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일극체제 심화에… ‘원내총무 시절’로 돌아간 민주 [심층기획-위기의 대의민주주의]
민주당 ‘明心’ 등에 업은 원내대표 선출
정치 현안 회의 분위기 李 대표에 집중
실·국장에 지시하듯 말하면 ‘명’ 받들어
원내 정당화보단 1人 중심 ‘단일대오’
李 대표 맹목적 지지 ‘강성팬덤’도 한몫
친명 유튜브 채널과 결합 비주류 압박
“공중 아닌 대중 상대 인기영합적 행태
다수결주의 팽배… 다원주의 더 중요”
“법안 심사도, 국정 감시 견제 활동도 법에 정한 대로 하도록 이번에는 원내대표가 반드시 관철해주기 바랍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네.”(같은 당 박찬대 원내대표)
이 대표 일극 체제 심화는 원내대표를 과거의 ‘원내총무’로, 당대표를 과거의 총재, 나아가 ‘제왕적 당대표’로 만들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미 민주당의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명심(明心·이 대표 마음)을 등에 업은 박 원내대표가 유일하게 입후보해 찬반 투표로 선출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일정 부분 현실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선출직 원내대표가 아니라 임명직 원내총무 시절로 되돌아간 것 아니냐”는 것이다.
“1990년 1월 국회 개헌선을 확보한 거대 여당 민자당(민주자유당)이 출범했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통일민주당의 합당 결의 대회장에서 주먹을 쥐고 외쳤다. ‘이견 있습니다. 반대 토론을 합시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정당 내부에 민주적 절차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보스가 정하면 무엇이든 모두 우르르 따라갔다.”
김관옥 정치연구소 민의 소장은 “박광온 전 원내대표 때만 해도 이 대표와 균형을 유지하려는 성격이 굉장히 강했다”며 “지금의 박찬대 원내대표 같은 경우 이 대표가 만든 성격이 강하다. 한 몸의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박 원내대표의 선출 배경에 대해 “친명계를 대표하는 핵심 인물로 그만 한 사람이 없다고 (이 대표 측에서) 본 것”이라며 “원내정당화보다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똘똘 뭉치려는 것”이라고 했다.
◆“팬덤에 일극 체제 강화할 것”
대중이 파편화된 존재라면, 공중은 공적 사안에 자발적·조직적으로 참여해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채 교수는 “개딸 팬덤이 이 대표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지금보다 당원권이 더욱 강화될 경우 이 대표의 발언권은 보다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 본인도 (통제 불능의 상황이 올지 몰라서) 상당히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원들의 참여 폭을 넓혀 ‘정치적 효능감’을 높일 수는 있지만, 이 대표 자신 또한 당원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보를 보일 경우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개딸 팬덤과 친명 유튜브 채널의 결합은 민주당의 또 다른 걱정거리다. 이 대표 일극 체제 속 유튜브 생태계는 개딸 팬덤의 기대에 부응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라면 친명계에 가까울수록 유리하다. 이들 유튜브 채널은 이 대표의 메시지 홍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치와 경제이익이 맞물려 ‘그릇된 다수결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의 한 인사는 “강성 유튜브 채널들이 광고, 클릭 수 등을 위해 이 대표에 친화적일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편향적으로 가게 된다”며 “팬덤은 유튜브 채널에, 그 채널은 팬덤에 기대면서 상업 공동체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가 보이는 포퓰리즘과 상업 공동체가 결합돼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폭발력을 일으키고, 그것이 당내 장악력 제고에 역할을 했다”며 “정치 이익과 경제이익이 함께 가는 판이 완성되니 다수결주의만 팽배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자꾸만 ‘국회와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으로 작동한다’고 하는데, 민주주의는 그보다는 다원주의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공동기획: 세계일보·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배민영·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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