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 교통사고도 '일단 멈춤'…'교통통'이 경찰서장인 이 동네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 지난해 4월8일 낮 2시21분 대전 서구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길을 가던 9~12세 어린이 4명을 덮쳤다. 이 가운데 A양(9)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사고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끔찍한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대낮에 어린 아이들이 오가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다. 음주운전은 술자리가 많은 야간에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음주운전을 일삼는 이들에게 정해진 시간과 장소는 없었다. 또다시 안타까운 생명을 잃었다.
사고 당시 경찰청 교통안전과장으로 있던 김창영 서울 수서경찰서장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주간 음주운전 단속을 대폭 늘렸다. 단속을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낮에도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을 한다는 인식이 음주운전을 예방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사고 후 어린이보호구역 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호 울타리 설치도 의무화했다. 차도와 인도가 혼용되는 곳에는 어린이 전용 보행로를 만들었다. 제도와 시설을 함께 정비했다.
교통사고는 남녀노소, 도시·농촌, 사회적 계층을 떠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어린이나 노인과 같이 교통사고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분명히 있다는 게 김 서장 소신이다.
김 서장은 지난해 8월 수서경찰서장 부임 이후 사회적 약자를 중심에 두고 '교통사고로부터 안전', '범죄로부터 안전' 등 두 가지를 큰 축으로 삼아 직에 임하고 있다.
김 서장은 "범죄에 있어서 사회적 약자, 교통에서는 보행 약자에 초점을 두고 최우선 정책을 펴고 있다"며 "범죄든 교통사고든 결국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서 시작해 전체 안전을 확보하는 쪽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좋은 정책만큼 중요한 것이 시민의 참여라고 봤다. 그는 "좋은 정책이 나오더라도 시민들께서 그냥 벌금 내겠다고 하시면 정책은 쓸모가 없어진다"며 "정책과 시민 노력이 함께 가야 범죄든 교통사고든 예방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수서경찰서는 강남경찰서와 함께 강남구 일대를 관할한다. 인구로 보면 강남구민의 68%인 약 37만명이 수서서 관할 구역에 거주한다. SRT 수서역이 개통된 뒤에는 전국서 많은 사람이 오가는 교통 요지가 됐다.
다양한 치안 수요도 혼재한다. 이 일대에는 수십억원대 강남 고급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반면 서울 마지막 판자촌인 개포동 구룡마을도 있다. 흔히 부촌으로 불리지만 서울 전체 자치구 가운데 기초생활 수급자 수가 9번째로 많다.
수서서 관할 구역에는 '교육 1번지'로 통하는 강남 대치동 학원가도 있다. 학원 주변 불법 주정차로 인한 교통난이 심하고 청소년 범죄도 적잖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치동 마약 음료 사건'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김 서장은 "학원가라고 해서 학교 폭력만 있는 게 아니라 주차 문제 등 여러 요인이 섞여있다"며 "치안 상황과 범죄 동향이 다양해지는 만큼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나 고소·고발을 처리하면서 생활안전협의회, 자율방범대 등 관내 자치기구와 소통을 통해 어려움을 듣고 있다"며 "서민을 울리는 전세 사기와 같은 범죄에 대해서는 전담팀을 운영해 대응한 끝에 팀내 특진 사례가 나오는 등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직원들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일하려면 동료, 팀장, 부서장을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닌 중간 관리자급 팀장과 팀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정말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그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퇴직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가 거쳐 간 부서에서는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는 행복한 직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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