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르포] "재건축 내가 먼저" 분당·일산 열기

정영희 기자 2024. 6.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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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기대와 우려②] 무섭게 오른 호가… '추가분담금' 관건
[편집자주] 지난달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혜택을 처음으로 적용하는 선도지구와 선정 규모·기준을 확정했다. 재건축 이후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로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다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행정 절차에 따라 3년 후인 2027년 착공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속해서 상승하는 공사비로 조합원 추가분담금 규모가 사업의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선도지구 지정을 준비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 서현동 시범한양(3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지난달 정부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가운데 재건축 규제 완화 혜택을 처음 받게 될 선도지구 선정 규모와 기준을 발표하며 1기 신도시가 들썩이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에 따라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고 안전진단 면제 또는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며 단지별 경쟁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1기 신도시엔 적지 않은 정비 대기 물량이 있다. 시기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올지 알 수 없다. 이에 주민들 간 치열한 눈치싸움마저 벌어지고 있다. 지역별로 분당 8000가구, 일산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4000가구 등 총 2만 6000가구의 선도지구가 정해지게 된다.

선도지구로 지정에는 주민 동의(60점)와 단지 규모(20점)가 가장 중요하다. 이 두 항목에만 100점 만점에 80점의 배점이 배정됐다. 이 밖에 가구당 주차 대수 등 거주 환경 노후도, 도시 기능 활성화 필요성 등도 평가하지만 노후화된 단지들이 대부분으로 변별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들썩이는 서현·정자동… 사전동의율 확보 총력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선 ▲서현동 시범단지(삼성한신·한양·우성·현대) 7769가구 ▲한솔마을1·2·3단지(청구·LG·한일) 1872가구 ▲정자동 정자일로(임광보성·한라3·화인유천·계룡·서광영남) 2860가구 ▲수내동 파크타운(대림·롯데·삼익·서안) 3028가구 ▲양지마을(한양1·2단지·금호1·3단지·청구2단지) 4392가구 ▲까치마을1·2단지·하얀마을5단지 2523가구 ▲아름마을 5·6·7단지(풍림·선경·효성아파트) 1634가구 등의 통합 단지가 선도지구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솔마을1·2·3단지는 소유주 통합동의율(상가 포함)이 90%에 달할 정도로 취합이 빠르다. 신탁방식 재건축을 목표로 한다. 지난 4일 예비신탁사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토지신탁을 선정했다. 아름마을 5·6·7단지 또한 6일 주민을 대상으로 '통합재건축 2차 추진설명회'를 개최하며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범한양(3단지) 아파트 곳곳에는 사전동의율 80% 이상 돌파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까치마을1·2단지와 하얀마을5단지 또한 소유주 동의율 80% 선을 넘겼다. 경합 단지 가운데 용적률(142%)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해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유력 선도지구로 가장 규모가 큰 서현 시범단지가 거론된다. 당초 ▲삼성한신(1단지) ▲우성(2단지) ▲한양(3단지) ▲현대(4단지)의 4개 단지 통합 재건축이 전망됐지만 2개 단지씩 나눠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크면 이해 당사자가 늘어 동의율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일 찾은 성남 분당구 서현 시범구역은 재건축 기대감으로 들뜬 모습이었다. 단지 곳곳에 사전동의율을 알리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는 현수막을 통해 재건축 진행을 응원했다. 각 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개별 주민 설명회를 진행해 사전동의율을 높이려는 시도에 열중했다.

이날 만난 삼성한신 소유주 A씨는 "현재 사전동의율이 80% 이상까지 올라왔다"며 "빠른 시일 내에 목표인 95%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소유주 B씨는 "현재 매매가와 인근 판교 신축 아파트 시세를 비교하면 재건축 후 최소 5억원의 시세차익이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27일 기준)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평균 0.11% 오르며 2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신도시 재건축 사업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서현동, 정자동 위주로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정자일로에 위치한 임광아파트 또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시범한양 164.18㎡(이하 전용면적)의 최근 시세는 19억5000만원이다. 직전 실거래가 18억원(10층) 대비 1억5000만원 올랐다. 이달 첫째 주 기준 35.1㎡의 매도 호가는 7억~8억원 선으로 지난 21일 거래된 6억8000만원(15층) 대비 최고 17.6%(1억2000만원) 급등했다.
인근 양지5단지한양(1430가구) 역시 48.51㎡가 직전(9억원) 대비 1억원 오른 10억원에 거래됐다. 동일 면적의 매도 호가는 평균 7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통상 재건축은 단지 규모가 커야 사업성이 높다는 인식이 있지만 선도지구는 주민 동의율이 관건이라 많은 가구 수가 주민 사이 긍정 요인으로만 작용하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 열기 오른 일산… 분당 따라잡나


일산의 경우 ▲강촌마을 1·2단지 2906가구 ▲백마마을 1·2단지 2906가구 ▲후곡마을3·4·10·15단지 2564가구 ▲백송마을5단지 786가구 ▲백송마을6·7·8·9단지 2139가구 ▲백마3·4·5·6단지 3374가구 ▲강촌3·5·7·8단지 3616가구 등이 준비에 한창이다. 이 가운데 최대 규모인 백마마을 1·2단지는 고양시의 선도지구 컨설팅을 완료했다.

지난 4일 방문한 백마마을 1단지 주민들은 곳곳에서 선도지구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지난달 말 기준 주민 동의율은 80%를 넘겼다. 해당 단지 소유주 C씨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 대부분이 재건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사전컨설팅을 진행했던 단지들이 특히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아예 매물을 내놨다가 호가 오르는 것을 보고 다시 거두는 집주인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산 선도지구 후보지로 거론된 단지들의 호가는 최근 들어 오르는 추세다.
일산 마두동 강촌마을 3단지(훼미리) 아파트 전경.이 단지는 용적률 상향 등을 목표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백마 1단지(772가구) 133.47㎡는 두 달 전 8억8000만원(6층)에 손바뀜했으나 3주 만에 매물 평균가가 1억원 이상 올랐다. 강촌마을 1단지 154㎡ 호가는 10억5000만원 선인데, 지난 3월 같은 평형이 8억9250만원(11층)에 거래된 바 있다. 후곡마을 4단지 84㎡ 호가는 올 4월 5억5900만원(8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1억원 이상 상승한 7억20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5월 넷째 주 기준 고양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0.01%→0.00%)은 보합세로 돌아섰다. 다만 갑자기 오른 호가에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일산 신도시가 위치한 일산동구(-0.03%→-0.04%)는 하락 폭이 확대됐고 일산서구(0.04%→0.01%)는 상승 폭이 둔화됐다.

인근 부동산업계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개통 예정인 연말에 눈에 띄는 가격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 시선 회의적… "현실적인 방안 마련돼야"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대로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정비사업의 절차를 고려할 때 2027년 착공까지 시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지속해서 오르는 공사비에 따라 추가분담금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 즉 추가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가 재건축 추진의 관건"이라며 "사업 추진 속도가 부촌 중심으로 두드러질 여지가 큰데 이는 지역 양극화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는 주택 약 30만가구가 단기간에 입주, 향후 정비시기가 일시에 도래함으로써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 신규 주택 수급 문제가 발생하면 주변 거래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
강촌마을 1·2단지 앞 도로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붙여둔 응원 현수막이 게재됐다./사진=머니S 정영희 기자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정비시기를 분산해나갈 계획이다. 전세시장에서 이주 수요가 흡수될 수 있도록 주택 수급 동향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신규 택지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권역별 주택 수급 상황에 따라 소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이주 수요를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 미분양 우려나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주시 인근 단지끼리 사업의 시점이 겹치거나 비슷한 여건이 조성되면 일시에 매매·전세가격 상승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개발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과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추가 물량은 경합 관계"라며 "인접한 여러 지자체가 협업을 통해 광역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와 주민들과의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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