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휴진' 강행 고수··· 정부, 진료·휴진신고명령 강경 대응

박준호 기자 2024. 6. 1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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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 참여율 30% 넘으면 확인 후 업무개시명령 발령
의료계는 18일 집단휴진 고수··· 임현택 "의료노예 아니다"
조규홍(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관련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서울경제]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 18일 집단 휴진에 대응해 개원의를 대상으로 의료법상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내리는 등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의협 집행부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관련한 법적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가 의료계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를 복귀시키기 위해 수련병원들의 사직서 수리를 허용하고 복귀할 경우 조건 없이 각종 행정명령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가 더욱 강경하게 나온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의협이 집단 휴진을 결행하는 18일까지 의정 양측의 강대강 대치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법 59조에 근거해 개원의에 대한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시도는 이날부로 복지부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의협이 집단 휴진을 선언한 18일에 휴진 없이 진료하라는 진료명령을 발동했다. 진료명령에도 18일 휴진하려는 의료기관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발령한 휴진신고명령에 따라 관할 보건소에 영업일 기준 3일 전인 13일까지 휴진신고를 해야 한다.

정부는 집단 휴진 당일 시군 단위로 휴진율이 30%를 넘기면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바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는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15일과 1년 이내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의협에 대해서는 집단 휴진 등 단체행동이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부당한 경쟁·활동 제한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기로 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심결례, 대법원 판례에 비춰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송되는 환자 옆을 지나쳐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의협이 집단 휴진을 발표한 다음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조 장관은 “(진료명령 및 휴진신고명령은) 의료계의 집단 휴진에 대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 조치”라고 밝혔다.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은 각 지자체가 복지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발령한다. 의료법 59조는 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집단 휴·폐업해 진료에 지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다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18일 휴진율이 30%를 넘어서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의료기관을 일일이 방문해 명령 불이행을 확인한 뒤 곧바로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휴진일 아침 실제 진료 여부를 유선으로 확인하고 30%가 넘으면 현장에 가서 명령 불이행을 확인해 행정처분하고 벌칙 조항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업무정지 15일과 1년 이하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의협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경쟁 및 활동 제한 금지에 저촉되는지 검토하겠다고 압박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시 의사 단체는 10억 원 이내 과징금, 단체장 등 개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의료계는 정부의 행정명령에도 불구하고 18일 집단 휴진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회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우리는 의료 노예가 아니다. 정부가 총칼을 들이밀어도 제 확고한 신념은 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일 넘게 광야에 나가 있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노예에서 해방돼 자유 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부정적 시각을 모르지 않지만 의료계가 한목소리로 의견을 모아야 하는 만큼 동참할 수밖에 없다.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도 의협의 결정에 따라 집단 휴진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12일 정기 총회를 열고 전체 휴진 여부를 결정하는데 의협 결정을 따를 공산이 크다. 전국 20개 의대 교수가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의협과 행동을 같이하겠다고 밝혔다.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밝힌 서울의대·서울대병원 외에 성균관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의대도 의협 방침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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