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재 "마약중독 치료, 혼자서 알음알음"…회복지원가로 '새출발'

김지은 기자 2024. 6.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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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감정 소용돌이, 끝없는 죄책감…"잘못 뉘우치고 도움 받은 것 갚아나갈 것"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만난 방송인 서민재씨(개명 서은우). /사진=김지은 기자


"저는 제가 사회에 빚을 졌다고 생각해요."

방송인 서민재씨(개명 서은우)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의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앞으로 제 역할은 잘못을 뉘우치고 도움 받은 것을 갚아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씨는 대기업에서 자동차 서비스엔지니어로 근무하던 7년차 직장인으로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 '하트시그널3'에 출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 2022년 8월에는 가수 A씨와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을 SNS(소셜미디어)에 공개해 논란이 됐다. 서씨는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를 받은 뒤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항소하지 않아 형은 확정됐다.

그 사이 서씨는 많은 것을 잃었다. 직장은 그만둬야 했고 자신이 쌓아온 이미지도 한 순간에 추락했다. 부모님 역시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서씨는 공황과 대인기피증으로 1년 넘게 집에서 은둔했다.

서씨는 "마약은 많은 것을 파괴한다"며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스스로 성취한 것들을 모두 잃게 한다. 중독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회복을 위한 단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호기심에 필로폰 구매… "소중한 것들 모두 잃었다"

서씨가 인스타그램에 필로폰 투약 사실을 알리고 며칠 뒤에 올린 해명글. /사진=독자제공

서씨가 마약에 처음 손을 댄 건 인스타그램에 필로폰 투약 사실을 알리기 일주일 전이었다. 평소 우울증을 겪었던 서씨는 친구와 함께 영화에 나오는 마약에 대한 대화를 하다가 순간 호기심이 생겨 텔레그램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구매했다.

서씨는 마약을 복용하고 각종 부작용에 시달렸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았다가 순간적으로 기분이 우울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꼈다고 한다. 마약을 했다는 사실에 끝없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불면증 때문에 수면제까지 복용하다가 순간 정신을 잃기도 했다. 서씨는 "블랙아웃 당시에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서 기억도 잘 안난다"며 "당시 2층 계단에서 떨어져 골발이 골절돼 3개월 넘게 재활 치료도 받았다"고 말했다.

"다시 살아보자" 결심했지만… 방법을 모른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만난 방송인 서민재씨(개명 서은우). /사진=김지은 기자

서씨는 마약 재활 치료를 결심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 마약 치료 등을 검색해 '다르크(DARC·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 존재를 알게 됐다. 개인 상담은 물론 집단 상담을 통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단약 성공 케이스를 공유했다. 다르크 소개로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진행하는 중독 관련 집단 철학 상담도 수강했다.

이 과정에서 마약 사용자에 비해서 중독 전문병원, 재활센터, 입소시설, 회복지원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서씨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24시간 원스톱 마약류 전화상담 서비스도(문의1342)도 제공하고 있지만 저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며 "많은 분들이 도움을 청할 창구를 찾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서씨가 도움 받았던 인천다르크보다 규모가 컸던 경기다르크는 폐쇄됐다. 서울·경기 지역에는 여성 마약 중독자를 위한 입소시설도 부재하다. 서씨 역시 처음에 입소를 고려했으나 자리가 없어 포기했다.

서씨는 "집단 철학 상담도 홍보가 안되서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며 "마약 중독 치료를 받으려면 혼자서 극복하거나 알음알음 소개 받고 직접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학대학원에 진학하고… 회복지원가에 지원한 이유

서씨가 SNS에 올린 글. 약물 과다 복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이다. /사진=독자제공

서씨는 최근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등 사회에 다시 적응하는 중이다. 서씨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알아보면 손가락질하고 욕할까봐 주눅들고 무서웠다"며 "지금은 잘못된 것을 반성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마약중독자들을 돕는 일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재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진행하는 '회복지원가'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마약 중독자 상담 인력을 양성하는데 목적이 있다. 최근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철학상담전공 석박사과정에도 합격해 진학을 앞두고 있다.

서씨는 "법원 판결을 받고 약물 치료프로그램을 이수하러 갔는데 20대 여성이 7명 정도 있었다"며 "대부분 자신을 노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상담 치료 받는 것도 꺼려진다고 했다. 혼자 고립된 중독자들에게 회복지원가로서 활동하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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