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점령 중단으로 폭력의 고리 끊을 수 있다”

노지원 기자 2024. 6. 11. 0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브 왁스먼 UCLA 교수 인터뷰
당국자·전문가 3인에게 듣는 가자 전쟁 해법
도브 왁스먼 UCLA 교수. 본인 제공

“팔레스타인인에게 독립과 자유를 성취하도록 한다면, 하마스 같은 무장 단체에 대한 지지를 낮출 수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전문가로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나자리안 이스라엘 연구 센터를 이끌고 있는 도브 왁스먼 교수는 현재 8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가자 전쟁과 수십 년째 이어진 유혈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구조적 폭력”의 제거를 강조하면서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 전에도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군이나 (유대인) 정착민에 의해, 이스라엘인은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에 죽임을 당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고리는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등에 대한 군사) 점령을 그만두는 것으로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왁스먼 교수를 5일 화상으로 만나 가자 지구의 미래와 전후 계획, 휴전협상 전망에 대해 두루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스라엘은 전쟁을 어떻게 끝낼까. 특히 가자 지구를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오랜 소모전으로 수렁에 빠질 위험이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스라엘군이 가자를 오래 점령함에 따라 정착촌이 재건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스라엘 정부 내부에는 오랫동안 가자를 점령할 뿐 아니라 이스라엘 정착촌을 재건하고 싶어하는 강력한 세력이 확실히 있다. 적지 않은 수의 이스라엘인이 이를 지지한다.”

―이스라엘 정보 기관 보고서처럼 가자 주민이 시나이 반도로 내쫓길 가능성도 있을까.

“가자 지구 ‘밖’으로의 강제 이주, 추방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다. 이스라엘 정부 안에 이를 원하는 극우주의자가 있지만, 적어도 현재는 이들이 정책을 설계하지 않는다. 향후 정부 구성이 바뀐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집트 정부는 이런 가능성을 자국 주권,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여기며 절대 반대한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의 평화 협정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다만, 이번 전쟁으로 가자의 주거지, 기반시설이 거의 절반은 파괴됐다. 정말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남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인종 청소’의 위험이 있을까.

“전쟁 이래 가자 지구에 내부에서는 (이스라엘방위군의 군사 작전과 대피 명령에 따라) 일종의 ‘강제 이주’가 이뤄지고 있다. 영구적일지, 일시적일지 모르지만 100만명 이상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의 특정 지역, 특히 국경 인근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완충 지대’로 만들어서 팔레스타인 주민이 살거나 일하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박멸”하겠다고 한다. 가능할까?

“근거 없는 믿음이다. 하마스는 다면적인 조직이다. 군 뿐 아니라, 정치(정당), 그리고 사회적 네트워크도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 군 조직의 날개를 꺾는 건 가능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하마스의 사상에 이끌린 무장대원이 없으리란 법은 없으며, 정치 조직까지 파괴할 순 없다. 오히려 정치적 지지는 더 커질 수 있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는 가자, 서안지구뿐 아니라 카타르, 튀르키예 등 외부에 걸쳐 있다. 전 세계에 지지세력과 자금 모금 네트워크가 있다.

주민 동의에 따라, 가자 지구에 하마스를 대체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정부가 세워지지 않는 한, 하마스가 지난해 10월7일 같은 일을 또 저지를 순 없더라도 여전히 이스라엘인을 향한 폭력, 테러행위를 할 순 있다. 우리는 가자 북부에서 이스라엘군에 패배했던 하마스가 재빠르게 다시 돌아온 사례를 이미 목격했다.”

―하마스가 사라지더라도 비슷한 극단주의적 단체가 생겨날 가능성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대중에 인기를 얻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약 3분의 1이 하마스를 지지한다. 가장 큰 이유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항해 대표로 무장 투쟁을 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주민이 가자,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점령 아래 살아가는 한 하마스든 아니든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팔레스타인의 열망을 달성하기 위한 무장 투쟁을 지지할 것이다. 이뿐 아니라 현지에는 이슬람 율법에 따른 통치를 지지하는 상당한 규모의 팔레스타인인이 있다.”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최남단 라파흐에서 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피란을 위한 짐더미 위에 앉아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전후 계획과 관련해 하마스에는 물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도 민사 및 군사적 통제권을 양도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마스도, 자치정부도 아닌 ‘제3의 대안’이라는 건 환상이다. 가자지구에 이스라엘과 함께 협력할 의지가 있는 팔레스타인인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향후 하마스에 암살당할 가능성이 크다. 하마스가 존재하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 제3자가 권력을 가지는 것을 막을 것이다.”

―2006년 총선 이래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이 아닌 외부자가 통치 주체를 결정하는 게 과연 합당한가.

“팔레스타인인들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스라엘인들 대부분은 자기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하마스가 과거 선거에서 이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래전 일이고 2006년 이래로 선거가 열리지 않았다. 하마스는 초법적으로 독립 언론을 위협하는 등 권위주의 체제로 자리매김했다. 불법적이며 팔레스타인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다. 유일한 길은 다시 주민에게 선거로 의사를 묻는 것이다. 그래야 합법성을 담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선거 개최에 반대한다.

“이스라엘은 지금 당장 선거가 열리면 지난번처럼 하마스가 승리할까봐 진심으로 두려워하며 반대한다. 하마스의 라이벌로 세속 정당인 파타흐, 곧 자치 정부는 아주 인기가 없다.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이며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안보 협력을 하기 때문이다.”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다. 타결될 가능성은?

“상당히 비관적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가자 지구에 있는 하마스 리더 야히야 신와르의 정치적 목표와 이해는 근본적으로 양립이 불가능하다. 제로섬 분쟁이다. 신와르는 전쟁을 끝내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철수하는 영구적 휴전을 원한다. 이를 약속받기를 요구할 것이다. 이는 곧 하마스의 승리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에는 ‘패배’를 의미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차기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 하마스 박멸이라는 목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이 3단계 휴전안을 제안한 현 상황은 최고의 기회다.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상당수가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구해내야 한다는 큰 국내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휴전안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극우 파트너들이 경고했듯) 연정이 깨질 것이라서다.”

―협상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도 이스라엘군은 여전히 가자에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하마스가 더 군사적 압박을 받을수록,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그렇지 않다. 하마스 지도자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인질을 석방하려면 전쟁을 끝내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타냐후의 주장과 달리 군사적 강압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점점 더 많은 이스라엘 인질이 사망하고 있다. 네타냐후가 말한 하마스 파괴와 인질 구출이라는 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주장은 허구다.”

―네타냐후 총리는 협상 의지가 있을까?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시간을 끄는 거 아닌가.

“사실이다. 그가 휴전안을 받아들이면 연정은 무너지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네타냐후의 정당은 질 거다. 총리는 직을 내려놔야 한다. 그의 부패 혐의 관련 재판도 진행 중이다. 감옥에 가지 않는 방법은 계속 총리실에 남는 거다. 어떤 이유에서든 선거를 피할 매우 강한 개인적 동기가 있다. 매우 비극적이지만 인질 구출은 더는 네타냐후의 우선순위가 아닌 듯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23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동맹인 이스라엘, 특히 네타냐후를 통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을 강압할 수 있는지는 미국의 ‘레버리지’(지렛대) 사용 의지에 달렸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군의 라파흐 지상전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은 무기 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며 “레드 라인”을 언급했지만 결국 이스라엘은 작전을 강행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무기도 계속 공급하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대립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유대인 유권자 표를 의식해서인가?

“투표나 기부금도 이유겠지만 첫째, 바이든 대통령은 스스로 ‘친이스라엘’임을 자청한다. 또한 둘째,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압박하려고 한다 해도 재선을 해야 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막아설 거다. 이스라엘 정부와 친이스라엘 로비 세력이 그동안 미국 의회에서 쌓아온 노력은 미국 대통령의 대이스라엘 강압 행위를 억지할 만큼 크다. 특히 이번 문제는 이스라엘 국익과 직결된 문제라, 동맹국의 영향력 행사가 제한적이다.”

―11월 미국 대선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 집권 시 외교 정책은 가늠하기가 어렵다. 다만 공화당은 상당히 친이스라엘적이어서 네타냐후나 이스라엘 정부가 하려는 건 뭐든 지지하지 않겠나. 바이든 대통령한테는 전쟁을 넘어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과 그의 일환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상하는 외교적 작업을 재개하려는 야망 넘치는 계획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네타냐후가 총리직에 있는 한 성공 가능성은 안 보인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미래는?

“이스라엘 연정이 무너지지 않는 한 현 정권은 2026년 총선 때까지 유지된다. 현 정부는 이번 전쟁뿐 아니라 사법 개혁 등 탓에 대중 지지가 매우 낮다. 현 상황에서 선거가 열리면 패배 가능성이 크다. 네타냐후가 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을 필사적으로 피하는 이유다. 2026년 총선 결과는 현재로썬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여전히 10월7일의 비극을 기억하고 있다. 만약 현 정부가 그때까지 하마스를 격퇴하는 등 어느 정도 승리를 달성한다면 이는 분명 선거에 호재로 작용할 거다. 그래서 계속 시간을 끄는 것이다.”

―제2의 ‘10월7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하마스는 한 덩어리의 조직이 아니다. 내부에 온건파, 강경파가 섞여 있다. 최근 2년여 동안, 그리고 지난 10월7일 공격 이후 극단적인 세력이 결정권을 잡고 있다. 신와르뿐 아니라 하마스 최고사령관 모하메드 다이프 등은 이스라엘이 파괴돼야 한다고 믿는 사상가들이다. 또 다른 10월7일이 있을지는 결국 현재처럼 하마스 내부 정치적 균형이 극강경파 쪽으로 쏠릴지에 달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은?

“내가 제시한 연합(confedration)의 방식은 또 다른 ‘두 국가 해법’이다. 가장 실현 가능한 해법은 이스라엘 옆에 가자 지구, 서안 지구, 동예루살렘을 관할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설립하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게 하려면 이스라엘과의 많은 협력이 필요하다. 이는 하루아침에 가능하지 않다. 점진적으로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또한 우리가 해법을 이야기할 때 비폭력과 완전한 평화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상대를 죽이려 들지 않으면서도 서로 이견을 공유할 수 있다. 폭력의 중단을 위해서라도 팔레스타인 국가의 설립은 필요하다. 그렇게 돼도 일부 이스라엘인은 팔레스타인이 불법이라고 생각하고, 어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영토에서 물러나길 원하는 등 의견 불일치가 있을 거다. 하지만 이를 통해 최소한 수십 년 동안의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게 시작이다.” (왁스먼 교수는 저서 ‘우리가 알아야 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모든 것’에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두 주권 국가가 유럽연합(EU)처럼 연합의 일원이 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이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전 세계 어디에서든 테러리즘의 가능성을 제거할 순 없다. 하지만 폭력의 수준을 낮추거나 멈출 순 있다. 첫째, 이스라엘이 서안지구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한 계속되는 ‘구조적 폭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군이나 정착민에 의해, 이스라엘인은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에 죽임을 당하고 있는데 이 고리는 이스라엘이 점령을 그만두는 것으로 끊을 수 있다. 둘째, 팔레스타인인에게 민족적 열망이나 독립, 자유를 성취하게 한다면, 결국 하마스 같은 무장 단체에 대한 지지를 낮출 수 있다. 이들 극단주의 단체는 점점 작아지고 오늘날처럼 기능하긴 어려울 것이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