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선수들이 뽑은 최고의 선수, 'OPS 고작 6위인데 46%가 그를 선택했다'..."비교대상이 없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선수들이 꼽은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AP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는 최근 깊은 부진에 빠져 있지만, 투타 겸업을 전제로 선수들로부터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한 달 가까이 슬럼프를 겪고 있음에도 여전히 메이저리그 선수들 사이에서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 디 애슬레틱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는 누구인가?(Who is the best player in baseball?)'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참가자 102명 가운데 46.1%인 47명이 오타니를 꼽았다.

이 매체는 11일(이하 한국시각) '최고의 선수' 뿐만 아니라 '가장 과대평가된 선수' 등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를 게재했다. 매체는 '이 설문조사는 스프링트레이닝 기간부터 최근까지 2개월 반 동안 실시됐으며, 양 리그에 걸쳐 18개팀 소속 선수들 참가해 익명으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오타니를 최고의 선수로 꼽은 이유는 일관적이었다. 한 선수는 "누구든 얼빠진 대답이야. 그렇지. 하지만 오타니가 그런 선수"라고 했다.

한 선수는 "비교 대상이 없다. 모든 선수는 자신과 비슷한 선수가 있게 마련인데, 오타니는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쇼헤이 루스 혹은 베이브 오타니, 의심의 여지는 없다"고 답했다. 즉 투타에 걸쳐 최고의 기량으로 겸업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시절인 2021년과 작년, 두 차례 AL MVP에 올랐다. 역사상 두 차례 MVP를 모두 만장일치로 차지한 것은 오타니가 처음이다.

오타니가 양키스타디움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그는 내년 시즌 마운드로 돌아올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이들과는 별도로 지난 10일 다저스에 역전승을 거둔 뒤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도 오타니를 '최고의 선수'로 치켜세웠다. 그는 "굉장한 선수다. 야구장 모든 곳으로 공을 날려버린다. 건강하면 피칭까지 한다. 그게 그의 일이다. 또 그는 짧은 플라이에도 3루에서 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야구장에서 최고의 선수(He's the best player out there)"라고 밝혔다.

디 애슬레틱은 '오타니라는 답은 피할 수 없다. 그를 가까이에서 정기적으로 보는 선수들조차 오타니의 광채는 여전히 닳지 않았다'며 '많은 선수들은 오타니가 진실로 최고의 선수라고 답하면서도 너무 뻔한 이유를 대는 게 두려워 좀 색다른 이유를 찾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올시즌 개막 후 한 달여 동안 커리어하이급 타격을 이어가다 지난달 중순 이후 슬럼프에 빠진 상황이다. 3할대 중반을 유지하던 타율은 0.310(258타수 80안타)로 6위로 추락했고, 홈런(15) 공동 8위, 출루율(0.377) 11위, 장타율(0.570) 6위, OPS(0.947) 6위로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9일 현재 bWAR과 fWAR서는 각각 11위, 9로 밀려났다. 그러나 설문조사 시점이 지난 2월 이후라는 점, 올시즌만을 염두에 둔 설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타니=최고의 선수'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일반적인 인식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는 지난달 27일(한국시각) 피츠버그전에서 무릎 인대를 다쳐 올시즌을 접었다. AP연합뉴스

오타니에 이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26.5%인 27명의 선택을 받아 2위에 올랐다. 아쿠냐 주니어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40홈런-70도루를 달성하며 만장일치로 NL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지난 5월 27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서 1회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 시즌을 일찌감치 접었다.

한 선수는 아쿠냐 주니어에 대해 "오타니를 선택하지 않는 건 힘들다. 그러나 아쿠냐 주니어가 최고라고 해도 손색없다. 그의 타격 연습을 봤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지난 5년간 그를 상대로 뛰어봤는데 정말 힘들었다. 오타니의 경우 두 선수 몫을 한다는 것인데, 현재로서는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다저스 유격수 무키 베츠와 저지가 나란히 8.8%(9명)의 지지율로 공동 3위에 랭크됐고,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이 3.9%(4명)로 5위에 올랐다.

LA 다저스 무키 베츠. AP연합뉴스

베츠를 선택한 선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는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했고, 트라웃에 대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그가 한 일은 믿기 힘들다. 항상 그에게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미국인 선수로 운동장에 나가면 매번 흥미로운 플레이를 펼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밖에 필라델피아 필리스 브라이스 하퍼, 볼티모어 오리올스 거너 헨더슨,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호세 라미레즈, 볼티모어 애들리 러치맨, 텍사스 레인저스 코리 시거, 필라델피아 잭 휠러가 1표씩 받았다.

디 애슬레틱이 매년 벌이는 선수 대상 설문조사는 표본 선정 등에서 정교한 기법을 동원하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같이 뛰는 선수들의 의견을 담는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

지난 겨울 이 매체는 'FA 오타니가 어느 팀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나'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60%의 선수들이 다저스라고 답했다. 실제 오타니는 다저스와 역대 최고액인 10년 7억달러에 계약했다. 다만 선수들은 계약 규모가 그 정도가 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