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프로바이오틱스, 라벨과 다른 유산균 어쩌나

김명지 기자 2024. 6. 1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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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소아제약, 동화약품 라벨과 다른 유산균 사용 적발
“단순 실수, 위험하지 않다”지만 소비자는 찜찜
유산균 유전체 검사 활성화로 소비자 신뢰 얻어야
인간의 장에서 공생하는 다양한 세균들이 컬러로 표현된 현미경 사진. 프로바이오틱스는 몸에 이로운 장내 세균을 먹는 제품으로 만든 것이다./Eye of Science

#.함소아제약은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회사가 판매하는 24개월 이상 유아용 영양제 ‘면역 유산균 톡톡업’이 2022년 4월 식약처 승인을 받을 때 신고한 것과 다른 유산균을 쓴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른 유산균을 집어넣은 제품은 메디오젠이 생산했다. 메디오엔은 식약처에 ‘함소아유산균7(학명 비피도박테리움 브레베)’을 넣었다고 신고하고 제품 라벨에도 그렇게 표기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어린이 프로바이오틱스 품질시험에서 전혀 엉뚱한 유산균인 ‘함소아유산균 7-2800(비피도박테리움 롱검)’이 나왔다.

함소아제약은 “특정 시기에 생산된 제품에 원료 균주명이 잘못 표기됐으며, 섭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식약처는 1개월 품목제조정지라는 철퇴를 내렸다. 안전성과 별개로 당초 신고와 다른 원료를 사용해 판매까지 한 것은 잘못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소비자단체가 유전자를 분석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갈 뻔 했다.

◇함소야제약은 제조정지, 동화제약 허가 취소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몸에 좋은 세균) 제품이 포장 표시와 실제 제품에 든 균주가 달라서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식약처는 동화약품의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락테올’이 1988년 허가 당시 사용한 유산균과 다른 균으로 제품을 만든 것을 적발해 퇴출시켰다. 식약처는 락테올 원료 유산균에 대한 특별 재평가를 통해 락테올 제네릭(복제품)도 무더기로 허가 취소했다.

‘동화락테올캡슐’에 들어있는 균주(락토바실루스 퍼멘툼+락토바실루스 델뷔르키)는 허가 당시 균주(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와 달랐다. 식약처는 동화락테올 제품에 들어있던 유산균이 사실상 약효도 없다고 평가했다. 식약처는 이 사건을 계기로 유산균 제품을 허가할 때 균종 입증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제를 정비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들어 있는 균주가 당초 라벨에 기재한 균주와 달라서 문제가 된 것은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 연구진은 지난 2016년 시판 중인 프로바이오틱스 16개 제품를 가져와 유산균 DNA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단 1개 제품만 라벨에 기재된 균주가 있었다. 일부는 비슷한 종류도 아닌 완전히 다른 균종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장 건강에 대한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로 19종만 인정하고 있다. 제품에 들어있는 보장 균수는 1억 CFU/g(g당 미생물 생균수)를 최소 기준으로 뒀다. 업체들은 유산균이 달라도 비슷한 종류이고 먹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의 핵심 원료인 유산균이 제품 설명에 있는 것과 다르다면 소비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상승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바이오틱스 국내 원료 판매 규모는 8348억원으로 지난 2022년 8520억원에서 100억원 넘게 줄었다. 이는 2년 전인 지난 2021년 8486억원보다도 줄어든 것이다.

건강기능식품 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건강기능식품을 고를 때 몸에 얼마나 좋은지 꼼꼼하게 따진다”며 “프로바이오틱스는 좋은 유산균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가 제품의 질을 결정하는데 정보가 부실해 다른 건강기능식품을 찾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를 때 필요한 균주의 배합 비율이나 균종, 효능을 상세하게 제공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소비자 신뢰를 얻으려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어떤 유산균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pixabay

◇균종 철저 관리로 소비자 신뢰 얻어야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균종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식약처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균종 확인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한 ‘메타게놈 분석 프로그램’이 있다. 식약처는 지난 2018년 국내 유전자 분석 업체들과 손잡고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민간에 개방했다.

일례로 CJ바이오사이언스는 식약처가 요구하는 프로바이오틱스 안전성 평가자료 분석 서비스와 유산균 균정 공인 서비스를 운영 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 서비스의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이용해 문제가 된 함소아제약의 유산균 제품을 적발했다.

NGS는 DNA를 작은 조각으로 나누고 동시에 해독한 다음, 생물정보학 기법을 이용해 조합함으로써 방대한 유전체 정보를 빠르게 해독한다.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가발표한 인간 유전체 지도는 13년에 걸쳐 3조원 가까운 비용을 들였지만, 요즘은 NGS 기술로 200만원대까지 줄었다.

문제는 이런 검증 프로그램이 널리 활용되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업계가 제품에 들어가는 유산균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균 자체를 배양하고 보관하다 보면 균주가 실수로 바뀌기도 한다”며 “식약처가 균주를 전수조사하지는 않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때 확인하는 분석 프로그램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전자 분석 비용이 걸림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민간 업체를 통해서 유산균 균종을 확인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600만원 정도 든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관계자는 “메타게놈 프로그램이 광범위하게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며 “유산균 함유 식품 품질관리 업무에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를 받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균종을 철저히 관리한다고 광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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