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수순…與, 보이콧 말곤 속수무책?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 11개 주요 상임위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몫으로 선출됐다. 앞으로 민주당이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차지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제22대 전반기 국회는 사실상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 국민의힘은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대야 투쟁에 나설 계획이지만 과반 의석을 등에 업은 야당의 독주를 여당이 막을 방법은 마땅히 없다는 점에서 여당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저녁 9시쯤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 등 11개 상임위원장 선출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날 여야는 법사위와 운영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를 두고 협상을 거듭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8시24분 쯤 최종 협상 결렬 후 브리핑에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주면 운영위와 과방위를 민주당에 넘겨줄 수 있다고 했으나 민주당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결국 본회의는 여당 불참 속 야당 주도로 열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 개의 후 모두발언을 통해 "되도록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열기 위해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길 기다렸지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상황 변동이 없어보인다"며 "민생이 절박하다. 국회를 이렇게라도 여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 소속 의원들의 불참 속에 오늘 본회의를 열게 되는 것이 국회의장으로서도 아쉽다. 관례를 존중해달라는 말씀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관례가 국회법 위에 있을 수 없고 일하는 국회라는 절대적 사명에 앞설 수는 없다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라는 점을 깊이 헤아려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의결된 선출안에 따르면 법사위원장은 4선의 정청래 최고위원이, 과방위원장은 재선의 최민희 의원이 맡게 된다. 이 외에 △운영위원회(박찬대) △교육위원회(김영호) △행정안전위원회(신정훈) △문화체육관광위원회(전재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어기구) △보건복지위원회(박주민) △환경노동위원회(안호영) △국토교통위원회(맹성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박정) 등이 선출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막판 협상에 참여한다면 전체 18개 상임위원회 중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는 내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어차피 법사위와 운영위를 빼앗겼으니 남은 상임위를 민주당이 다 가져가게 해서 피해자 입장을 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남은 7개 상임위 위원장 선출안도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애초에 국민의힘이 협상에 진지하게 응할 의사가 있었다면 이견이 없는 국민의힘 몫의 국회 부의장 선출은 했어야 할텐데, 이것도 하지 않았으므로 국회를 열 의사가 없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18개 전체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몫이 되는 것은 불가항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원 구성이 완료되는 즉시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안)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 등 주요 법안 처리와 함께 동해 일대 석유·가스가 매장돼있다는 '대형고래' 프로젝트에 대한 현안질의 등을 위해 각 상임위를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주요 법안을 상임위에서 본회의까지 야당 단독으로 여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안 상정과 회의 진행 권한은 상임위원장에게 있고 우원식 국회의장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 법에 따라 의사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국회 상임위 참여를 전면 거부함과 동시에, 당 정책위원회 산하 15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부처 단위 당정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민주당을 겨냥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사법리스크'를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 방탄 입법에 나선다며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 입장에서 잠시 국회 일정을 거부하면서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따른 비판 여론이 일길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는 관측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지금은 '총선 민심'이라는 것이 있어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이고,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여당으로서 국정 운영과 대통령 지지율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며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특위를 단독으로 연다면 그 비판은 민주당이 아닌 (야당과 협치하지 않는) 여당에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도 민주당은 18개 중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해 '독주'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 평론가는 "당시는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이었지만 지금은 야당이므로 (국회 마비로 인한) 국정 운영 차질은 걱정할 것이 없다"며 "(사법리스크 방탄이라는 비판도) 지방선거 때나 그 결과가 나올 것이므로 민주당은 지금 필요한 결정을 내리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안) 등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무작정 국회 일정에 불참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도 "아무리 보이콧하고 싶어도 어차피 국민의힘은 특검법을 막기 위해 국회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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