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부채비율서 자유로운 빚…비금융사도 신종자본증권 '러시'
JTBC·효성화학 등 부채비율 높은 기업 위주 발행 늘어
"사실상 5년 만기로 간주…투자에 유의해야"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올 들어 비금융권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로, 고금리를 제시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어난 개인 투자자들을 겨냥하는 모습이다. 돈줄이 급한 기업들이 외부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부채비율 상승은 막을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금융권 신종자본증권 발행 급증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서 비금융권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는 2조36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기록했던 6206억원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발행기업도 작년 6개에서 15개로 급증했다. 작년에는 이수건설이나 HDC아이파크몰 등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건설사를 중심으로 발행이 많았다면 올해는 JTBC,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CJ대한통운, CJ CGV, 풀무원식품, 효성화학 등 업종도 다양해졌다.
풀무원 역시 내달 발행을 목표로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총 발행 규모는 700억원으로, 희망 금리 밴드는 6.7~6.9%다. 발행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며 증액 계획은 없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비금융권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다. 부채비율 관리에 나서야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은 매력적인 자본 조달 수단이기 때문이다. 올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대부분 비금융권 기업이 높은 부채비율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풀무원 부채비율은 지난 2018년 173%였지만, 작년에는 326%까지 급등했다. 앞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신세계건설은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800%가 넘는 수준이며, JTBC 역시 부채비율이 작년 말 기준 999%에 달한다.
고금리 선호 개인 투자자 노려…금융권도 발행 러쉬
올 들어 고금리를 쫓는 채권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난 점도 이들 기업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서만 채권시장에서 20조원에 가까운 채권을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리가 높은 채권을 주로 찾는데 신종자본증권의 고금리는 투자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비금융권 뿐만 아니라 금융권 역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 총발행액은 2조77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2분기에도 이미 발행됐거나 발행 예정인 규모까지 합하면 총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이달 들어서도 당장 이번주 우리금융지주(최대 4000억원)를 시작으로 DGB금융지주(1000억원), 농협금융지주(최대 3000억원), 롯데손해보험(후순위채, 최대 1400억원) 등 금융사들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영구채 발행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구채는)동일 등급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금리 하향 안정화 전망 속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면서 “자금조달수단 다각화와 자본 확충 목적으로 카드와 비금융기업들의 발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부채비율 상승을 막더라도 결국 일시적인 해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로 분류되지만 일반적으로 첫 번째 콜옵션 행사 가능일(call date)에 조기상환을 실시하고 있어 시장에서 실질적 만기는 5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부채비율을 낮출 수는 있지만 5년이 지나고 상환 시점에서 기업 재무구조가 다시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주로 자금 조달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개인들 역시 투자에 위험도가 높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등 영구채는 일반 회사채에 비해서 위험도가 높고, 조기상환 시점에 재무구조가 악화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면서 “고금리 상품이라고 무조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혜신 (ahnh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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