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엔비디아 주가가 폭등했을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 6.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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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6월 10일 현재 전 세계 시가총액 TOP 10은 MS,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아람코, 메타, 버크셔 헤서웨이, TSMC, 일라이 릴리 순이다. 빅테크기업들이 상위권에 포진한 현재의 순위는 엔비디아를 제외하곤 지난 10년 동안 크게 변화가 없었다. 삼성전자는 25위, SK하이닉스는 150위다.

그런데 조만간 1위의 자리가 바뀔 거란 전망이 쏟아진다. 그 주인공은 전 세계 인공지능 열풍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작년에만 236% 상승했으며, 금년에도 143%나 올랐다. 경이적인 속도로 기업가치를 키우며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2조 9760억 달러로 MS(3조 1500억 달러), 애플(3조 190억 달러)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3위다. 한때 3조 달러를 넘기며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오르기도 했다.

1993년 창업한 엔비디아는 6년 만인 1999년에 시가총액 6250만 달러로 상장했으며, 24년이 지난 작년 6월 1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불과 8개월 만에 2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다시 4개월 만인 지난 6월 5일 3조 달러도 넘겼다. 1조 달러를 달성한 후 1년 만에 기업가치가 2조 달러가 더 늘어난 것이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 전체 상장회사는 2568개이며, 이들을 모두 합친 시가총액은 2640조 원으로 2조 달러가 안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 전체 시가총액보다 더 큰 성장을 이룬 것이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5년 상장 당시에 비해 무려 4만 8000배나 성장했으며, 상장 당시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제외하고도 4780배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AMD의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커티스 프리엠, 젠슨 황, 크리스 말라코스키 3명이 CPU 제조, 판매를 위해 설립했다. 그러나 인텔 등 막강한 시장 지배자가 있는 상황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여, 비디오 게임으로 인해 수요가 높아진 그래픽 칩셋(GPU)으로 눈길을 돌렸다. 처음 시장에 내놓은 제품은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다시 출시한 새로운 그래픽 카드가 크게 히트하면서 재기에 성공하였다. 그 후 비트코인 열풍으로 초호황을 누리다, 수요 감소로 GPU 가격이 폭락하고 신규 아이템이 실패하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다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이 당시 4대 주주였던 소프트뱅크는 주식 전량을 매각하고 손을 털었다. 품질 문제로 애플로부터 거래 중단 통보를 받았던 암흑기도 있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시작된 생성형AI 열풍으로 AI 가속기(AI accelerator)라는 AI 전용 반도체의 수요가 폭증했다. AI 기술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 학습, 추론할 수 있는 연산 능력이 핵심인데, 이를 구현할 수 있느냐는 AI 반도체의 성능에 달려있다. 엔비디아가 이러한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로 80%라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AI를 연구하는 모든 회사들은 엔비디아 제품이 필수 구매품목이 되었다. 품귀 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폭등했지만 수요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때부터 엔비디아의 주가도 날았다. 그러다 2023년에 들어서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생성형 AI 전쟁으로 그야말로 최고의 황금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투자회사 시코이어캐피털의 2023년 AI 시장 분석에 따르면, 오픈AI의 ChatGPT로 촉발된 AI 열풍으로 실제 수익이 크게 늘어난 회사는 엔비디아가 유일하고, 거의 모든 AI 회사들은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서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개발에 투입된 천문학적인 자금은 상당 부분 핵심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엔비디아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과거 골드러시 시대에 황금보다는 청바지로 돈을 벌었다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작 AI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도구를 파는 엔비디아만 대박이 났기 때문이다. 결국 '재주는 오픈AI가 부리고, 돈은 엔비디아가 벌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엔비디아의 급성장이 사실 생성형AI의 등장으로 인한 행운이긴 하지만, 이면에는 지금까지 엔비디아가 펼쳐 온 뛰어난 전략들이 숨어있다. 첫째,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여 GPU 개발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여,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여 AI 생태계를 주도한 것, 둘째, 모든 기업들이 뛰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발 빠르게 철수하고, 계산 능력을 높이는 컴퓨팅에 올인한 것, 셋째, 3만 명의 임직원 중 75%가 연구개발(R&D) 인력인 강력한 기술 중심 조직문화를 만들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좋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끊임없이 벤처캐피털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고도성장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GPU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1위다. 또한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도 선두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에도 등극했다. 그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1년 만에 매출은 3배, 영업이익은 8배나 커졌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놀라운 기세를 고려하면 조만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 단지 시간문제라는 평이다. 기업가치가 앞으로도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여 지금의 3배가 넘는 10조 달러(약 1경 3840조 원)에 이를 거라 예상하는 애널리스트도 등장했다.

그렇다면 엔비디아의 상승세는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까. 시장조사기관 IDC는 생성형AI 시장 규모가 2023년 149억 달러에서 2027년 1511억 달러로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Statista는 올해 AI 시장 성장률을 43.5%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AI 시장이 성장을 이어간다면 아직 뚜렷한 경쟁상대가 없는 엔비디아의 상승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엔비디아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구글, AMD, 브로드컴, 시스코, 구글, 휴렛팩커드, 인텔, 메타 및 MS 등 전 세계 모든 빅테크기업들이 연대해 '엔비디아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며 '프로모터 그룹(Promotor Group)'이라는 새로운 AI 이니셔티브를 지난달 출범시켰다. 여기에 AI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애플, 테슬라까지 직접 AI 칩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반 엔비디아 전선에 합류했다. 또한 후발 경쟁자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품질의 GPU를 1/3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가파르게 오른 주가가 버블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실적 둔화 가능성도 많이 언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법무부가 AI 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대해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젠슨 황은 며칠 전 대만에서 열린 포럼에서 "엔비디아는 최소 1년 단위로 혁신을 추구할 것이며, 모든 영역에서 기술의 한계까지 도달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수많은 경쟁자들 앞에서 2026년 런칭 예정인 차세대 플랫폼 루빈(Rubin)을 공개했다.

막강한 경쟁자들의 견제로 좌초될지, 아니면 전 세계 1등 기업으로 우뚝 설 지, 30년 전 설립된 스타트업의 놀라운 성장 스토리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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