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키워야 유니콘 나온다"…투자 선순환 고리 필요
코넥스 활성화 시 얻는 베네핏 무궁무진
스타트업은 성장 발판 마련하고 유니콘 거듭
투자사도 빠른 엑시트 후 투자 동력 마련
"코넥스 독립성 확보하고, 좀비 퇴출해야"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투자조합을 만들어도 출구(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없으니…선순환이 사실상 어렵죠.”
국내 초기 투자 업계에서 코스닥 상장 이외의 마땅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채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코넥스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액셀러레이터(AC)들의 투자금 회수 기회를 넓혀 또 다른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동력을 마련하는 등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 코넥스 시장을 살리는 게 필수적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엑셀러레이터를 사이에서 유명무실해진 코넥스 시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코넥스 시장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 초기의 우수한 중소·벤처 기업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중소기업 전용 자본시장이다. 코스닥으로의 이전상장이 용이해 ‘프리-코스닥’ 시장으로도 불리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활기를 잃으면서 위기론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상황이 이렇자 AC들도 해당 시장을 엑시트 창구로 좀처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상 AC들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 후 최소 5년~10년 뒤에 IPO·구주매각·동종업계 M&A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그러나 거시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AC들이 엑시트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AC들이 시드 혹은 프리A 단계에서 투자한 포트폴리오 상당수가 (AC의) 펀드 만기 기간 내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경우가 극소수인데다, 국내 스타트업 M&A 시장 역시 활성화되지 못한 터라 현실적인 엑시트 옵션이 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AC들이 운용자산(AUM) 규모가 큰 벤처캐피탈(VC)에게 구주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마련인데, 요즘과 같이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선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AC 한 대표는 “요즘 같이 장이 안 좋을 때엔 구주매각 시 VC들이 할인율을 40%에서 50% 이상을 부르기도 한다”며 “이에 펀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한 AC들은 눈물을 머금고 그 할인율을 받아 들이거나 펀드 만기 연장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투자해도 막상 자금을 회수할 출구가 없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다.
비상장기업에 대한 엑시트가 원활하지 못하자 새로운 시장이 대안으로 생겨나고 있지만 제대로된 제도나 규제를 갖추고 있지 않아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AC 한 대표는 “코넥스를 활성화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비상장주식거래소와 STO 거래소 등 다른 형태의 거래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그만큼 기존 시장에서 회수가 안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 생기는 시장에 대해 어떻게 규제할지를 고민할 게 아니라 공시 의무가 있는 코넥스 시장의 체계를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넥스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만 활성화해도 국내에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측면에서 시장에 빠르게 선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활성화시 코넥스는 유니콘 산실된다”
좀비 기업을 걸러내고 유동성을 끌어와 코넥스의 독립성을 강화할 경우 코넥스가 유니콘 산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일본 사례를 빗대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코넥스격인 그로스 시장에서 초기 스타트업들이 뛰어논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식시장이 잘 형성돼 있다”며 “그로스 시장에 입성해 거버넌스를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매출을 늘려온 몇몇 기업들은 스탠다드와 프라임, 즉 우리나라 코스닥과 코스피격으로 이전상장하며 몸집을 불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시장을 체계화하고 좀비 기업 관리에 나선다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기업을 육성할 발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생태계 선순환 시 투자사 입장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만 수 있다. 한 AC 대표는 “코넥스를 활용해 빠르게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면 그 수익을 토대로 새로운 펀드를 조성해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할 동력을 얻게 된다”며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동성이 부족한 것과 관련해 “코넥스를 바라보는 대중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의지의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베팅에 익숙한 민족으로, (국가에서) 활성화 의지만 보인다면 되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실정에 한국 AC협회와 초기투자협회는 최근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로 통합 출범하면서 코넥스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우기도 했다. 전화성 AC협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AC들의 역할을 강화하고, 스타트업 생태계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부처 등에 코넥스 활성화를 제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싸거나 고급지거나'…어중간하면 폐업한다②[소비양극화]
- “돈 많대서 결혼…” 20살 연상 남편 살해한 어린 신부[그해 오늘]
- “자신감 어디서 나오나?” 질문에…‘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 애플 인텔리전스 공개…시리에서 챗GPT 쓴다
- 첫째 중학생때 MZ세대 부모는 퇴직…'근시안' 저출생 대책
- 돈 아끼다 호텔뷔페가서 한꺼번에 지른다①[소비양극화]
- 엔비디아, 10대 1 액면분할 발효 후 첫 거래일…주가↑
- “75억원 어치, 아무도 안가져가…‘김호중’ 때문에 난감하네”
- “언니들 긴장하세요”…여고생 골퍼 이효송·오수민 ‘新황금세대’ 뜬다
- 우리은행, 또 터진 횡령사고.. 100억대 빼돌린 직원(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