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포기없다" 최태원 메시지…SK온, 美에서 '흑자' 돌파구

최경민 기자 2024. 6.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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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글로벌 배터리 생산거점 계획/그래픽=임종철

SK그룹이 SK온의 배터리 사업 정상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유정준 신임 부회장을 중심으로 SK온이 북미에서 활로를 개척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는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5일 8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SK온과 포드는 각각 4050억원씩 출자를 할 예정이다.

블루오벌SK는 내년까지 미국 켄터키 및 테네시에 127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SK온의 글로벌 생산거점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어서 일종의 '게임체인저'로 간주되고 있다. 총 투자규모는 10조2000억원 수준으로, 이번 유상증자 금액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SK 관계자는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과 적자 속에서도 투자를 미루지고 않고, 예정대로 집행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배터리 사업에 대한 흔들림 없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SK온 안팎에서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하고, 유정준 부회장이 부임한 것 역시 고무적인 일로 생각하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이고, 유 부회장은 최 회장의 최측근이다.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 위주의 리밸런싱에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지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특히 유 부회장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유 부회장은 2003년 SK그룹과 헤지펀드 소버린이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SK㈜의 CFO(최고재무책임자)로 각종 협상을 이끌며 사태를 해결한 이력이 있다. SK E&S 대표 시절에는 LNG(액화천연가스) 중심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포트폴리오까지 넓혀 회사를 '알짜'로 거듭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그룹은 유 부회장에게 '북미 돌파구 마련'의 미션을 내려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 부회장은 직전까지 SK미주대외협력총괄을 맡았었고, 미국 정·재계에 네트워크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SK 측은 유 부회장의 역할론에 대해 "SK온의 최대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사업확대 및 신규 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정준 SK온 부회장

2021년 출범 이후 적자를 지속해온 SK온은 북미에만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조지아 공장(22GWh), 블루오벌SK(127GWh), 현대차 합작공장(35GWh)의 라인업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가장 큰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북미에서의 성공 등을 바탕으로 2026년 말 IPO(기업공개)를 성사시키는 게 목표다. 유 부회장 입장에서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다.

SK온을 둘러싼 핵심 인력 이탈설, 고강도 구조조정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그룹 차원의 이같은 조치는 조직 안정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K그룹 입장에서 예정된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힘있는 인사를 내려보내는 게 "배터리 사업 포기는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역시 지난달 "결국 장기적으론 전기차 산업이 지속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반기에 SK온이 적자지속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1분기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했던 SK온은 2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24년 하반기 흑자전환, 2025년 흑자폭 극대화, 2026년 IPO라는 로드맵 이행을 위한 첫 단추부터 어긋난다면 그룹 차원에서 고강도 리밸런싱을 택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리밸런싱은 '속도' 보다 '폭'이 더 중요하다는 분위기"라며 "하반기 SK온의 실적까지 지켜보며 리밸런싱의 폭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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