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세력에 덜미 잡혀 103일 만에 끝나버린 중국 근대화의 꿈 [역사&오늘]

6월 11일, 변법자강운동 선포

캉유웨이(왼쪽)와 량치차오. (출처: 캉유웨이, Elmer Chickering,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Unknown author, 흑백사진(1905) / 량치차오, Unknown author, 흑백사진(1929년 이전),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898년 6월 11일 청나라 광서제가 변법자강운동을 선포했다. 청나라 말기에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모델로 단행한 정치 개혁 운동으로, 근대화를 통해 국력을 키우려는 시도였다. '무술변법' 또는 '100일 유신'이라고도 불린다.

당시 청나라는 아편전쟁 이후 서양 열강의 침략으로 국력이 크게 약해졌고, 사회에는 불안과 혼란이 만연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일부 지식인들은 근대화를 통해 국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중심인물은 캉유웨이와 그의 제자 량치차오다. 이들은 광서제에게 개혁안을 올렸고, 광서제는 이를 지지했다. 이들은 1861년 봉건 체제는 유지한 채 서양 기술의 도입으로 근대화를 이루려 했던 양무운동의 실패를 반성하고 전통적인 유교 사상 자체를 근대 사회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법자강운동은 교육, 정치, 경제,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을 추진했다. 주요 내용은 △정치 개혁(입헌 군주제 도입, 의회 설치) △경제 개혁(근대 산업 발전 촉진, 자본주의 경제 도입) △군사 개혁(근대식 군대 창설, 병역 의무화) △교육 개혁(서양식 교육 시스템 도입, 신학문 교육 확대) 등이다.

하지만 1898년 9월 서태후는 보수세력을 등에 업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광서제는 이를 사전에 알고 위안스카이를 시켜 진압하려 했지만, 위안스카이는 오히려 광서제를 배신하고 서태후 편에 섰다. 광서제는 유폐됐고,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했던 인사들은 처형되거나 추방됐다. 캉유웨이는 홍콩으로 피신했고, 량치차오 일본으로 망명했다. 이로써 변법자강운동은 103일 만에 실패로 끝났다.

비록 실패했지만, 변법자강운동은 중국 근대화 역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그었다. 청나라 지식인들에게 근대화가 국가 발전에 필수적임을 일깨웠다. 이 운동이 청나라의 몰락을 막지는 못했지만, 근대화에 대한 열망을 확산시키고, 이후 쑨원의 신해혁명 등 중국 근대화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