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않는 공’에 신음하는 일본…3할 타자 겨우 3명, 사상 유례없는 투고타저
[OSEN=백종인 객원기자] 일본프로야구(NPB)가 극심한 투고타저에 시달리고 있다. 페넌트레이스를 30%가량 소화한 10일 현재 양 리그, 12개 구단을 통틀어 3할 타자가 3명밖에 남지 않았다. 10 개 팀에서 22명이 3할을 넘긴 KBO 리그와 비교된다.
NPB의 경우 5월 중순까지만 해도 타격 순위표에는 5~6명의 3할 타자가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나마 퍼시픽리그는 낫다. 소프트뱅크의 외야수 곤도 겐스케(0.345)와 니혼햄 포수 타미야 유아(0.335)가 경합을 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센트럴리그는 달랑 1명뿐이다. 야쿠르트의 외국인 타자 도밍고 산타나(0.317)가 유일하게 3할을 지키고 있다. 2위인 요미우리의 곤도 타미야(0.299)부터는 모두 2할대 아래다.
이러다가 53년 만의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센트럴리그는 1971년 나가시마 시게오(요미우리)가 유일한 3할 타자였다. 0.320으로 수위타자에 오른 것이다. 2위 기누가사 사치오(히로시마)는 0.285에 불과했다.
반면 투수들은 기세등등하다. 평균자책점(ERA)이 2.00을 넘으면 에이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센트럴리그는 7명이나 1점대를 지킨다. 1위 오세라 다이치(히로시마)는 1.07을 기록 중이다. 퍼시픽리그도 1점대가 4명이다. 지바 롯데의 크리스토퍼 메르세데스(1.45)와 소프트뱅크의 리반 모이네로(1.70)이 1~2위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이런 극심한 투고타저에 대해 일본 야구인들은 공인구 문제를 거론한다. 반발력이 너무 낮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평론가 오마다니키는 “아마도 2021년부터인 것 같다. 내 느낌으로는 펜스 너머로 날아가야 할 타구가 평범한 외야 플라이에 그치는 일이 많아졌다. 타구음도 무뎌졌다. 특히 올해 개막 초반부터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주니치의 다쓰나미 가즈요시 감독은 “타구의 비거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맞춰 수비에 치중하는 시즌 전략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2년 전 타격 3관왕과 MVP를 수상했던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도 “타구 속도와 비거리가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며 작심 발언을 내놨다. 그는 공인구를 제작하는 M사의 모델이기도 하다.
일찍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점을 주목했다. 지난 겨울 야마모토 요시노부(현재 다저스)의 스카우트 경쟁이 뜨거울 때 “일본은 최근 몇 년간 데드볼 시대를 겪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해 투자 규모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 공인구에 대한 의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NPB 사무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한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엄격한 측정을 통해 (공인구의) 반발 계수가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프로야구 선수회도 이 조사에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팬들은 여전히 ‘날지 않는 공(飛ばないボール)’이라고 부른다. 한때 우리가 자조적으로 말하던 탱탱볼과는 반대다.
또 다른 관점은 투수력의 향상이다. 한신 출신 해설자 나카타 요시히로는 “투수들의 기량이 해마다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과 다르게 선발이 100개 정도를 던지면 교체된다. 그럼 새로운 투수가 조금 더 싱싱한 공을 뿌리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서는 괴롭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여기에 투심이나 커터처럼 옆으로 빠르게 변하는 구질도 많아졌다”면서 “게다가 트랙맨이나 랩소드 같은 첨단 장비를 동원해 문제점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방식이 발전했다.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즉, 어느 쪽이 빨리 업데이트에 성공하느냐의 경쟁인데, 현재는 타자보다 투수 쪽이 유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아무튼 사상 유례없는 투고타저 현상에 일본 야구는 걱정이 크다. 타율뿐만이 아니라 홈런 숫자도 예년에 비해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MLB가 주도하는 대세는 ‘공격적인 야구’다. 그러나 NPB는 이런 시대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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