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화산 꼭대기에도 '서리' 내린다

이병구 기자 2024. 6.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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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기 전 기온이 낮은 새벽에는 공기 중의 물이 얼어붙으며 땅이나 식물 위로 서리가 내리곤 한다.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화산 꼭대기에서도 서리가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타르시스 고원의 높은 화산 위로 흐르는 독특한 대기 순환 패턴이 서리가 생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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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ESA)의 화성 궤도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에 탑재된 카메라로 화성의 '올림푸스 몬스' 화산 꼭대기의 서리(밝은 부분)를 관측한 사진.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올림푸스 몬스 화산의 높이는 약 2만1900m, 넓이는 프랑스 면적과 비슷하다. Adomas Valantinas 제공

해가 뜨기 전 기온이 낮은 새벽에는 공기 중의 물이 얼어붙으며 땅이나 식물 위로 서리가 내리곤 한다.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화산 꼭대기에서도 서리가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발견은 화성 적도 근처에서 서리가 발견된 최초의 사례로 화성 기후 시스템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다마스 발란티나스 미국 브라운대 환경 및 행성과학과 연구원팀은 화성 저위도 지역에 있는 화산 꼭대기에서 기존 예측과 달리 서리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공개했다. 

타르시스 고원은 화성 저위도에 있는 고원지대다. 높이가 약 2만1900m에 달해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화산으로 알려진 '올림푸스 몬스(Olumpus Mons)'도 이곳에 있다.

ESA의 화성 궤도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로 촬영해 3차원(3D)으로 재구성한 올림푸스 몬스. 정상의 밝은 부분이 서리다. Adomas Valantinas 제공

선행연구에 따르면 타르시스 고원에는 활발한 물 순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아 서리가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화성 저위도 지역에서 서리가 관찰된 적은 없었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궤도 탐사선인 '미량기체궤도선(TGO)'에 탑재된 '컬러 및 스테레오 표면 이미징 시스템(CaSSIS)'이 수집한 이미지를 분석해 서리를 감지했다. 이후 TGO의 분광 장비와 ESA의 또 다른 화성 궤도 탐사선인 '마스 익스프레스(Mars Express)'에 탑재된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해 서리의 존재를 검증했다.

3만 개 이상의 이미지를 분석하고 촬영 장소와 시간, 계절 등 촬영 시기에 따라 필터링한 결과 추운 계절 타르시스 고원에 있는 화산들의 정상 부근과 화산 폭발로 생긴 커다란 구멍인 칼데라에서 이른 아침마다 서리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서리는 일출 후 햇빛에 증발하기 전까지 단 몇 시간 동안만 존재했다. 서리의 두께는 머리카락 굵기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얇았지만 면적은 매우 넓어 추운 계절에는 최소 15만 톤(t)의 물이 서리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표면과 대기 사이에 매일 올림픽 경기용 수영장 60개에 해당하는 물이 오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타르시스 고원의 높은 화산 위로 흐르는 독특한 대기 순환 패턴이 서리가 생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서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모델링하면 화성의 물이 어디에 존재하고 어떻게 이동하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화성의 복잡한 대기 역학을 이해하는 것이 향후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탐사 등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연구를 이끈 발란티나스 연구원은 "우리가 발견한 것은 화성에 남은 고대 기후의 흔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화성 화산 지역에 눈이 내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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