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포퓰리즘 전문가’ 팔로넨 교수 “‘국가’ 앞세우는 나쁜 포퓰리즘”…좋은 포퓰리즘은?[2024 경향포럼]

이창준·김희진 기자 2024. 6. 1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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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경향포럼 인터뷰 | 포퓰리즘 정치,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포퓰리즘 전문가 에밀리아 팔로넨 핀란드 헬싱키대 정치학과 교수
에밀리아 팔로넨(Emilia Palonen) 핀란드 헬싱키대 정치학과 교수(47)가 지난달 3일 헬싱키 마우눌라 하우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헬싱키|이창준 기자

포퓰리즘은 흔히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여긴다. 정책을 제안하고 결정하는 정치인이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공익과 무관하거나 오히려 공익을 해치는 정책을 남발하는 행위를 포퓰리즘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중의 혐오나 분노를 이용해 반민주적인 정책을 펼치는 정치 지도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포퓰리즘 정치는 민주주의 제도 자체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지목되기까지 한다.

유럽 포퓰리즘 연구의 권위자인 에밀리아 팔로넨 핀란드 헬싱키대 정치학과 교수(47)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유럽 지역의 다양한 포퓰리즘을 연구해 발간한 저서 <느슨한 포퓰리즘(Populism on the Loose)>에서 팔로넨 교수는 포퓰리즘을 ‘텅 빈 기호 표현(Empty Signifier)’이라고 정의했다. 원래 포퓰리즘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가치 중립적인 정치행위라는 것이다.

포퓰리즘 자체에는 어떤 정책적 내용도 담겨져 있지 않다. 다만 정치인들이 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간혹 반민주적인 형태로 발현되기도 한다는 게 팔로넨 교수의 설명이다. 본질적 의미의 포퓰리즘이라면 정치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정책 결정에 대중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시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도 포퓰리즘이 필요하다. 팔로넨 교수는 “사람들은 포퓰리즘에 인종차별적 성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종차별은 인종차별일 뿐 포퓰리즘이 아니다”며 “시민을 정치에 참여시키는 과정인 포퓰리즘은 얼마든지 다양한 견해와 관점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로넨 교수는 일상에서 포퓰리즘 정치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 마우눌라 지역의 문화센터 ‘마우눌라 하우스’ 건축 과정에 주민 대표로 참여했다. 마우눌라 하우스는 지역의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주민들은 마우눌라 하우스가 문을 연 2017년부터 그곳에서 자신들의 지역 관련 정책을 스스로 제안하고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한다. 매년 선출되는 주민 대표는 마우눌라 하우스가 실시하는 다양한 행사나 공공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을 지역 공무원들과 함께 논의해 결정한다.

지난달 3일 헬싱키 마우눌라 하우스에서 팔로넨 교수를 만났다.

에밀리아 팔로넨(Emilia Palonen) 핀란드 헬싱키대 정치학과 교수(47)가 지난달 3일 헬싱키 마우눌라 하우스에서 경향신문 김희진 기자와 대담하고 있다. 헬싱키|이창준 기자

-저서 <느슨한 포퓰리즘>을 보면 포퓰리즘이란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포퓰리즘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포퓰리즘은 그 자체로 특정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집단이나 정치 요구를 하나로 묶기 위해 사용되는 논리다. 여러 요구들 중 하나가 나머지 전체를 대표하게 되는데, (포퓰리즘이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정치 요구 중 부정적인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요구라면.

“가령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이민자 수용 정책에 반대한다. 이러면 사람들은 포퓰리즘이 인종차별적 성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종차별은 인종차별이고, 이민자 반대 정책은 이민자 반대 정책이라고 정확히 얘기해야 한다. 이들은 포퓰리즘과는 구별되는 정의다.”

-포퓰리즘 자체에는 부정적 의미가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포퓰리즘은 대중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는 데서 시작했는데, 대중은 그 자체로는 정의되지 않은 집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은 때론 서로 다른 정치적 요구를 대표하는 집단이 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진보 또는 보수 세력이 대중을 대표할 수 있다. 특정 정치 지도자 위주로 포퓰리즘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만 포퓰리즘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때는 반민주적으로 발현될 우려가 있다. 포퓰리즘은 ‘우리 집단’을 형성하기 때문에, ‘우리’와 다른 요구를 하는 집단은 배척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 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의회 정치는 서로 다른 정당이 경합하는 구조인데, 정당 정치는 ‘우리’와 ‘그들’을 선명하게 나눈다. 정당 정치를 곧 포퓰리즘 정치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다. 모든 정당은 포퓰리즘적일 수 있다. 또한 포퓰리즘적이어야 한다. 서로 다른 정치적 요구를 형성하고 당을 나눠 이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포퓰리즘은 필요하다.”

사람들은 포퓰리즘이 인종차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둘은 구별되는 정의다. 우리는 인종차별은 인종차별이라고 정확히 말해야 한다.

-포퓰리즘은 시민이 원하는 의제를 정치에 반영하는 수단으로 봐야하나.

“당연히 그렇다. 왜냐하면 포퓰리즘의 내용은 미리 정의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은 얼마든지 다양한 견해와 관점을 수용할 수 있다. 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정치의 영역에 끌어올 수 있다. 즉 시민을 정치에 참여시키는 과정이다. 포퓰리즘은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 알고 있지 않은 상태다. 정치 집단에 직접 참여한 대중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의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은 포용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특정 정치 집단 안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그룹을 포괄할 수 있다.”

-현실에서의 정치 집단은 포용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포퓰리즘과 나쁜 포퓰리즘을 구분한다면.

“좋은 포퓰리즘이란 민주적 형태이다. 다른 정치 집단을 제거해야할 대상이라고 먼저 정의하지 않는 것이다. 인종이나 종교 등 인구통계학적 요소로 집단을 미리 정의하지도 않아야 한다. ‘우리 집단’에 누가 포함되고 포함되지 않을지를 미리 정해선 안된다. 포퓰리즘 정치가 만들어가는 정책 중에 시민 복지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여지가 있으면 포함하고 아니면 빼면 된다.”

-그렇다면 나쁜 포퓰리즘은 ‘반민주적 포퓰리즘’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그렇다. 나쁜 포퓰리즘은 반민주적일 뿐만 아니라 반자유주의적 포퓰리즘이다. 반자유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하나의 종교 등이다. 이런 포퓰리즘은 파시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포퓰리즘 자체를 두고 옳냐 그르냐 묻는다면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 이처럼 닫혀있는 포퓰리즘은 확실히 나쁜 포퓰리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포퓰리즘이 때론 나쁘게 인식될 수도 있지만 이는 포퓰리즘이라고 보기보단 단순한 파시즘이라고 봐야 한다.”

-나쁜 포퓰리즘의 예를 든다면.

“(인종을 주요 요소로 보는) 나치주의와 신나치주의는 나쁜 표퓰리즘이라고 볼 수 있다. 극우 포퓰리즘 역시 ‘우리 집단’을 구성하는 요소를 미리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극우 포퓰리즘은 국가를 매우 중요시한다. 핀란드에서 세를 떨치는 ‘핀란드인당’이 그 예다. 이들은 핀란드인만을 위한 정당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며, 외국인이 핀란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모든 외국인을 거부한다.”

-진보 진영의 포퓰리즘은 민주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과거 마르크스주의에 천착한 진보 포퓰리즘 역시 계층 요소만 고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후기 마르크스주의로 넘어오면서 포퓰리즘이 노동자 계급만을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깨지기 시작했다. 누구는 평화를 요구하고, 누구는 복지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단순히 정치 진영의 문제만은 아니다. 보수 진영 역시 대안 우파 운동은 서로 다른 그룹과 다양한 정치적 요구를 포함하기도 한다.”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하나의 종교···이런 반자유주의적 포퓰리즘은 파시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나쁜 포퓰리즘’이다.

-특정 인종만을 중시하는 나치주의를 대표적인 나쁜 포퓰리즘으로 꼽았다. 미국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역시 인종주의적 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는다. 히틀러와 트럼프는 포퓰리즘 관점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히틀러와 트럼프는 둘 다 민주적 시스템에서 등장한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나치와 달리 트럼프 집권 기간 미국의 시스템이 완전히 반민주적으로 돌아서진 않았다. 당연히 트럼프가 미국의 일부 소수 민족을 학살하지 않은 것도 차이점이다. 다만 트럼프 역시 인종주의자의 논리를 따르고 있고, 일정 부분 파시즘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디는 점에서 비슷하다. 일부 집단을 비인간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인종주의와 다르지 않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 도구로서 포퓰리즘 자체는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건 딜레마다. 정치인이 ‘국민의 이름’으로 발언할 때 그 국민이 누구인지는 분명치 않다. 당연히 소수자의 의견도 그 국민의 목소리에 반영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포용적인 관점이 민주적 포퓰리즘을 위해 중요하다. 실제로 대중은 늘 이질적인 존재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포퓰리즘은 국민을 하나의 종교나 민족으로만 보기도 한다. 일종의 잘못된 환상인데, 해결하기 어려운 딜레마다.”

-유럽과 미국 전역에 포퓰리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최근 반이민주의와 민족주의, 여성혐오를 표방하는 포퓰리즘이 확산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외모가 다른 외국인이 들어오는 걸 원치 않고, 여성들은 아이 낳는 데나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를 포퓰리즘이 아니라 반자유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둘은 엄연히 다르다. 반자유주의는 자유주의 시스템과 그 시스템이 내걸고 있는 다양성이라는 가치에 반하는 것이다. 반자유주의는 소수의 정치인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고 정치적으로 소수 정당의 역할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에밀리아 팔로넨(Emilia Palonen) 핀란드 헬싱키대 정치학과 교수(47)가 지난달 3일 헬싱키 마우눌라 하우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헬싱키|이창준 기자

-핀란드의 상황에 대해 묻고 싶다. 민주주의 선진국인 핀란드가 최근 극우 정당에 의해 민주주의를 위협받고 있다는데.

“상당히 우려스럽다. 반이민 의제를 앞세운 민족주의 정당인 핀란드인당이 핀란드 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정당이 됐다. 그들은 행정부에서도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신나치주의와 연관되는 등 의심스런 과거를 가졌다. 최근에는 핀란드인당 소속 의원이 술에 취해 술집에서 시민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일까지 있었다. 핀란드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보기까진 어렵지만, 내부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권력 지향적인 인물들이 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핀란드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나.

“글쎄. 요즘은 시민에게 총을 겨누는 폭력적인 사람들도 정치에 참여한다. (웃음). 다른 나라에 비하면 비교적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편이긴 하다. 물론 일부는 권력을 지향하지만 핀란드에서는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 부패 수준이 낮고 선거 운동에 많은 돈을 지출하기 때문에 정치인이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 그런 면에서 핀란드에 성실하고 훌륭한 정치인이 많다.”

-핀란드는 반부패 투명성지수 1위 국가로도 유명하다. 깨끗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요인이라면.

“민주주의를 비교적 일찍 시작했다. 러시아로부터 독립하기 전인 1906년부터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그래서 노동자 계급이나 농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핀란드인당의 전신인 핀란드농촌당은 시골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패 수준이 낮더라도 비공식 연줄은 여기저기 존재한다. 나라가 작다보니 오히려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다. 역설적이게도 최근에는 핀란드에서 정치인이 되겠다는 사람이 적어지고 있어 반부패가 유지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핀란드에서 정치 참여가 줄어드는 이유는.

“권력이 지역 정당이 아닌 중앙 정당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중앙 의회 대표들의 권력은 여전히 엄청나지만 지역 정당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의 목소리는 중앙 의회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핀란드의 지역 정당 조직이 매우 강력했고 중앙 정당과 상·하향식 토론도 활발했다. 오히려 이런 점이 핀란드 민주주의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

핀란드 정치에서도 반자유주의적 모습이 포착된다. 지역 민주주의가 약해진 점은 핀란드 민주주의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

-지역 민주주의를 다시 활성할 방안이 있나.

“일단 시민의 다양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먼저다. 핀란드엔 같은 인종이나 문화권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그룹이 있다. 축구협회처럼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 협회들도 많다. 이들이 나서서 각자의 의견을 공론화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학생이나 청년 등 미래 세대들이 민주 시민의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시스템은 어떤 게 있나.

“핀란드 학생들은 유치원에서부터 투표하는 법과 자신의 의견을 내는 법을 배운다. 초등학교 4학년인 내 아들은 어느 날 학교에서 독서 증서(Reading Diploma)를 받아왔다. 같은 반 친구들과 모두 같은 책을 읽기로 하고, 다들 책을 읽고 나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를 하기로 투표를 통해 합의했다고 한다. 이런 것이 상향식 의사결정이 아닐까. 어른들이 조직에서 성과 목표에 대해 의견을 내고 이를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방식과 같다. 한 두명의 권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교육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에밀리아 팔로넨(Emilia Palonen) 핀란드 헬싱키대 정치학과 교수(47)가 지난달 3일 헬싱키 마우눌라 하우스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헬싱키|이창준 기자

-헬싱키의 지역 민주주의를 활성화 하기 위해 마우눌라 지역에서 민주주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마우눌라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새로운 문화·청소년 센터와 도서관을 원했다. 헬싱키시에서도 새 건물을 짓기로 결정하고 주민 아이디어를 모았다. 주민들은 단순한 문화센터를 넘어선 ‘민주주의 공간을 원한다’고 말했다. 시민 대표로서 나는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주민의 의견을 취합했다. 그 결과 마우눌라 지역의 도서관, 청소년 센터, 성인 교육센터 역할을 겸하면서 민주주의 공간 역할을 하는 마우눌라 하우스가 탄생했다.”

-민주주의 공간의 의미는.

“이 지역에 필요한 정책 아이디어를 주민들이 직접 내고, 투표를 통해 필요한 정책을 직접 결정한다. 그 과정이 마우눌라 하우스에서 진행된다. 공공도서관이자 문화센터인 마우눌라 하우스를 어떻게 운영하고 어떤 문화 프로그램을 개최할지 역시 주민들이 직접 정한다. 주민 대표를 뽑고, 매년 두 차례 포럼을 열어 마우눌라 하우스의 공무원들과 이를 논의한다. 마우눌라 주민 약 7000명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간이다.”

-오는 26일 열리는 <2024 경향포럼>에서 전할 강연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마우눌라에서 벌어지는 상향식 숙의 민주주의를 한국에서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얘기해볼 생각이다. 핀란드는 한국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머리를 맞댄다면 더 나은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이외에도 핀란드의 민주주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해볼 생각이다. 최근 핀란드 정치는 핀란드인만을 중심에 두는 민족주의적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바람직인 발전 방향은 어떤 식이어야 하는지,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헬싱키 |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헬싱키 |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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