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AI 시대 '고소득자'의 조건은? "수능성적보다는…"
<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성적도 좋으면 좋겠지만 성격이 좋은 친구가 주변에서 인기가 많잖아요. 실제로 분석해 봤더니 이른바 사회성이 좋은 사람들이 직업적으로도 대우를 잘 받고 있다고요?
<기자>
"나중에 잘 사는 거 꼭 성적순 아니더라" 그런 얘기 직장인들끼리 많이 하는데요. 통계적으로 사실이었습니다.
2007년 당시 만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 1만 200여 명을 대상으로 이후 14년에 걸쳐서 실시한 추적 조사 청년패널조사를 한국은행 연구진이 심층분석한 결과입니다.
당시 청년들의 수능 성적을 일단 봤고요.
그들의 사회적 기술, 흔히 말하는 사교성이나 적극성 같은 건 설문조사를 통해 물어봤던 걸 수치화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친구 관계는 좋았는지, 동아리 활동 같은데 적극적이었는지, 이런 걸 파악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들의 2020년까지의 임금 수준을 함께 봤더니 사회성이 좋았던 학생들일수록 나중에 좀 더 돈을 잘 더 버는 사람이 되는 경향이 분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얼마나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능력이 좋고 친화력이 있는 사람인가, 한국은행 연구진이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사회성 수준을 수치화해서 분류해 본 결과 사회성이 한 단계 더 높은 사람일 때 임금은 5.1%가량 높아지는 효과가 보였다는 겁니다.
<앵커>
보통은 그래도 공부 잘했던 사람들이 더 잘살게 되더라, 이런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기자>
통념대로이기는 합니다. 아직은 성적이 더 중요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 좀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되는 경향은 요새 점점 더 커지는 반면에 공부를 잘한 사람들이 좋은 대우를 받게 되는 경향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분석을 2007년에서 15년까지로 좁히면 사회성이 한 단계 더 높아질 때 임금은 4.4% 더 많아지는데 그친 반면에 2016년부터 20년 사이에는 5.9% 더 많아지는 걸로 증가했습니다.
반면에 수학능력시험 성적순으로, 그러니까 전통적인 의미의 똑똑한 사람 인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이라고 봤을 때 인지적 능력이 한 단계 더 높아질 때 2007년부터 15년 사이에는 임금 수준이 10.9% 더 높아지는 경향이 보였습니다.
사회성보다 성적 좋았던 게 좀 더 고소득이 되는데 영향이 더 크긴 하다는 거죠.
그런데 2016년에서 2020년 사이로 오면 이게 9.3%로 낮아집니다.
여전히 학교 성적이 중요하지만 추세를 보면 그 중요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경향은 의미 있게 나타났다는 겁니다.
100대 기업들이 얘기해 온 인재상의 변화 추이도 이런 분석 결과를 뒷받침합니다.
100대 기업이 사람을 뽑을 때 바라는 일곱 가지 능력 중에서 2008년만 해도 전문성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이 되면 전문성은 일곱 가지 중 6위로 내려앉습니다.
반면에 소통과 협력을 잘하는 사람인지가 세 번째로 중요하게 보는 항목으로 올라섭니다.
<앵커>
요즘 직업에 대한 얘기를 해 보면 인공지능을 빼놓을 수가 없잖아요. 이 인공지능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소통 능력이 더 중요해질 거다. 이런 연구가 있네요.
<기자>
이 표는 직업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요.
AI, 산업용 로봇, 그리고 소프트웨어들 그런 것들로 얼마나 대체되기 쉬운 유형인가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이 지난 2020년에 분석해 본 건데요.
그냥 딱 봐도 네 번째 줄에 있는 기호들만 모두 0 아래 왼쪽에 있습니다.
이 직업 유형이 AI로든, 로봇으로든, 소프트웨어로든 제일 대체되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바로 일이 반복적이지 않고, 대화능력 대화기술이 중요한 일들입니다.
지적인 능력 중에서도 친화력, 협상력, 설득력 같은 것들은 딱 규칙화시키기 어려운 능력이라서 AI가 대체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반면에 지금까지 우리가 보통 "저 사람 똑똑해" 할 때 얘기하는 자질, 인간의 분석력이 중요한 일은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이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표나게 높습니다.
실제로 사회성이 좋은 사람들에게 유리한 일자리가 14년 전에는 우리 사회에서 49%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56%까지 늘어난 걸로도 추산됐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AI의 발전과 함께 더욱 가속화될 분위기라는 전망입니다.
[한지우/한국은행 조사역 : 2017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미국 노동시장에서 사회적 능력이 필요한 직업 비중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능력을 갖춘 근로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았으며 최근 이런 임금 보상이 더욱 증가했음을 밝혀냈습니다. AI 등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적 능력이 노동시장에서 중요해지고 있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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