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 색깔이 아이 생명 좌우”…子 ‘○○’ ·女 ‘□□’ 최악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2024. 6. 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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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 여름도 ‘찜통’이 될 거라는 예보다. 더위를 식히려 물놀이 인구가 많아질 터. 스스로 제 한 몸 간수하기 어려운 어린 자녀를 뒀다면 수영복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수영복 색깔에 따라 물속에서의 가시성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위급상황 때 도움을 받으려면 눈에 잘 띄는 색상의 수영복이 유리하다.

“아이의 수영복 색상은 물속에서의 가시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익사 방지에 매우 중요하다. 물과 대비가 명확한 밝은 계열의 색상은 눈에 확 띄어, 응급 상황에서 부모나 구조대원이 아이를 빠르게 찾을 수 있게 해 준다”고 미국라이프가드협회(ALA) 보건안전 이사 버나드 피셔가 9일(현지시각) CNN에 말했다.

사진=얼라이브 솔루션스.

“사람들은 물이나 주변 풀과 섞일 수 있는 담청색(밝은 청색), 회색 또는 초록색 수영복을 피해야 한다. 형광노랑(네온 옐로), 주황(오렌지), 분홍(핑크), 선홍색(밝은 빨강) 같은 밝고 대비가 뚜렷한 색상을 추천한다”라고 피셔 이사가 덧붙였다.

ALA 대변인이자 현직 라이프가드인 와이어트 웨르네스는 공공안전 측면에서 수영복 색상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밝은 색상의 옷은 우리가 ‘게임 체인저’로서 확인한 것이다. 물이나 주변 환경과 같은 색상의 옷을 입고 있다면 그 안으로 섞여 들어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해변이나 수영장에서 실종 어린이를 찾을 때도 밝은 색 계열의 수영복을 입고 있으면 수색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물 안전 관련 회사인 ‘얼라이브 솔루션스’(Alive Solutions)는 두 차례의 실험을 통해 특정 수영복 색상이 일반 수영장이나 호수 같은 개방된 곳에서 더 잘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14가지 색상을 대상으로 독립적으로 수행한 실험 결과는 피어리뷰 저널(동료 연구자들의 다면·심층 평가를 거친 후 게재하는 학술지)에 실리지는 않았다.

사진=얼라이브 솔루션스.

회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소유주인 나탈리 리빙스턴은 “물은 공기를 통해 보는 것과 다르다. 수면의 아주 작은 흔들림, 반사광으로 인한 눈부심이나 수중 움직임조차도 물체와 사람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수영복이나 옷의 색상에 따라 물속에서의 가시성이 증가하거나 감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5년 이상 라이프가드로 활동한 리빙스턴은 수영장에서 자신의 아이를 지켜보다 어둡거나 파스텔 색상의 수영복을 입은 경우 물속의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경험을 살려 2019년부터 작년까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바닥이 밝은 색상인 수영장에선 네온 핑크와 네온 오렌지가 가장 잘 보인 반면 어두운 색상은 바닥과 대비는 됐지만 종종 그림자, 잎사귀 또는 먼지로 오인될 수 있었으며 흰색과 연한 파란색(하늘색) 수영복은 주목도가 낮고 수영장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엷은색이나 파란색은 환한 점 또는 구름 반사로 보이거나 환경과 완전히 섞이는 경향이 있다” 밝혔다.

약 45cm 깊이의 호수에서 시험 한 결과 네온 오렌지, 노랑, 녹색 등 밝은 네온 색상(네온사인처럼 강렬한 빛을 내는 명도 100%에 가까운 선명한 색. 형광색으로도 표현)이 호수 바닥과 대비되어 가장 잘 보였으며 흰색은 빛을 반사해 어느 정도 보였지만 형광색만큼은 아니었다고 리빙스턴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모든 환경에서 형광색의 가시성이 가장 높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라이프가드로 일할 때를 떠올리며 효과적인 감독이 없으며 수영복 색상은 무의미하겠지만 밝은 색상의 수영복을 입은 아이가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어 익사사고를 막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영복 색깔은 안전에 있어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밝은 색상의 수영복이 비상 상황에서 물 속 아이를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형광 수영복을 입은 아이가 익사 사건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는 ‘실제 증거’는 없다고 에모리 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응급의학과 교수 마네샤 아가르왈 박사가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는 안전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수영 능력을 갖추는 것, 즉 수영 수업을 받는 것이며 더불어 아이가 물에 있을 때 부모나 지정된 어른이 아이를 세심히 지켜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가르왈 박사는 영화에서의 묘사(크게 물을 튀기며 소리를 질러 도움 요청)와 달리 실제 익사 사건은 조용하고 빠르게 일어난다며 “익사하는 아이는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대개 얼굴을 수면 밖으로 유지하려 애를 쓸 것이기 때문에 얼굴이 물 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완전히 물에 잠기기까지 30~60초밖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켜보는 사람 없이 아이 혼자 물에 들어가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가 정식 수영 강습을 받으면 익사 위험을 88% 낮출 수 있다고 빅 블루 수영 학교(Big Blue Swim School)의 설립자겸 회장인 크리스 드종이 말했다. 그는 형광색 수영복은 아이들이 수영장 안팎에서 더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여러 단계중 하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익사에 대한 보호 방안 중 하나로 수영 강습을 권장하며 1세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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