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대프리카’… ‘가마솥 더위’ 기습 [뉴스 투데이]

이예림 2024. 6.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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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대구 등 경상 내륙 지역 발효
건조한 공기 하강하며 압력 커져 ‘찜통’
대구 한낮 33.4도 올라 벌써 ‘대프리카’
6∼8월 평년 기온 웃돌 확률 74∼80%
기상청 “동남아처럼 강수량도 늘 듯”
중부 등 이번주 내내 30도 이상 관측

올여름 한반도 날씨가 동남아 수준으로 덥고 습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지난해보다 일주일 빠른 10일 경상 내륙 지역에서 발효됐다. 지난해 전 세계가 40도가 넘는 이상고온으로 몸살을 앓은 가운데 올해는 이보다 더 더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기상청은 온열질환 등 기상재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30도에 이르며 더위가 이어진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그늘막 아래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열화상카메라 화상은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으로 나타나며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곳은 푸른색으로 나타난다. 뉴스1
기상청은 10일 오전 10시 대구와 울산 서부, 경북 영천·경산·청도·경주, 경남 김해·창녕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대구의 경우 한낮 기온이 33.4도까지 올랐다. 이 밖에 내륙을 중심으로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며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기상청은 “온열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물을 충분히 마시고 격렬한 야외 활동을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폭염주의보는 체감온도가 2일 이상 33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어갈 것으로 전망되면 폭염경보로 강화된다. 지난해는 6월17일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최근까지 한랭 건조한 북풍의 영향으로 낮았던 습도는 이날부터 다시 예년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진 서울의 습도가 40%대를 기록하는 등 예년보다 20% 정도 낮아 가을 날씨 같았다. 하지만 이런 쾌청한 날씨는 잠시였고, 이날 서울의 습도는 최저 55%∼최고 85%로 일평균 습도가 70% 내외로 올랐다.

달아오른 지구 폭염(暴炎)이 지난해보다 일주일 일찍 시작됐다. 기상청은 10일 오전 10시쯤 대구와 울산 서구, 경북 영천·경산·청도·경주, 경남 김해·창녕에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지난해 6월17일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앞당겨졌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사진은 세계 기상 정보 비주얼 맵인 어스윈드맵으로 확인한 날씨 ‘고통지수’(Misery Index)로 높을 경우 황색과 적색을, 낮을 경우 청색을 띤다. 한국의 ‘불쾌지수’와 비슷한 지수다. 뉴스1
초여름을 건너뛴 채 찾아온 한여름 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등 중부 주요 지역의 최고기온도 이번 주 내내 30도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12∼13일엔 대구 등 남부 지역의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고, 서울은 31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기상청은 중기예보에서 무더위가 19일까지 계속된다고 발표했다. 평년(1991∼2020년 평균) 6월 초·중순 최고기온은 25∼29도였다.

평년보다 이른 이번 더위는 주말 사이 몽골 동부 등 한반도 북서쪽으로부터 건조하고 무거운 공기가 가라앉으면서 들어오는 ‘하강 기류’가 형성된 영향이다. 대기 상층에서 건조한 공기가 하강하며 압력이 증가하는 단열압축이 일어나 기온 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고기압의 영향으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면서 한낮 전국 대부분 지역에선 자외선 강도도 강했다.

다만 기상청은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기상 변인으로 매해 폭염특보 발효 시점이 달라진다고 부연했다. 최근 10년간(2015∼2024년) 통계 자료를 보면 2015∼2020년 모두 올해보다 빨리 폭염특보가 발표됐다. 특히 2015년, 2016년, 2018년, 2019년엔 이번 발표보다 한 달 빠른 5월에 발령됐다. 이 기간 폭염특보는 2019년(5월15일)에 가장 빨리, 2021년(6월30일)에 가장 늦게 이뤄졌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이번에 폭염주의보가 이르게 발표된 이유를 특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며 “다만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 현상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올여름 한반도에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기상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여름철 3개월 전망(6∼8월)’에 따르면, 6월과 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50%, 7월은 40%로 전망됐다. 기상청은 한국과 미국, 영국 등 12개국 기후예측모델 자료 503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6∼8월 기온이 평년기온을 웃돌 확률이 74∼80%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올여름이 평년기온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평년기온 자체가 오른 상태기 때문에 본격적인 여름철엔 찜통더위가 예상된다. 기상청이 전국 관측을 시작한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50년간 6월 평균기온은 1.4도 올랐다. 7월과 8월도 각각 0.9도, 1.0도 상승했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의대로 일대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강수량은 평년보다 더 많아져 습도가 중요한 체감온도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파악됐다. 6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은 50%였고, 7월과 8월은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로 예측됐다. 강수량이 적어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이란 뜻이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동남아 지역처럼 한국도 평년보다 덥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여름 위험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재난 관계 부처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최근 강조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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