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률 20%? 첫 시추 뒤 달라질 수도”…그가 합류한 까닭은? [KBS-아브레우 면담]
지난 3일, "포항 앞바다에 석유와 가스가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 그리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말부터 실제 시추를 해보겠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나온 뒤, 관심은 한 사람에게 쏠렸습니다. 바로 이 같은 결정의 근거를 제공한 미국 '액트지오(Act Geo)'사와 그 회사의 소유주이자 고문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였습니다.
발표 이후 '액트지오'의 위치와 규모, 아브레우 박사의 이전 경력이나 분석 근거까지 많은 논란이 제기되자, 아브레우 박사는 발표 이틀 뒤인 지난 5일 한국에 입국한 뒤 이틀 만에 이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궁금합니다. 사람들의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KBS는 어제(10일) 아브레우 박사를 직접 만났습니다. 동시 통역 시간을 포함해 2시간 가량 진행된 심층 인터뷰에서 아브레우 박사는 KBS 취재진의 질문에 포항 앞바다에서 발견했다는 7개의 유망구조의 판단 근거와 시추 전략, 그리고 그와 그의 회사를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 답했습니다. 지금부터 전해드립니다.
■ "유망구조 7개, 광구 서쪽 25km 범위에 몰려 있어"
알려진 것처럼, 아브레우 박사는 지난해 2월부터 포항 앞바다의 기존 물리탐사 자료를 받아 해석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와 호주 우드사이드사가 함께 탐사하고 시추했던 '주작'과 '홍게', 그리고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뒤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시추한 '방어'가 포함된 자료였습니다.
"처음 영일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마치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브레우 박사가 받아본 건, 이 같은 세 개의 시추공을 토대로 한 2D와 3D 분석 자료 등 석유공사와 우드사이드사가 수행해왔던 탐사 자료들이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워낙에 사전작업이 많이 이뤄져 있었고, 그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훨씬 용이하고 수월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엑슨모빌에 재직할 때에 진행했던 가이아나 광구는 " 시추가 된 곳이 하나도 없어 리스크가 상당히 컸지만 영일만은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액트지오는 이 같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포항 앞바다 제8광구와 제6-1광구 북쪽 등에서 석유와 가스가 나올 수 있을 만한 유망구조 7개를 발견했습니다.
이들 유망구조의 거리도 중요한데요. 이들 거리가 모두 서로 가깝다면 해상 플랫폼 등 개발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에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 대신, 같은 지질학적 특성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아 1~2번째 시추가 실패하면 그 다음 시추 성공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서로 멀다면 개발 비용이 많이 들지만 실패 리스크는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들 유망구조가 "기존 주작과 홍게, 그리고 아래 동해 가스전 인근의 시추공들 사이에 있는 광구 서쪽 지역에 있다"며 "대략 25km내에 흩어져 있다(they spread around a 25 by 25 kilometers more or less right)."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흩어져 있는 7개의 유망구조엔 아브레우 박사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석유나 가스가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트랩' 구조가 발견됐습니다. 여기엔 석유를 내뿜는 '근원암'과 석유나 가스가 저장돼 흐르고 움직이고 있는 '저류층', 그리고 이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덮개암'이 포함됐습니다. 이들 4가지 요소가 해저에 석유 등이 있기 위해 꼭 갖춰야 할 요소들입니다.
지질학적인 탐사 '성공률'은 다시 말해, 이들 요소가 있을 확률을 모두 곱한 것입니다. 석유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 그리고 아브레우 박사가 밝힌 " 성공률 20%"는 바로 이 같은 방식으로 나온 수치입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런 계산 방법은 업계에서 흔히 하는 방식이고, 내가 엑슨모빌에서 가이아나 유전을 평가할 때도 사용했던 똑같은 방법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20%라는 성공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정말 5번 뚦으면 1번은 성공해야 한다는 말일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발견한 유망구조는 7개니까, 7개를 다 뚫어봐야 하는 걸까요? 아브레우 박사에게 물어봤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 성공률 20%라는 것은, (탐사시추를 하기 전) 현재 시점에서 20%라는 것"이라며 " 중요한 것은 시추할 때마다 매번 유망구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 시추를 한 번 하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시추 결과를 반영해 다른 유망구조들에 대해 굉장히 치열하게 리스크를 재평가하는 작업을 거치고, 이를 기반으로 해서 다음에 어디를 시추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첫 시추?…매장량 적더라도 리스크 가장 적은 곳부터"
정리하면, 첫 번째로 시추하는 곳의 성공 여부, 그리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다른 유망구조들에 대한 성공률과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말에 따르면 결국 '성공률'이라는 개념은 가변적인 것이고, 시추가 진행될수록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 같은 해석 데이터를 근거로 유망구조 7개에 대한 우선순위도 결정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석유공사는 그러나 "제일 처음 시추하는 곳이 성공률이 제일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없고, 여러 가지 종합적인 고려를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아브레우 박사는 "어디를 맨 처음 팔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일부는 근원암에서 가까운 곳도 있고 유망성 자체는 더 뛰어난데 근원암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첫 시추는 어떤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도 물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회사의 문화에 따라 다르고, 석유공사와 두 세 가지 옵션을 추려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가장 리스크가 적은 곳을 먼저 시추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트랩'이 튼튼하고, 탄성파에 대한 반응이 분명하게 나와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요. 매장량은 최대가 아닐지라도요."
아브레우 박사는 첫 시추가 진행되고 올해 12월까지 석유공사와 계약이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처음으로 시추할 곳도 석유공사와 아브레우 박사, 그러니까 액트지오 측과 데이터를 토대로 결정하게 될 겁니다. 어떤 기업은 실패할 리스크가 크더라도 매장량이 큰 곳을 먼저 시추하길 원하고, 어떤 곳은 반대입니다. 그러나 아브레우 박사는 매장량이 적더라도 최대한 성공할 확률이 높은 곳을 먼저 시추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겁니다.
■ "연 매출 2만여 달러? 말도 안 돼…연간 수십만 달러"
아브레우 박사는 KBS에 "해당 지역이 경제적으로 유망성이 높다고 평가한 건 예측된 탐사자원량(최대 약 140억 배럴)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시추를 결정하면서 이 같은 '리스크 최소화' 방침은 어쩌면 아브레우 박사와 이번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제기된 여러 의혹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에게 '먼저 설명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도, 그동안 액트지오에 대해 논란이 일었던 내용을 가장 먼저 설명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액트지오는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고 전 세계에 약 40여개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며 "석유 산업이 잘 발달한 국가에서는 우리 회사나 제가 인지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액트지오는 실제로 시추를 하거나, 탄성파를 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아닌, 그 같은 작업으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만 하기 때문에 많은 인력이 필요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 우리 회사엔 '회색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도 했는데, 관련 업계에서 경력이 많고 숙련된 인재들을 영입했다는 겁니다.
회사의 규모와 더불어, 매출 규모도 논란이 됐는데요. 일각에서 액트지오의 연 매출 자료가 3,700만 원가량으로 올라와 있는 온라인 자료를 두고 의문을 제기한 겁니다. 또 아브레우 박사가 실제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가이아나 광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면, 왜 엑슨모빌에서 퇴사했냐는 의문도 나왔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 나는 엑스모빌을 퇴사한 게 아니라 고위직으로 은퇴한 것"이라며 " 은퇴한 뒤 계속 하고 싶었던 컨설팅 일을 하자고 생각했고, 창업 첫 해와 두 번째 해는 엑슨모빌에서 고위직으로서 벌었던 만큼을 벌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 번째 해부터는 매출이 늘어 연간 수십만 달러 정도 된다"며 "연간 매출이 2만여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회사를 차린다면, 가이아나가 성공한 이후보다 더 좋은 시기가 어딨겠냐"고도 반문했습니다.
최근 불거진 액트지오의 세금 체납에 대해서도 "세금은 개인적인 일이라 언론에 나오는 게 옳은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정확한 내용을 석유공사의 고위 관계자들은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오늘 브리핑을 통해"'프랜차이즈 택스(법인 영업세)'라고 하는 세금 약 1,650달러 정도를 체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액트지오도 체납 사실을 인지하고 완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서 불거진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의 체납 세금을 대신 내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최 차관은 "액트지오가 세금을 완납한 시점이 지난해 3월이고 석유공사에서 액트지오에 용역대금을 준 시점이 5월"이라며 잘못된 내용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아브레우 박사는 액트지오 외에도 브라질에 '플럭서스(FLUXUS)'라는 업체를 창업했다가 다른 기업에 판 뒤 CTO로 재직하고 있는 거로 나타났는데요. 플럭서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M&A 회사"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현재 (가스나 석유 등이) 생산되고 있는 자산에 대해서 투자 기회를 찾아내는 회사이고, 실제로 아르헨티나 가스전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플럭서스의 사업 부문엔 시추 등도 있어서, 혹시 이 같은 유망구조를 평가하고 찾아낸 아브레우 박사가 시추 사업에도 뛰어들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었는데요. 아브레우 박사는 " 플럭서스는 주로 남미에 국한해서, 또 이미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유정 등에 대해서만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번 포항 앞바다 개발 사업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플럭서스가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 지적한 대로 이해충돌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 "내 수업 들었던 석유공사 관계자들이 찾아와 프로젝트 알려줬다"
이번 발표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것 중 또 하나는, 머나먼 미국 땅의 브라질인, 게다가 엑슨모빌 경력을 갖고 있으면서 소규모 컨설팅 그룹을 운영하는 컨설턴트가 어떻게 이 포항 앞바다의 개발 사업을 알고 입찰에 참여했냐는 거였습니다. 아브레우는 이 같은 입찰 과정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습니다.
" 저는 한국에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에선 잘 알려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 라이스 대학교의 교수이고, 많은 사람들이 제 강의를 듣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는 학회장을 역임하면서 많은 논문을 썼고, 국제 컨퍼런스에도 나가 강연했습니다. 수 천명이 매년 제 강의를 듣습니다. 석유공사의 지질학자, 지구과학자들도 제 강의를 들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 같은 석유공사 관계자들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려줬다고도 말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들은 결국 영일만 프로젝트의 핵심은 '층서 해석'을 더 상세한 수준으로 해야 하고,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고, 두 명의 석유공사 관계자들이 내 집을 방문해 프로젝트를 소개해줬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아브레우 박사는 이들이 "자신에게만 말해준 건 아니고 다른 기업들에게도 말해줬다"고 덧붙였습니다.
■ "데이터 해석만 하고 빠지는 것 아냐…리스크 감수하는 게 내 일"
기존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의 시추 성공률도 물어봤지만, 구체적인 대답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다만 아브레우 박사는 "우리가 유망성 평가만 하도록 계약되다 보니,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선 사실 모른다"며 "유망구조 분석과 리스크 평가, 우선순위 평가 등 데이터를 해석해서 제공하고 나면 끝이고 실제 시추가 이뤄지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면 아브레우 박사가 참여했다고 했던 아르헨티나의 국영 석유회사 YFP의 볼리비아 프로젝트는 올해 시추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는데요.
그러나 아브레우 박사와 액트지오는 이번 포항 영일만 개발과 관련해선 시추 이후 데이터 분석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시추 사후 분석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이아나의 사례에서도 시추 사후 재평가 등에 탐사한 이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도 추가적인 잠재성을 찾는 분석 작업이 진행될 텐데 이 입찰에도 참여하게 될 거라 설명했습니다.
산업부 설명을 보면 정확한 시추 위치는 다음 달 정도에 결정해, 12월부터 약 40일 동안 본격적인 시추에 들어가게 될 거로 예상됩니다.
지난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성공률 20%는 뒤집어보면 실패할 확률 80%입니다. 또 한 곳을 시추하는 데에 약 천억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거로 예상돼, 막대한 리스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그 같은 리스크가 우리 비즈니스의 본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리스크를 계산하고, 잠재성을 발견해내는 게 내가 매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리스크에 대해 두려워할 부분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브레우 박사는 "이 일이 특별히 한국에서 뜨겁게 논의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석유 산업 자체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며 "대중들은 갑자기 심해 탐사라는 분야에 노출이 된 상황"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실제 석유 개발 산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곳에선 이 같은 개발 착수가 별로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아브레우 박사는 이번주까지 한국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일정에 대해서도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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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vox@kbs.co.kr)
계현우 기자 (ky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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