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남-한현희는 '궤도' 올라섰는데…'2군 말소 10일째' 소식도 없는 50억 유격수, 히든카드 될 수 있을까?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2022년 오프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모처럼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큰 손'의 면모를 뽐냈다. 선수단 몸집을 줄이고 유망주 육성에만 급급하던 롯데의 기조가 변하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그동안 줄곧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내야의 센터라인을 강화하는데 집중했고, 4년 총액 80억원에 유강남, 50억원에 노진혁을 영입했다. 그리고 스토브리그가 마감되기 직전 3+1년 총액 40억원에 한현희까지 영입하며 모처럼 즐거운 쇼핑 시간을 가졌다.
2017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통해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게 된 후 포수는 롯데가 갖고 있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롯데는 투수로 포지션을 바꾸기 전 나균안을 비롯해 정보근, 강태율, 김준태(KT 위즈), 안중열(NC 다이노스) 등 여러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결과 고민 끝에 유강남을 영입하게 됐다. 롯데는 매년 100경기 이상 포수 마스크를 쓸 수 있는 체력과 가장 뛰어난 프레이밍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큰 기대와 달리 유강남은 지난해 121경기에 출전해 92안타 10홈런 55타점 45득점 타율 0.261 OPS 0.726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마저도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불발된 시즌 막판에서야 끌어올린 성적이었다. 유강남은 시즌 막판의 좋은 감을 이어가기 위해 비시즌, 수도 없이 방망이를 잡으며 노력했다. 그러나 3월 7경기에서 타율 0.235로 부진한 스타트를 끊더니, 4월에는 한차례 2군으로 내려가는 등 타율 0.042로 허덕였다. '절치부심' 한 유강남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5월부터였다.
유강남은 5월 하순부터 조금씩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더니, 4개의 아치를 그리는 등 타율 0.257 OPS 0.764로 부활했다. 6월 일정이 시작된 후 다시 타격감 눈에 띄게 떨어졌으나, 지난 4일 KIA 타이거그전에서 '사직예수' 애런 윌커슨과 올 시즌 첫 번째 완봉승을 합작하는 등 롯데의 상승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도루저지율도 0.278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틈만 보이면 뛰던 주자들도 이제는 유강남의 어깨를 조심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8경기에 등판해 리그 '최다패'의 굴욕을 맛보는 등 6승 1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45로 부진했던 한현희도 올해는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시즌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5선발 자리를 꿰차지 못했으나, 5월 한 달 동안 12경기에 등판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2.87로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했고, 선발진들의 연쇄이탈로 인해 생긴 공백을 제대로 메웠다. 표본이 많진 않지만, 지난 5일 KIA전에서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올 시즌 초반까지 롯데의 부진과 함께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유강남과 한현희가 제 궤도에 올라온 가운데 남은 고민거리는 노진혁이다. 롯데는 유격수 포지션에 외국인 슬롯을 사용할 정도로 포수 못지않게 유격수 고민이 컸다. 이에 내구성이 뛰어나진 않지만, 두 자릿수 홈런과 함께 OPS 0.800 이상을 기록해 줄 수 있는 노진혁에게 큰 관심을 보였고,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통해 노진혁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노진혁의 방망이는 뜨거웠다.
하지만 노진혁은 옆구리 부상으로 인해 긴 공백기를 가진 뒤 좀처럼 타격감을 되찾지 못했고, 113경기에서 86안타 4홈런 51타점 타율 0.257 OPS 0.724를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사실상 노진혁이 2018년부터 '주전'으로 거듭난 이후 '커리어로우'의 최악의 시즌이었다. 그런데 유강남은 어느 정도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노진혁은 지금의 흐름이라면 지난해보다 더 부진한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3월 한 달 동안 7경기에서 타율 0.190으로 허덕였던 노진혁은 4월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해 한차례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4월 하순 노진혁은 다시 1군의 부름을 받았는데,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또 2군으로 강등됐다. 그리고 이번에는 2군 4경기에서 3개의 아치를 그리는 등 타격감이 한껏 오른 상황에서 콜업이 됐다. 노진혁은 복귀 후 세 경기 연속 안타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이어갔지만, 5월 21일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다시 허덕이기 시작, 지난 1일 올해 세 번째 말소의 쓴맛을 봤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현재 노진혁에 2군에 머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군에서 그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노진혁이 오랜 기간 이탈해 있거나,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5월부터 타기 시작한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박승욱이 5월 2홈런 타율 0.344, 6월에도 타율 0.346으로 대폭발하고 있고, 이학주 또한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까닭. 그만큼 롯데의 뎁스가 탄탄해진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노진혁은 2군에서도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 현재 특별한 부상은 없는 상황. 경기에 나설 수 없는 타격감과 컨디션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차근차근 다시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노진혁이 롯데의 '히든카드'가 될지, 올해는 없는 카드로 생각해야 할지는 스스로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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