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손자병법과 우주탐사 전략
손자병법은 기원전 500년경 춘추시대 오(吳)나라 손무(孫武)가 전쟁에서의 원정(遠征)을 염두에 두고 작성한 군사 전략서이며 고대 중국 최초의 체계화된 병서이다. 이 책에는 원정 출발 전 고려 사항, 적지로 이동하는 과정, 적의 수도에 도착 후 전투 방법 등을 13개의 편으로 구성해 시간적 공간적 순으로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손자(손무의 칭호)의 병서는 6100여 자에 불과한 짧은 내용으로 구성되며, 많은 내용을 압축하는 요약집의 형식으로 글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현재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들도 자사의 경영활동에 손자병법을 활용한 바가 있으며, 빌게이트 및 마크 저커버그 등 기업가들도 이 책을 경영전략에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읽은 손자병법(박창희 해설)은 전쟁론, 전쟁술, 부대기동, 결전수행, 정보획득 순으로 해석을 구성했으며, 1편(시계), 2편(작전), 3편(모공)으로 구성된 전쟁론에서는 전쟁의 본질을 규명하고 있다. 이 중 1편인 시계(始計)에서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책 결정 과정을 다루며, 특히 전쟁을 결정하기 위한 다섯 가지 근본 요소로 오사(五事)를 제시했다. 오사는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으로 구성된다.
우주탐사는 지구를 벗어나 달, 화성 및 심우주를 개척하는 임무로, 전통적인 원정(遠征) 작전과 매우 닮아있다. 특히 대상이 지구가 아닌 미지의 영역이며, 엄청난 거리와 시간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고립된 환경조건에서 수행돼야 한다. 따라서 손자병법에서 제시한 오사를 통해 우주탐사 정책 결정을 위한 근본 요소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도(道)는 군주와 백성이 하나로 합심하여 목표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군주의 바른 정치와 사사로운 이익이 아닌 국가의 생존과 백성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전쟁의 명분을 중요시했다. 우주탐사를 위한 정책 결정 또한 사사로운 이익이 아닌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명분 있는 목표 및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
천(天)은 음과 양, 더위와 추위, 계절의 변화 등을 의미한다. 손자가 말한 음양은 만물을 생성하는 원리로서, 만물의 이치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판단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주탐사 정책 또한 여론, 경제적 여건, 기술, 국제정치적 여건의 변화 등의 흐름을 미리 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지(地)는 멀고 가까움, 험준함과 평판함, 넓고 좁음, 위험함과 안전함 등을 말한다. 여기서 지는 다양한 지형 및 지리적 환경에 관한 전략 및 전술에서만 한정되지 않고, 국제정세와 외교에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즉 우주탐사 정책 수립에 있어 국제정세와 외교적 상황인식뿐만 아니라 국제협력을 통한 전략 수립을 고려해야 한다.
장(將)은 장수가 갖추어야 할 자질로서 지혜, 신의, 인애, 용기, 엄격함을 말한다. 다시 말해 리더의 능력과 자질을 강조하는 말이다. 우주탐사 영역에 적용해 보면 수행 조직의 구성과 리더십의 중요성을 의미하며, 구성원들의 충실한 역할 수행뿐만 아니라 명확한 판단력과 결단력을 갖는 리더십이 수반돼야 한다.
법(法)은 군사동원, 군사제도 및 조직, 군수물자에 관리 등에 관한 법제를 의미한다. 즉 군대에서 군정과 군령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체제와 제도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주탐사 조직 또한 명확한 임무 수행과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 체제 및 제도를 갖추어야 하며, 이는 우주탐사의 성공과 안전을 보장하는 필수 요소이다.
이처럼 손자병법의 지침은 우주탐사 정책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계획 수립과 임무 수행을 위해 전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손자가 말한 '우직지계(迂直之計)'처럼 때로는 곧장 가는 것보다 우회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때가 있다. 지금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보다 명분 있는 우주탐사 계획 수립을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할 때이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혁신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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