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에 생산성 증가율도 0%대···한국 경제 2040년대 역성장"
기업 생산성 증가율 6.1%서 0.5%로 뚝
기초연구 부족에 혁신자금 조달난 겹친탓
개선 없을땐 저출생에 2040년 마이너스 성장
한국 기업의 생산성이 급락한 배경에는 혁신의 질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저출생·고령화 현상과 겹쳐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재차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혁신에 성공하고 가라앉는 경제를 구하려면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을 늘리고 자금조달·창업가 육성 체계 등도 대거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10일 공식 블로그에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연구개발(R&D) 세계 2위 우리나라, 생산성은 제자리’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R&D 지출 규모는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1%로 세계 2위다. 미국 내 특허출원 건수도 4위다. 하지만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크게 낮아졌다.
미국에 특허를 출원할 정도로 혁신 실적이 우수한 ‘혁신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같은 기간 연평균 8.2%에서 1.3%로 크게 떨어졌다.
생산성 성장세가 가파르게 추락한 것은 우선 대기업을 중심으로 혁신 실적의 ‘양’만 늘고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종업원 수 상위 5% 기업)은 전체 R&D 지출 증가를 주도하고 특허출원 건수도 크게 늘렸지만 생산성과 직결된 특허 피인용 건수 등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눈에 띄게 감소한 뒤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도 혁신 자금 조달이 어려운 데다 혁신 잠재력을 갖춘 신생 기업의 진입까지 줄면서 2010년대 이전 가팔랐던 생산성 증가세가 꺾인 상태다.
한국 기업 혁신의 질이 떨어진 데는 기초연구 지출 비중이 축소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응용연구는 혁신 실적의 양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지만 기초연구는 선도적 기술 개발의 기반인 혁신의 질과 밀접하다. 한국 기업의 기초연구 지출 비중은 2010년 14%에서 2021년 11%로 줄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은 글로벌 기술 경쟁 격화,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단기 성과 추구 성향, 혁신 비용 증가 등으로 제품 상용화를 위한 응용연구에 집중하고 기초연구 비중은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혁신 자금 조달난은 2010년대 들어 벤처캐피털에 대한 기업의 접근성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기업 패널 분석 등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의 접근성이 좋을수록,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의 투자 회수 시장이 발달할수록 혁신 실적이 좋아지는데 한국의 경우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저조한 상태다.
신생 기업 진입 감소의 원인으로는 ‘창조적 파괴’를 주도할 혁신 창업가의 부족 현상이 꼽혔다. 한은은 “미국 선행 연구 결과 대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창업가는 주로 학창 시절 인지능력이 우수한 동시에 틀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똑똑한 이단아”라며 “하지만 한국의 경우 똑똑한 이단아는 창업보다 취업을 선호하고 그 결과 시가총액 상위를 여전히 대부분 1990년대 이전 설립된 제조업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한은은 한국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개선의 해법으로 기초연구 강화, 벤처캐피털 혁신 자금 공급 기능 개선, 혁신 창업가 육성을 위한 사회 여건 조성을 제시했다. 한은은 "구조모형을 이용해 정책 시나리오별 효과를 추산한 결과, 연구비 지원과 산학협력 확대 등으로 기초 연구가 강화되면 경제성장률은 0.18%포인트 높아질 수 있다"며 "자금공급 여건 개선과 신생기업 진입 확대로 혁신기업 육성이 진전돼도 성장률이 0.07%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실패에 따른 위험을 줄여주고 고수익·위험 혁신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똑똑한 이단아의 창업 도전을 격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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