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美공화당의 감세비용 은폐 작전

여론독자부 2024. 6. 1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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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람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감세 탓 재정적자 늘면 트럼프 불리
'재선 걸림돌' 의회예산국 비방 공세
유권자 귀 막을 무력화 시도 우려
[서울경제]

미국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를 연장하는 데 수반되는 소요 경비를 숨기려 한다.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화당은 일찌감치 의회예산국(CBO) 비방전에 착수했다. 선제적 비방 공세로 법안 비용 추계 기관의 신뢰도에 먹칠을 가함으로써 유권자들이 이들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지 않도록 만들려는 일종의 정치 공세다.

트럼프의 2017년 감세에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가격표가 따라붙었다. 당시 초당파적 기구인 CBO와 조세합동위원회(JCT)는 공동 조사를 통해 2017 감세법안이 10년간 1조 9000억 달러의 연방재정 적자를 추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수치는 감세법이 가져올 부수적 경제성장 기대 효과까지 감안해 산출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화당은 감세의 경제적 효과가 여기에 수반되는 예산을 상쇄할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며 CBO와 JCT의 경고를 무시했다.

트럼프 감세법의 상당 부분은 내년에 종료된다. 공화당은 감세로 인해 발생한 실질적 적자 폭이 이전의 수치보다 높게 나올 것에 대비해 일찌감치 사전 공작에 착수했다. 감세가 적자를 키웠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트럼프 재집권 프로젝트에 포함된 감세 연장 시도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CBO와 JCT는 감세 연장이 가져올 적자 추산액을 이미 여러 차례 발표한 바 있다. 공화당은 새로운 추산이 나올 때마다 예상되는 재정 적자 폭, 다시 말해 감세 연장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연방책임예산위원회도 실제 감세 연장 비용이 2018년에 나온 첫 추산치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2034년까지 1조 2000억 달러의 추가 재정 적자가 발생하면서 총감세 연장 비용은 앞으로 10년간 4조 달러를 웃돈다.

계속 오르는 감세 가격표는 공화당에는 나쁜 소식이다. 내년에 백악관과 의회의 상하 양원 모두를 손에 넣을 경우 공화당은 추가 감세의 신속한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사당으로 전락한 공화당은 감세가 불러올 경제적 효과가 감세 비용을 상쇄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한때 그토록 우려했던 재정 적자 증가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거짓 주장을 재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화당은 트럼프의 재집권과 동시에 시작될 ‘세금 전투’를 어떻게 치를 계획인가? 앞서 말했듯 무자비한 선제적 비방 공세로 경기의 판정을 맡을 심판부터 무력화한다는 게 공화당의 전략이다.

최근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CBO를 무력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소속 의원 전원에게 설문지를 배포했다. 널리 알려졌듯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CBO는 예산이 소요되는 입법안을 채점하는 기구다. 설문지에는 ‘CBO를 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긱하느냐’ ‘CBO의 비협조에 관한 일화를 제공해달라’ 등의 주요 문항이 포함돼 있다. 설문지는 또한 CBO를 ‘불만족스럽다’거나 ‘가장 큰 내부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여기서 CBO의 문제로 제시된 첫 번째 예가 지각 편향(perceived bias)이다.

CBO가 공화당에 정치적 편견을 갖고 있다는 주장은 실소를 자아내기에 족하다. CBO의 현직 국장인 필립 스와겔은 공화당 의회 지도부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공화당원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CBO의 스태프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지닌 비정파적 공무원들로 구성되며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경제 리서치 결과와 정부 자료를 이용해 가능한 최상의 전망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상당수 외부 기구들이 법안의 비용과 경제적 파급효과에 관한 독자적 전망을 내놓지만 입법 단계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간주되는 전망치는 CBO로부터 나온다. 이런 이유로 공화당에 정치적으로 불편한 전망을 제시할 경우 CBO는 이들의 집중포화를 맞는다. 예를 들어 오바마케어 폐기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의료보험을 상실한다거나 이민 증가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전망을 내놓은 후 CBO는 공화당에 난타당하는 샌드백 신세가 됐다.

공화당의 CBO 흠집 내기 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세계적 명성을 지닌 독립적 통계 기구들의 권위를 마구잡이로 훼손했다. 그의 하수인들 역시 재능 있는 전문가들이 포진한 독립적인 통계 전문 기구들을 상대로 유사한 횡포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음모론에 바탕을 둔 ‘대체 사실’을 믿고 전파하는 정당에 객관적 사실을 중요시하는 중립적 재판관인 CBO만큼 무서운 존재는 없을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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