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거지 코스프레'는 처음이야…회춘 시도하는 '음성품바축제'
품바분장 등 체험 늘렸지만, 아쉬움 남는 행사 진행력
[편집자주] 과자 한봉지 7만원, 바비큐 한접시에 5만원. 비위생적인 환경과 어딜가나 비슷비슷한 축제 콘텐츠. 불과 지난해까지 국내 지역 축제나 전통시장에서 발견된 모습들이다. 과연 올해는 어떨까. 한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지역축제와 전통시장을 <뉴스1>이 직접 암행취재 했다.
(충북=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워터밤, 재즈페스티벌, EDM 페스티벌 등 음악 축제가 다가온 가운데 축제 분위기에 맞게 누가누가 더 '인싸'일까 대결하듯 뽐내는 '페스티벌룩'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반면, 꾀죄죄하게 '거지꼴'을 해야 '놀 줄 아는 사람이구나'하고 알아봐 주는 축제가 있다.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음성품바축제' 얘기다. '각설이'라고도 불리는 '품바'는 사전적 의미는 장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동냥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현대엔 신명나는 '품바가락'에 맞춰 사회적 풍자와 해학으로 카타리스트를 전하는 공연자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품바를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나 관광지에서 작은 공연 또는 장터 엿장수로 스쳐지나가듯 마주했다면 '음성품바축제'는 그야말로 품바 세상으로 '문화적 충격'이 연속이었다.
◇ 풍자와 해학이 벌어지는 정신문화축제
올해로 스물다섯살을 맞은 '음성품바축제'는 지역민들의 쉼터인 음성설성공원과 종합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 일원에서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열렸다.
축제는 '거지 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오늘날 꽃동네 설립의 모태가 된 최 할아버지는 장애를 가진 몸으로 음성군 금왕읍 무극리 일대 동네를 돌며 밥을 얻어다가 구걸조차 하지 못하는 걸인들을 먹여 살린다.
음성품바축제는 최 할아버지의 사랑과 나눔 정신을 이어받자는 의미와 함께 풍자와 해학이 깃들어진 '품바가락'이 더해지면서 재미와 해학이 넘치는 흥겨운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축제는 크게 하이라이트인 다시 돌아온 '품바공연'을 비롯해 품바패션쇼, 품바촌체험, 품바하우스 짓기, 전국 품바 길놀이퍼레이드, 천인의 엿치기 등 참여형, 공연형, 체험형 행사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그 결과, 음성품바축제는 충북에서 유일하게 문화관광체육부의 '문화관광축제'로 3년 연속 지정됐고, 7년 연속 충청북도 최우수축제로 자리매김했다.
◇ 품바 분장에 긴 대기 줄 지난달 26일, 축제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일까. 방문객이 바글바글했다. 설성공원 곳곳에서 열리는 각기 다른 공연과 먹거리, 체험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바쁘게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축제의 큰 공연장인 야외 음악당. 이곳에선 축제를 대표하는 '품바 공연'을 비롯해 '음성N품바 경연대회', '천인의 엿치기', '전국 품바 가요제'가 시간대별로 펼쳐진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4시에 두 차례에 진행하는 '품바공연'은 거지 옷을 입고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품바들이 구수한 각설이 타령을 부르며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며 관람객들의 '흥'을 끌어 낸다. 여기에 거침없는 입담까지 더해져 어르신들은 박수를 치면서 빵 하고 웃음꽃을 터트린다.
축제장에선 방문객 참여도를 높이려는 노력의 흔적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축제의 장에 들어서면 눈을 사로잡는 곳이 축제의 장 중심에 있는 천변무대서 펼쳐지는 '품바촌체험' 공간이다.
이곳에선 품바와 함께 신명 나는 음악 소리와 함께 장구를 치며 춤을 추는 '품바가락배우기'가 펼쳐지고 품바분장, 품바의상체험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거지 복장을 하려는 이들로 꽤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 레트로 감성 물씬…제대로 된 특산품 없는 건 아쉬워 축제는 MZ세대 등 20~30대 젊은 층의 참여를 위해 품바분장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전국 품파 래퍼 경연대회, 전국 청소년 댄스 퍼포먼스대회 등의 볼거리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방문객의 연령층은 중장년층이었다.
축제의 장 한곳에선 축제와 음성군 굿즈(판촉물)을 판매하고 있었으나, 이를 구매하거나 구경하는 이들을 보기 드물어 구색 맞추기 용도로만 보였다.
'품바'라는 우리 고유의 문화 콘텐츠를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Y2K', '레트로' 등 복고 감성과 맞아 떨어지긴 하나, 이를 디자인 측면에서라도 한층 세련되게 만들어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먹거리는 향토 음식체험 공간을 마련해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었다.
음식체험 공간은 지역과 외부 식당 구역으로 나눴다. 지역 식당들이 모인 구역은 부스와 현수막 디자인을 통일했고 인증 마크처럼 '상상대로 음성'이라는 음성군 로고를 부착했다. 지역, 외부 식당 모두 '바가지요금'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 먹거리 메뉴와 가격은 크게 표기해 두었다.
지역 식당 구역에 남북하나재단이 후원하며 북한 향토 음식을 선보이는 특색 있는 식당도 있었으나, 대다수가 음성과 연관성이 없는 메뉴를 선보여 특산물을 맛보고 싶은 외지 방문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 은평구에서 찾은 김민훈(33)씨는 "홍어무침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지만, 충청도 음식 혹은 음성 특산물 음식을 기대했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다"며 "음식과 음료, 술 등 먹거리가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아쉬움은 이뿐만이 아니였다. 26일 오후 2시쯤부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축제장은 폭우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나마 향토 음식체험 구역이나 공연장 천막에서 잠시나마 비를 피할 수 있었으나, 저녁까지 이어진 굵은 빗줄기 속에 방문객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이들은 없었다.
우산이나 우비를 챙기지 못해 식당에서 겨우 얻은 봉지로 얼굴을 가린 채 주차장으로 뛰는 이들도 많았다.
◇ 문제의 음담패설, 성인 유료 공연으로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음성품바축제는 속도가 느리지만, 긍정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는 품바들의 공연은 '호불호'가 있다. 풍자와 해학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뻥 뚫어주는 역할도 하지만, 때론 관객들의 집중도도 높이기 위해 간혹 '음담패설'을 붙여 관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한 정대인(35)씨는 "성인들과 어르신들이 즐기기에 재미있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시간에 어린아이들도 함께 본다면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다른 페스티벌처럼 성인들에게 팔찌 등으로 인증하고 좌석에 앉아 관람하는 방식 등으로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음성군 축제추진위원회는 품바공연을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수위 조절을 하는 동시에 설성공원 실내 게이트볼장에서 성인전용품바상설유료 공연을 도입했다. 입장료는 1만 원으로 성인 인증해야 입장할 수 있다.
음성군 관계자는 "이전엔 공연 중에 과도한 '팁'을 요구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품바 공연단에 대한 크게 평이 갈렸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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