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없이 쭉쭉 ESS… 서진시스템·신성에스티 부품사 웃는다
사업 다변화 한중엔시에스는 코스닥 상장 채비
“재생에너지 사용량 늘수록 이를 보완할 ESS 동반 성장”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가운데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ESS)가 배터리 기업들의 주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기차용 배터리 라인을 ESS 생산용으로 전환하는 등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ESS 핵심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기업들의 실적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ESS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거대한 배터리다. 전력이 남는 시간엔 남는 전력을 저장해주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해 전력 이용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을 때 저장된 전력으로 이를 보완해 줄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동반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ESS 시장이 235기가와트시(GWh)로 전년보다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약 400억달러(약 53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2035년에는 618GWh, 8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ESS 매출 원가의 50%가량을 차지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지금처럼 계속 하락할 경우 성장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데이터센터 등에서 전력 수요량이 급증하고 있는 점, 미국이 ESS에 들어가는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 관세율을 높이기로 하면서 한국산 배터리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고 있는 점도 국내 부품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국내 수혜 업체는 ESS 사업 호조로 관련 사업만 별도 분리해 인적분할까지 준비했던 서진시스템이다. 회사는 지난 1분기 매출 3257억원, 영업이익 43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3%, 116.8% 급증한 실적이다.
반도체 장비, 통신 장비 관련 부품 매출이 작년 1분기보다 두 자릿수 감소한 와중에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올린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ESS 사업의 매출 기여도도 1분기 기준 61.4%로 올라왔다.
서진시스템은 배터리를 제외한 ESS에 들어가는 모든 핵심 부품을 고객사 주문을 받아 대신 생산해 주는 회사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이다. 여기에는 ESS 케이스부터 패널, 통신선, 각종 기자재 등이 포함된다.
2021년부터 글로벌 1위 ESS 업체인 플루언스에 납품을 시작했고, 작년 4분기부터는 전 세계 7위 포윈이라는 신규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했다.
올해 ESS 부문에서만 7000억원의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전체 매출(7787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매출도 1조2576억원으로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배터리 모듈과 팩 간 전류를 연결해주는 핵심 부품인 부스바를 만드는 신성에스티도 1분기에만 2조3000억원 규모의 ESS 부품 신규 수주를 따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약 120개가 들어가는 부스바는 ESS에는 두 배 이상인 290여개가 들어간다. 회사는 이외에도 배터리 셀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모듈 케이스, ESS 컨테이너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의 1차 협력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올해 1287억원의 매출, 124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하나증권).
전기에너지의 충·방전으로 발생한 열량을 냉각·제어하는 수랭식 냉각시스템을 개발한 한중엔시에스도 관련 경쟁력을 기반으로 오는 24일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199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초기에만 해도 자동차 부품 사업을 주로 해 왔으나, 2021년 에너지 저장장치 제조업으로 주 업종을 변경하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ESS용 냉각기 등을 삼성SDI에 공급하며 지난해 12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40% 이상이 ESS 부품에서 나온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발전의 변동성 때문에 이에 비례해 ESS 설치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ESS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업계에 대안이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장”이라며 “2035년까지 연평균 10.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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