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고위 관료 “우리도 ICC 출석해 재판 받고 변호하겠다”

노지원 기자 2024. 6. 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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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자·전문가 3인에게 듣는 가자 전쟁 해법
하마스 정치국 고위 관료 바셈 나임 인터뷰
하마스 정치국 소속 고위 관료인 바셈 나임 전 가자 지구 보건부 장관. 본인 제공

“미국은 직접적으로 가자 지구 대학살에 참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정치국 소속 고위 관료인 바셈 나임 전 가자 지구 보건부 장관(2006∼2012년)은 현재 물밑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협상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한쪽으로는 휴전안을 이야기 하면서 다른 한 쪽으로는 계속 이스라엘에 외교 군사 재정 지원을 하고, 이스라엘 공격을 막으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해 “방어적 행위”였다고 항변하면서 민간인을 인질로 잡은 데 대해서는 “알카삼 여단이 계획한 혼란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전쟁의 해법이 “팔레스타인 스스로 지도부를 정할 수 있는 선거”라면서 경쟁 정당인 파타흐와 통합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스라엘을 향해 국제법을 준수하라는 그에게 ‘하마스 지도자도 국제법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출석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그렇다”면서 “자기 방어 원칙에 따라 지도부를 변호하겠다”라고 했다. 3일 카타르 도하 사무실에 있는 그와 화상으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는 왜 이스라엘을 공격했나?

“가자 지구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었다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75년 동안 점령 당했다. 특히 지난 17년 동안 가자는 감옥, 동물농장으로 변했다. 230만명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도, 음식, 의약품을 구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았다. 이스라엘 우파 정부가 2018년 ‘민족국가법’(이스라엘을 유대인의 배타적 민족국가로 선언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스라엘이 알아크사를 비롯한 모든 사원을 통제, 파괴할 수 있고,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유대교화해 팔레스타인인 30만명을 몰아낸다는 뜻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서안 지구 합병 계획도 채택했다. 10월7일은 ‘방어적 행위’였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가자 주민 수만명이 무고하게 죽었다. 예상 안 했나?

“이스라엘은 10월7일 전에도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계속 살해했다. 2000∼2023년 여성, 어린이, 노인을 포함한 2만명이 검문소 등에서 군, 이스라엘 정착민에 의해 죽임당했다.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지 뿐이다. 영양실조, 배고픔, 질병으로 죽거나, 로켓에 맞아 죽거나. 이스라엘은 2008, 2012, 2014, 2021년 등 과거에도 지금 같은 공격을 했다. 특히 2014년에는 하마스가 도발하지 않았는데도 51일동안 가자를 공격했고 수천(2100명 이상)명이 죽었다. 지금 이스라엘이 하고 있는 작전은 10월7일에 대한 보복이 아니다. 준비해 둔 가자 지구 소개 작전이거나, 저항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벌 주려는 것이다.”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질로 잡은 이유는?

“10월7일, 알카삼 여단은 이번 작전이 군사적 목표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단 그날 이스라엘군에서 가장 강한 여단이 무너졌고 국경이 열렸다. (하마스뿐 아니라) 다른 세력부터 민간인까지 뒤섞여 혼돈 상태였다. 알 카삼 여단이 계획한 혼란이 아니었다. 사복을 입은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민간인은 아니다.”

―지금 인질들은 어디있고, 살아있는 이는 몇 명인나? 이미 사망했다면 이유는 뭔가?

“그 누구도 가자 지구에 있는 이스라엘 인질이 정확히 몇 명인지 살아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3월, 알 카삼 대변인은 최소한 7명이 이스라엘 폭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융단 폭격으로 마을 전체를 초토화 시킨다. 이 때문에 최소한 1만명이 아직도 잔해 아래에 있다. 또한 알카삼 여단만 아니라 다른 단체들도 이스라엘 인질을 잡고 있다. 휴전을 해서 서로 다른 지역에 나뉘어 있는 인질을 모으고, 생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에 폭력을 쓰고, 심지어 성폭행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일부 이스라엘 보도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 12월 초 풀려난 인질 일부는 알카삼 여단이 자신을 잘 돌봐줬다고 말했다. 아무도 성폭행, 강간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런 행위는 우리의 믿음, 문화에 어긋난다.”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에 납치돼 가자 지구에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라파흐를 비롯해 가자 지구에 하마스 부대가 얼마나 남아있나?

“라파흐뿐 아니라 칸 유니스, 등 전역에 대원들은 여전히 남아 있고 아주 좋은 상태다. 저항 운동을 파괴하려는 이스라엘군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비단 하마스 때문만이 아니다.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 팔레스타인인 약 90%가 저항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을 통해 하마스가 얻으려는 것은?

“첫째, 17년 동안 계속되는 가자 봉쇄를 끝내야 한다. 둘째, 이미 전세계 148개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했다. 이스라엘 점령을 끝내야 한다. 셋째, 우리 자유 전사(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병사)의 석방이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 같나?

“불행히도 그들은 어떻게 전쟁을 끝내야 할지 모른다. 일부는 가자 지구를 재점령하고 유대인들을 데려오자고 한다. 다른 이들은 공격을 끝내고 가자에서 철수하고 자결권을 주자고 한다. 누군가는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가자 지구로 데려오자고 한다. 가자 지구에서 저항 운동을 파괴하고, 인질을 데려오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거다. 그들은 내부 분열을 겪으면서 분명한 목표없이 전쟁을 계속할 뿐이다.”

―이스라엘 정부 주장대로 하마스 “박멸”이 가능하다고 보나?

“불가능하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 대부분을 대표하는 정치적 운동이다. 가자지구뿐 아니라, 서안 지구, 예루살렘 등 어디에나 있다. 이스라엘은 그들과 맞서 싸우려는 새로운 세대를 마주하게 될 거다. 자유와 존엄을 위해 싸우려는 팔레스타인은 오늘 날에는 ‘하마스’이지만, 30년 전에는 파타흐였고 10년 전에는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이었다.”

―현재 휴전협상이 교착 국면에 있다. 협상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나?

“5월6일, 중재국한테서 (휴전안) 제안을 받았고 우리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스라엘은 그들과 상의했던 안을 거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새로 제안을 했고 우리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 제안으로 협상을 타결할 준비가 돼 있다.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가자 지구 철수와 영구적인 휴전, 가자 지구 재건, 피란민의 고향 복귀, 인도지원 재개, 인질-수감자 맞교환의 의지가 있는지 이스라엘이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집트, 카타르, 미국 등도 휴전안 타결을 위한 중재 역할을 하고 있다. 도움이 되나?

“이집트, 카타르의 역할은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미국은 한쪽으로는 휴전안을 이야기 하면서 다른 한 쪽으로는 계속 외교, 군사,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으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은 직접적으로 가자의 대학살에 참여하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길 바라나?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어느 당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들은 모두 이스라엘에 더 많은 무기와 돈을 보내자는 청원에 서명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 중부 누세이라트 남민 캠프에서 한 여성과 어린이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하마스의 전후 통치 계획은?

“가자, 서안 지구, 예루살렘을 통치할 수 잇는 팔레스타인 통합 정부다. 휴전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물러났는데도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대표할 통합 정부를 세우지 못하면 비정파적 인물이나 관료가 참여하는 이른바 ‘지역 정부’를 만들어 국제 원조를 받고 가자를 재건하고 사람들의 일상 회복을 도울 수 있다. 선거를 치르기 전이라도 2007년에 했듯 각 정당이 대표자를 임명해 1∼2년 임시 정부를 구성하고 선거를 준비하도록 하면 된다.”

―과거에 파타흐와 통합 정부를 구성했지만 두 세력의 권력 투쟁으로 결국 실패하지 않았나?

“맞다. 양쪽의 분열이 이스라엘로하여금 팔레스타인을 나뉘게 했다. 하지만 이는 언제나 베냐민 네타냐후의 전략적 목표였다. 우리는 파타흐와 화해 조약을 체결했지만 이스라엘과 미국 때문에 망가졌다. 그들은 라말라의 자치정부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에게 이스라엘, 하마스 사이에서 양자택일하라고 요구했다. 하마스를 택하면 미국과 국제사회에 제재를 받기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유일한 해법은 팔레스타인인이 스스로 지도부를 정하도록, 선거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전후 계획 일환으로 자치정부도 하마스도 아닌 국제 행위자나 ‘대안’ 정부가 가자를 민사, 군사적으로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팔레스타인인이 아닌, 우리와 협의하지 않은 그 누구도 대안이 될 수 없다. 공격을 받게 될 거다.”

―이-팔 분쟁의 해법은?

“팔레스타인은 1993년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한 오슬로 협정에 서명하면서 평화를 위한 손을 내밀었다. 그걸 파괴한 건 이스라엘이다. 국제법에 따라 우리는 독립된 주권 국가와 모든 피란민의 귀환을 원한다. 1948년 이스라엘이 탄생하게 한 국제사회가 이들이 국제법을 존중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국제형사재판소(ICC) 판결을 보더라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 않나.”

―그런데 국제형사재판소는 하마스 지도자인 신와르에게도 체포 영장을 청구했다.

“맞다. 우리에게는 자기 방어 원칙에 따라 지도부를 변호할 것이다.”

―하마스 지도부가 법원에 출석해서 재판을 받을 의향이 있나?

“그렇다. 우리는 국제법을 존중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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