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어디에"…베일 벗은 '애플 AI', 독창성 '갸우뚱'

WWDC24 키노트서 '애플 인텔리전스' 공개
연내 음성 AI 비서 '시리'에 챗GPT 결합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WWDC24' 행사에서 자체 인공지능 전략을 발표했다. /애플 중계화면 캡처

[더팩트｜최문정 기자] "애플 인텔리전스는 사용자가 애플 제품으로 이룰 수 있는 일 그리고 애플 제품이 사용자에게 선사할 수 있는 능력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애플이 오랜 침묵 끝에 자체 인공지능(AI) 생태계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의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인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의 제품에서 활용할 수 있으며, 맞춤형 AI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애플은 이례적으로 AI와 관련해 오픈AI와 협력을 밝혔다. 이를 통해 자체 AI 비서 서비스 '시리'에서 챗GPT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본사 '애플파크'에서 세계개발자회의(WWDC)24를 개최하고,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했다. 올해 WWDC는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닷새동안 열린다.

이날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은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개인용 기기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며 "우리는 수년 전부터 AI와 머신러닝을 접목해왔고. 생성형 AI는 이를 더욱 강력한 차원으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기기 자체의 연산 성능으로 AI 모델을 구동하는 '온 디바이스 AI'와 필요에 따라 클라우드를 통해 연산을 처리하는 하이브리드형 AI다. 클라우드를 거칠 경우, 정보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 연산을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애플 인텔리전스로 가장 큰 변화를 맞는 것은 애플의 AI 비서 서비스 시리다. 시리는 2011년 처음 공개된 서비스로 음성형 AI 비서 서비스의 시작을 알렸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결합한 시리는 사용자의 기기에 저장된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해 더욱 복잡한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다. 가령, 시리에 "사진첩에서 분홍색 코트를 입은 사진을 찾아줘"라는 음성 명령을 넣으면 해당 사진을 곧바로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텍스트 기반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이모티콘 생성 △텍스트를 토대로 이미지 제작 △아이패드OS에서 애플펜슬로 계산식을 적으면 AI가 자동으로 계산 △메일 앱에서 일정을 확인 후 캘린더에 추가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음성 명령만을 지원하던 것을 넘어 텍스트 명령 방식도 추가됐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WWDC24 행사를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를 결합한 AI 비서 서비스 '시리'의 대대적인 변화를 발표했다. /애플

무엇보다 애플은 그동안의 폐쇄적인 생태계 전략을 유보하고, 오픈AI의 챗봇 모델인 '챗GPT'를 시리에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와 결합되는 모델은 오픈 AI가 지난달 발표한 '챗GPT-4o'다. 이 모델은 음성 대화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 발표 현장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참석했다. 당초 올트먼 CEO가 직접 무대에 올라 발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지만,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올트먼 CEO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해 말 챗GPT를 애플 기기에 통합하게 됐다"며 "매우 기쁜 일이고, 이용자들도 마음에 들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의 강점으로 높은 보안성을 꼽았다. 주요 AI 기능을 온 디바이스로 처리하기 때문에 외부로 연락처나 사진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없고,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팀 쿡 CEO는 "애플 고유의 방식을 통해 생성형 AI를 사용자의 개인적인 상황과 맥락에 결합해 실제로 유용한 AI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며 "애플은 사용자의 중요한 일을 더욱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와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혁신의 아이콘' 애플의 AI 생태계에 대해 다소 실망스러운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날 베일을 벗은 애플 인텔리전스의 주요 기능이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의 기업에서도 제공하고 있는 데다가, 경쟁 기업들이 현재는 단순 생성형 AI를 넘어 인간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AI 개념 역시 삼성전자가 올해 1월 출시한 '갤럭시S24' 시리즈에서 선보였다.

실제로 WWDC24에서 애플 인텔리전스 관련 발표가 끝난 직후, 애플의 주가는 2%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2022년부터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수성하던 애플은 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에 밀려 현재 시총 3위까지 밀린 상황이다.

munn0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