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APC머큐리가 STX 브랜드를 못 버리는 이유

이건엄 2024. 6. 1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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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그룹 시절 체결한 상표권 계약 현재도 유지
액수 많지 않지만 꾸준…‘적자 속 단비’ 평가
STX 브랜드 사용 업체 실적 개선에 수익도 증가
해외 판로 개척 도움…종합상사 전환에 긍정적
이 기사는 2024년06월10일 18시49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사모펀드 APC머큐리가 STX(011810) 인수 이후 ‘STX’ 상표권을 통해 적지 않은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지주사 시절 체결했던 상표권 계약을 통해 쏠쏠한 수익을 올리는 한편 STX 브랜드의 글로벌 입지를 바탕으로 종합상사로의 업종 전환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출과 연동된 상표권 수익의 경우 올해 STX중공업과 STX엔진 등 STX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이 실적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상표권 수익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STX 본사 전경. (사진=STX)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TX가 지난해 STX엔진(077970)과 STX중공업(071970) 등 옛 STX그룹 계열사로부터 인식한 상표권 수익은 13억원으로 전년 9억원 대비 44.4% 증가했다. 상표권 수익은 국내 대형 그룹 지주사들의 주요 매출원 중 하나다. 지주사가 상표권에 대한 권리를 갖고 해당 브랜드 사용에 대한 대가로 계열사들이 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이다.

STX는 지난 2006년 STX 그룹 지주회사 시절인 지난 2006년 STX엔진과 STX중공업을 비롯한 6개 계열사와 브랜드 사용 유료화 계약을 체결한 이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룹 해체 이후에도 STX가 브랜드 소유권을 보유하며 다른 지주사처럼 수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해당 계약은 1년 단위 재계약 조건으로 각 계열사 연간 매출액의 0.06%로 책정됐다. 현재 요율은 이보다 약간 높은 0.07~0.08%로 추정된다. 다만 STX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 만큼 경영 컨설팅을 비롯한 별도의 용역 수수료는 받지 않고 있다.

액수만 놓고 보면 상표권 수익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로 크지 않지만 비용 부담으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STX 입장에서는 단비 같은 존재라는 평가다. 사실상 브랜드만 보유하고 있으면 큰 비용 지출 없이 창출되는 수익인 만큼 매출 순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STX 관계자는 “STX는 상표권 소유주로서 브랜드 가치 제고 및 육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브랜드 사용회사 간 브랜드 사용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TX의 상표권 수익은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TX엔진과 STX중공업 등 STX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이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표권 수익이 40% 이상 급증한 것도 STX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들의 실적 개선 영향이 컸다.

실제 STX엔진의 매출은 △2021년 4935억원 △2022년 5440억원 △2023년 6304억원으로 증가세다. STX중공업 역시 △2021년 1374억원 △2022년 1774억원 △2023년 2450억원 등 2년 새 2배 가까이 성장했다.

STX 브랜드는 상표권 수익 외에도 STX가 해외 시장 판로를 개척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STX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가 종합상사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STX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TX는 업종만 다를 뿐 과거 STX 그룹 시절 진출했던 글로벌 시장에 재진출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조선·해운 분야에서 STX의 입지를 고려하면 과거 계열사들이 STX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절대적인 액수는 크지 않지만 비용 부담 없는 꾸준한 수익이라는 점과 추후 실적 개선에 따른 상표권 수익 확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이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TX 브랜드는 STX가 종합 무역 상사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STX가 글로벌 무대에서 쌓은 인지도가 사업 활로 개척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TX는 과거 강덕수 전 회장이 이끌던 시절 재계 13위까지 오르는 등 저력을 보였지만 조선업황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산업은행의 관리를 거쳐 지난 2018년 APC머큐리에 인수됐다.

이건엄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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