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 서울·부산 모터쇼, 통합해서 치르면 어떨까

2024. 6.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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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객·참가업체 수 지속적으로 감소
 -사실상 매년 열리는 모터쇼, 업계 '부담'
 -세계적인 모터쇼도 존폐기로, 생사결단해야

 부산국제모터쇼가 '부산모빌리티쇼'로 이름을 고쳐달고 오는 28일부터 7월 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조직위는 2차전지와 e모빌리티, 선박, 캠핑카 등 다양한 연계 산업군을 유치해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실질적인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완성차 참가 규모는 적은 게 사실이다. 


 올해 부산모빌리티쇼 참가를 결정지은 완성차 브랜드는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 르노코리아, BMW, 미니 등 6개. 사실상 현대차그룹과 르노, BMW그룹 등 3개 회사만이 치른다. 지난 2022년과 비슷한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면 상용차 업체들의 참가가 저조한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은 우리나라의 해상 물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지만 부산모터쇼에는 2018년 만트럭버스코리아가 참가한 걸 마지막으로 더 이상 상용차를 만나볼 수 없다. 

 물론 행사의 중요도 자체는 높다. 현대차가 E-GMP 플랫폼 기반의 대형 전기 SUV를 공개할 예정이고 기아도 EV3를 일반 사람들에게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제네시스는 최근 뉴욕에서 공개한 네오룬 콘셉트와 마그마 프로그램을, 르노코리아는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을 내놓는다. BMW와 미니에서도 하반기에 판매할 핵심 신차들이 등판한다. 


 중요도와는 별개로 부산모터쇼의 외연은 작아지고 있다. 2001년 첫 개최 이후 2003년 유치 2회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고 2012년까지 4회 연속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지만 2016년 관람객이 60만명대까지 줄어들었다. 가장 최근 행사였던 2022년에는 48만6,000명까지 감소했다. 

 부산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서울모빌리티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때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2023년 방문객은 51만명에 불과하다. 킨텍스 1·2 전시관을 모두 썼던 이전과 달리 1전시장의 일부만을 활용해 치를 정도로 규모가 축소됐다. 장한평과 파주 아울렛 분산개최를 추진하고 메타버스 전시 공간을 꾸렸지만 흥행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완성차 업체들이 모터쇼를 외면하고 있는 사유는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완성차 및 수입차 브랜드는 예산 부족과 신차 부재를 이유로 꼽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이렇다 할 신차를 보여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며 "이렇다보니 홍보 및 마케팅 예산을 확보하는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본사의 방침과도 무관하지 않다. 각 권역마다 1개 국가에만 한정해 모터쇼에 참가하도록 하는 방침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와 스텔란티스코리아, GM 한국사업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페라리 등 일부 브랜드처럼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아왔던 브랜드들도 있다. 

 업계는 시장 규모 대비 모터쇼 개최 주기가 짧다는 점을 지적한다. 6월 부산모빌리티쇼에 참가한 브랜드라면 10개월 뒤 킨텍스에서 치러질 서울모빌리티쇼를 준비해야한다. 신차 계획 수립 또는 외국 본사와의 협조 기간을 감안하면 촉박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차 출시 주기가 긴 브랜드라면 메리트는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서울과 부산 행사를 2년 단위로 번갈아가며 열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기가 비교적 길어진다면 신차 및 참가 브랜드의 부재로 이어진 국내 모터쇼 특유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 균형 차원에서 대규모 컨벤션센터를 갖춘 지역을 순회하며 여는 것도 방법이다. 


 무책임한 말 같아 보이지만 그만큼 모터쇼라는 산업 자체는 존폐 기로에 서있다. 120년 역사를 자랑했던 제네바모터쇼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최근 조직위를 해체하고 모터쇼 폐지를 선언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행사는 카타르 도하에서 치르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방문객은 18만명으로 국내 모터쇼 1~2일 방문객에 그칠 정도로 처참했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로 불리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독일의 IAA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이들은 개최지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옮기고 보다 뚜렷한 지향점을 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독일은 IAA의 재탄생을 위해 뮌헨이라는 도시의 인프라까지 바꿨다. 행사장인 메세 컨벤션 센터부터 시내 중심의 쾨니히를 잇는 12㎞에 친환경차 전용도로를 설치한 게 대표적이다. 이 기간동안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버스로 관람객을 실어날랐고, 레벨3 자율주행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마련했다. 전시장을 오가는 과정부터 모빌리티 시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모터쇼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건 분명하다. 예전같은 인기와 영광을 유지하려면 뼈를 깎는 변화가 필요하다. 메타버스에 얼마나 많은 관심들이 쏠릴 것이며 신차와 콘셉트카를 보러 오는 모터쇼에서 캠핑카나 선박을 볼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언론보도나 영상을 보는 대신 모터쇼에 와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고 이를 통해 완성차 업체들의 참가를 이끌어내야 하는건 온전히 조직위의 몫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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