31명으로, 세계 평균 2.3명의 약 두 배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한다.
유엔 전망에 따르면 아프리카 인구는 다음 25년 동안 지금의 거의 2배인 25억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늘어나는 세계 인구 10명 중 6명은 아프리카 출생자다. 2040년대에는 세계의 어린이 5명 중 2명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난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이 아프리카인이다.
가장 오랜 터전이 가장 젊은 대륙으로
15~24살 청년층으로 범위를 좁히면 아프리카 인구의 비중은 3명 중 1명으로 더 높아진다. 영국 런던의 아프리카연구소 에드워드 페이스 소장은 아프리카의 청년 인구 급증을 ‘청년지진’(Youthquake)이라고 표현한다.
현재 아프리카인의 중위 연령은 19살이다. 전 세계 평균보다 10살 이상이 어리다. 중위 연령이 40대인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에 비하면 절반이나 더 젊다. 인류의 가장 오랜 삶의 터전이 가장 젊은 대륙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격이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1~5위(니제르, 우간다, 앙골라, 말리, 차드)가 모두 아프리카 국가다. 이들 나라의 중위 연령은 15~17살에 불과하다. 젊은 아프리카는 향후 10년 안에 중국과 인도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노동력을 갖게 된다.
젊은 아프리카의 중심은 사하라 이남 지역이다. 사하라 이남지역 인구의 42%가 15살 미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발표한 지역경제 보고서에서 2050년에는 전 세계 노동자 5명 중 1명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일 것으로 예상했다. 사하라 이남 지역의 인구는 향후 25년 동안 10억에서 20억으로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세계 인구 증가 예상 규모의 절반에 이른다.
광물에서 태양광까지…아프리카 대륙의 잠재력
젊음은 성장의 원동력이다. 아프리카로 옮겨가는 인구의 축은 아프리카 대륙의 잠재력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르카토르도법 세계 지도에선 왜소해 보이지만, 아프리카는 실제론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대륙이다. 대륙 면적이 3036만㎢로,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20%에 해당한다. 중국, 유럽연합, 인도, 미국을 합친 것보다 크다.
또 아프리카 하면 으레 척박한 사막을 먼저 떠올리지만, 아시아보다 큰 열대우림을 갖고 있다. 광물 자원도 다양하고 풍부하다. 2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 쓰이는 값비싼 광물 생산의 중심지가 아프리카다. 예컨대 세계 백금의 90%, 크롬의 80%, 망간의 60%, 코발트의 50%가 매장돼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더욱 눈여겨볼 것은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의 잠재력이다. 전 세계 태양 에너지 자원의 60%가 아프리카에 몰려 있다. 건조한 기후로 인해 적도를 중심으로 일 년 내내 강한 햇빛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특히 사막이나 초원으로 인구 밀도가 낮아 태양광발전소 건설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미래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도 값싸게 생산할 수 있다.
부족한 기반시설이 혁신의 장벽 낮춰
국제 사회가 잇따라 아프리카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도 이런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해 유럽연합, 일본, 인도, 러시아, 튀르키예, 남미 등은 이미 정기적으로 아프리카국가들과 정상회담을 열어 아프리카에서 기회를 잡으려 하고 있다. 아프리카국가연합(ANU)은 지난해 세계 주요 20개국 회의체인 G20의 정회원이 됐다. 미국 덴버대 외교학 프로그램(Diplometrics Program)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아프리카 국가에 새로 개설된 대사관이 약 400개에 이른다. 이달 초 한국도 올해 처음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인구의 힘은 어디까지나 잠재력이다. 아직은 경제가 급격한 인구 증가세를 수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매달 최대 100만명의 아프리카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만 정식 일자리를 얻는 사람은 4명 중 1명 미만이다. 산업화가 가장 잘 돼 있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실업률도 30%가 넘는다.
그러나 기존 산업 기반이 부족한 현실은 오히려 디지털, 모바일을 축으로 하는 혁신을 수월하게 해줄 수 있다. 변화를 가로막는 기득권 산업이 없어 미래 기술을 빨리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프리카에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줄 수 있다. 예컨대 기존 통신, 금융 시스템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선 이미 모바일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결제의 3분의 2가 아프리카에서 이뤄지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혁신의 잠재력은 현실이 될 수도, 그대로 사장될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4월에 발표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망 보고서에서 생산가능인구 비율 증가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인구배당효과(demographic dividend)를 누리려면 교육 부문 투자를 강조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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