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신종자본증권, 어떤 상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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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다 높은 수익, 주식보다 안정적
경제면 기사에서 이런 내용을 봤다고 해보자. “발행 금리는 연 5.69%이고 만기는 30년이지만 5년 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월 이자 지급 방식으로 매월 지급된다.” 여기서 콜옵션이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되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만기인 30년을 채우지 않고 5년 후에 원금을 상환하겠다는 것이므로 실질적인 만기는 5년짜리 상품인 셈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시점 5년 뒤 콜옵션 조건이 붙는 게 일반적이어서 액면상의 만기가 매우 길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이자 지급 주기는 대개 1개월 또는 3개월이고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므로 정기적인 이자소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유용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은행 예적금이나 회사채보다 금리를 더 주면서까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일까? 기업 측에선 회계상으로 부채가 아닌 자본을 유입시킨 것으로, 우선주를 발행하는 것보다 절차가 간단한 등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자는 부채가 아닌 자본이기에 발행사가 부실해지거나 자칫 파산하면 이자는 물론 원금도 받지 못하는 위험성을 안게 된다. 그렇기에 오히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발행하기가 어렵다. 실제로도 신용도가 높아 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금융사들이 주로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의 재무 안정성 등이 의심될 때 투자자가 먼저 원금을 상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 또한 없다. 이런 부분들을 고려해볼 때 기본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땐 반드시 기업의 신용도를 살펴보고 결정해야 하는 상품이다.
신종자본증권이 주식과 채권의 중간 형태를 보인다는 것은 콜옵션이 행사될 때까지 계속 이자를 받을 수도 있고, 중간에 증권사를 통해 주식처럼 매매해 현금화화할 수도 있어서다. 올해 하반기쯤에 기준금리가 하락한다면 채권 가격이 오르게 된다. 이를 이용해 신종자본증권 매매로 인한 시세 차익을 누릴 수도 있다. 매매 차익에 대해선 비과세를 적용한다. 이처럼 채권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는 채권은 만기에 받을 돈이 고정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는 정도만 인지하고 있어도 된다.
만일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신용평가사가 매기는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등 발행 기업의 신뢰도가 타격을 입어 이후 자본조달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은행예금이나 회사채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한 데 따른 고금리 부담도 고려해야 하므로 웬만큼 어려움에 빠진 것이 아닌 한 콜옵션을 행사한다. 완판을 위해 ‘스텝업’ 조건을 붙이는 상품들도 출시된다. 5년 후 콜옵션 행사를 잠시 미루는 것이 낫다고 판단될 경우를 대비해 투자자들이 좀 더 참고 기다릴 수 있게 다음 콜 행사를 할 때까지 금리를 더 높여주겠다는 약속이지만 사실상 스텝업은 큰 의미가 없다.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거나 못 한다면 그로 인해 입게 될 타격을 고려해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이란 낮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투자자는 여러 변수를 사전에 고려해야 하기에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 여윳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올해 들어 상장·비상장 기업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총 6조원 규모에 달하며 하반기에도 발행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금리 기반 상품이므로 향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보자.
기획 : 하은정 기자 | 글 : 조혜경(경제 칼럼니스트)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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