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남일 아니다"…中 강제노동, 韓에도 불똥 우려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주력하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강제노동 제품의 수입을 연이어 금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신장 위구르의 인권 문제가 중국에 대한 새로운 무역장벽을 넘어 국내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사업에 중요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한 건가요?"
미국 하원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중국의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과 고션하이테크(Gotion·궈시안)의 제품을 수입 금지 명단에 추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두 업체를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의 단체명단에 추가해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미국 하원은 CATL과 고션 하이테크의 공급망이 신장에 본사를 둔 중국 공산당 산하 국영 기업이자 지역 면화산업의 대부분을 관장하는 준군사조직인 'XPCC'와 연계 혐의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XPCC는 이미 위구르인의 대량 학살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판단돼 미국 국토안보부(DHS)의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의 단체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은 중국 신장 지역의 무슬림 소수민족인 위구르 자치구에서 일부라도 생산·제조된 상품은 강제노동 산물로 간주해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법입니다. 미국 내 제품 수입뿐 아니라 강제 노동 관련 외국인에 대한 미국 자산 거래 금지와 입국과 비자 제한 조치 등의 제재도 할 수 있습니다.
존 물레나르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CATL과 고션 하이테크의 공급망이 위구르인의 강제노동, 대량 학살과 깊숙이 연결돼 있음을 증명하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즉시 두 회사를 단체명단 이름에 추가하고 회사들의 선적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CATL은 즉각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미국 하원에서 언급한 일부 공급업체는 오래전에 종료된 사업 관계로 잘못 인용된 정보라는 주장입니다. CATL의 해외 시장 매출은 전체 매출의 32.67%를 차지합니다. 미국 매출 비중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지만, 테슬라를 비롯한 완성차업체들과 기술 라이센스 방식으로 미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입장을 빠르게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또 CATL은 미국 완성차업체인 포드와 협력 중으로 미시간주에 35억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지난해 11월에 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로 일정 부분 축소가 됐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머스탱 마하-E의 기본 선택 트림은 CATL이 만든 LFP 배터리팩을 사용하고 있어 만약 단체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션 하이테크 역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중국 지사는 고션의 주식 26%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폭스바겐 중국 지사 대변인은 "중국 내 기업 활동과 관련한 인권 침해 증거는 없다"며 "의혹을 즉각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우선순위 품목으로 면화나 폴리실리콘을 지정하다가 지난해부터 전기차와 배터리를 포함하면서 언젠가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릴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도 "원재료 단계서부터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실사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공급망 재검토와 다변화를 한 번 더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EU(유럽연합) 전역에서도 강제노동 수입 제품이 전면 금지됩니다. EU의회는 지난 4월 24일 '강제노동 제품 판매금지 규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규정은 사업자가 생산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전체 또는 일부가 강제노동을 사용해 만들어진 제품을 EU로 수입하거나 EU에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입니다. 완제품과 부품 여부와 관계없이 전 제품에 대해 적용합니다.
또 이 규제는 특정 산업이나 기업이 아닌 모든 산업과 기업을 대상으로 합니다. 기업 규모 역시 불문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적용됩니다. 모든 자연인과 법인, 심지어 법인격이 없는 단체도 해당하며 역내외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박정현 광장 통상팀 변호사는 지난 4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공동 주최한 'EU 배터리 정책 기업 활용 세미나'에서 ""올해 2월 포르쉐, 벤틀리, 아우디 등 수천 대가 강제노동으로 제조된 부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통관 보류가 났다"며 "배터리 역시 현실적으로 이 규제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원자재를 수입할 때는 이미 신장 지역과 연결 고리가 없는지 검토하면서 리스크는 피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 번 더 철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압박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오히려 투명한 공급망 관리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더 높이는 계기를 삼아야 하지 않겠냐"고 설명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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