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서 사라진 ‘미스터 블랙’을 찾아라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6. 1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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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블랙을 찾아라.

다른 세계로부터 온듯한 물건과 화면 가장자리에 몸을 던진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 눈앞에 보인다.

관람객이 상상력으로 그림 밖의 세계를 채워넣어야하는 독특한 전시가 찾아왔다.

'이터널 리턴_블랙'은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따온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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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갤러리 차혜림 개인전
차혜림 개인전 전경. 프랑스어로 ‘우리는 승선했다’라 적힌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고 있다. [피비갤러리]
미스터 블랙을 찾아라. 다른 세계로부터 온듯한 물건과 화면 가장자리에 몸을 던진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 눈앞에 보인다. 이 남자를 유추하게 하는 조각난 단서만 눈에 보인다. 녹색 침대의 주름을 펴는 남자, 작업실에서 얼굴을 가린 남자, 담을 뛰어넘는 여자가 그림 속에 있다. 반쯤 열린 여행가방과 ‘우리는 승선했다’라는 프랑스어가 적힌 네온사인, 부드러운 인조퍼로 만들어진 다이빙대 구조물도 한가운데 놓였다.

관람객이 상상력으로 그림 밖의 세계를 채워넣어야하는 독특한 전시가 찾아왔다. 서울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5일부터 7월 20일까지 차혜림(45)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터널 리턴_블랙’은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따온 제목이다. 4월 아트페어 아트오앤오에서도 솔로 부스를 열어 많은 인기를 얻었던 작가가 피비갤러리에서 여는 첫 전시다.

작가는 자신이 창작한 소설을 기반으로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매체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동시대 미디어와 연결된 커뮤니티, 사회, 개인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흥미로운 서사를 전시 공간 전체를 통해 펼쳐보인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 공간에는 관찰자, 동조자, 행위자 역할을 하는 세 종류의 인물이 등장한다. 사건 주변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떠도는 이들을 통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인공 ‘블랙’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차혜림은 “뒷모습과 사라지는 곳에는 무언가가 남는다. 사라짐의 축적은 역사가 되고, 이야기가 된다”라고 작가노트를 썼다.

아무리 골똘히 작품들을 들여다봐도 블랙의 정체는 점점 더 오리무중이 된다. 피비갤러리는 “실종자 그 자체의 본질과는 멀어지고 무성한 소문만이 남아있는 아이러니한 이 전시의 내용은 화면 프레임 밖의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 채, 누군가에 의해 재단된 일부만을 바라볼 뿐인 현실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Interpathy_9 개의 움직이는 산 [피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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