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동 소액주주 6700명 날벼락... 빌려준 95억을 中비상장 주식으로 퉁치다니
소액주주 믿을 구석은 95억 대여금뿐이었는데
자산 30% 넘는 대여금을 中 비상장 주식으로 받아
최대주주 바뀌었지만 최정점은 ‘첸 티엔티엔’ 동일 인물
중국 자본이 차량용 블랙박스 기업인 더미동(The Midong)을 인수한 후 알맹이만 빼먹는 일명 ‘먹튀’를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더미동은 2013년 미동전자통신이라는 이름으로 상장한 기업인데, 설립 4년 만에 고속 성장한 후 코스닥시장에 입성해 화제가 됐다. 국내 첫 차량용 블랙박스 상장사였다. 미동전자통신 오너는 상장 2년 만인 2015년 회사를 중국 자본에 팔았다.
더미동은 이미 상장 폐지가 확정됐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더미동은 지난 5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정리매매 후 이달 17일 상장 폐지된다. 10일 종가는 140원으로, 거래 정지 전과 비교해 3분의 1토막이 났다. 그런데 소액주주 6700여명이 더 분노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돌려받을 95억원의 대여금을 비상장 중국 주식으로 받기로 했다고 지난 4일 회사 측이 공시한 것이다.
95억원을 현금으로 받았다면 이론적으로는 더미동 소액주주들도 부채를 갚고 난 일부를 현금 회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으로 받게 되면서 소액주주들이 투자금을 일부나마 회수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사라졌다.
공시번복 등으로 벌점이 누적돼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이미 거래 정지 상태였던 더미동은 지난 4월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달 3일 더미동의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한영회계법인은 더미동의 종속·관계기업인 상해미동문화여유유한공사, 계림미동문화여유개발유한공사, 대리미동문화여유유한공사에 빌려준 123억원의 회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더미동 총자산(298억원)의 50%에 달하는 금액이다. 한영회계법인 측은 “중국 소재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의 재무정보 전반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상장 폐지가 확정되고 하루 뒤인 지난 4일, 더미동은 자산의 30%가 넘는 계림미동과 대리미동의 차입금 95억3400만원을 해당 회사의 지분으로 상계하는 출자 전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빌려준 돈을 해당 회사 지분으로 대신 갚도록 한 것이다. 두 회사는 모두 최근 3년 연속 당기순적자를 기록한 자산 100억원대의 중국 비상장 기업이다. 투자 가치가 불분명한 중국회사 지분을 더미동이 63.18%, 64.79%씩 갖게 된 셈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해당 비상장사가 실제로 95억원의 지분 가치를 가졌는지가 쟁점”이라며 “감사 과정에서 더미동이 관련 대여금에 대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상장 폐지가 된다면 이를 일반 주주들이 확인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더미동이 상장 폐지되면 향후 더미동이 자회사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소액주주들이 알 수 없게 될 확률이 높다. 더미동은 상장 폐지 후엔 외부감사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외부 감사 대상 기준은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 500억 이상 ▲자산 120억 이상 ▲부채 70억 이상 ▲매출액 100억 이상 ▲종업원 100명 중 2가지 이상 조건 충족이다. 더미동은 현재 자산 120억원 이상, 전년 매출액 100억원 조건에 해당해 외부감사 대상이지만, 2022년 매출액이 75억원을 기록한 적이 있어 향후 기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더미동이 외부 감사마저 받지 않게 된다면, 중국기업이라는 특수성상 앞으로는 소액 주주들이 경영 상황을 전혀 알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더미동은 이미 지난 1년간 중국 자본 간의 지분 매각이 반복되며 논란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투자자는 더미동의 전 최대주주인 상해유펑인베스트먼트의 대표 첸 티엔티엔(Chen Tiantian)이다.
작년 8월 4일 상해유펑은 지분 16.62%(74억원)를 주식회사 에이치엘 외 5인과 체결한 주식양수도계약에 따라 전부 장외 매도했다. 7.7%의 지분을 얻은 에이치엘은 비타&디벨롭먼트의 더미동 지분(4.03%)까지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었다. 주식회사 에이치엘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창업자인 이준열 대표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이 대표가 에이치엘 지분 98%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그런데 중국계 기업 맥스 스텝 크리에이션이 같은 달 8일 기존 유상증자 지분(10억원)에 전환사채(CB) 지분 30억원을 앞세워 총지분율 13.89%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에이치엘은 이에 출자하기로 예정됐던 3차 CB 발행과 유상증자, 한라인더스트리 지분 인수 계획을 철회하고 11월 2일 보유 지분을 모두 털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에이치엘은 약 10억원 정도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최대주주 맥스 스텝은 기존 최대주주 상해유펑과 같은 지배구조 아래 있는 회사다. 두 회사 모두 대표이사가 첸 티엔티엔이다. 그는 상해유펑이 가지고 있던 지분을 74억원에 팔고 40억원에 다시 최대주주가 됐다. 30억원이 넘는 돈을 현금화한 것이다.
맥스 스텝이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넥스트아이라는 또 다른 중국계 코스닥 상장사다. 넥스트아이는 2022년 7월 1일 인수한 2회차 전환사채권을 작년 6월 14일 맥스 스텝에 30억원 가격에 매각했다. 1회차 CB 역시 같은 달 매각했는데, 이후 같은 해 8월 최대주주가 바뀐 후에야 늦장 공시를 내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더미동은 경영권 변경 이슈에 휘말리며 작년 8월 주가가 3300원까지 뛰었다가 거래 정지 전날(12월 14일) 366원까지 내렸다. 소액주주 6700여명은 올해 3월 말 기준 74.39%에 달하는 데, 모두 큰 투자 손실을 본 것으로 보인다. 더미동은 2015년 상해유펑이 최대주주에 오른 후 2016년부터 8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중국 자본의 ‘먹튀’ 논란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맥스 스텝에 전환사채 청구권을 판 넥스트아이 역시 먹튀 논란에 자주 등장하는 기업 중 하나다. 넥스트아이는 더미동 외에도 에치디프로(현 뉴지랩파마) 유상증자 등에 참여했는데, 현재 뉴지랩파마는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돼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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