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등돌렸다…가덕도 신공항 건설 ‘빨간불’

김아사 기자 2024. 6. 1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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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부지건설 공사 유찰, 왜…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국비 13조4913억원이 투입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공사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지난 5일 마감된 ‘공항 부지 건설 공사’ 입찰에선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해 총사업비의 78%(10조5300억원)를 차지하는 대규모 공사가 입찰자가 없어 유찰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오는 24일까지 입찰 서류를 다시 받는다”며 입찰을 재공고했다. 그러나 조건 변경이 없어 또 다시 유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공사 진행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건설 업계에선 “공사 기간, 방식, 비용 등 가덕도 신공항 계획 전반에 심각한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말이 나왔다. 바다와 육지에 걸쳐 공항을 짓는 난도 높은 공사를 당초 계획(사전 타당성 검토) 대비 절반인 5년 만에 끝내려다 보니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 초기부터 제기돼 온 안전, 재해 등 변수를 검토해 공사를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역 사회에서 나온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검토 지시로 시작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나 폐기된 사업이었다. 그러나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 공약으로 재부상하며 특별법이 발의됐고 그해 2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토부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하고 지난해 12월 가덕도 신공항 건설 기본 계획을 고시했다.

그래픽=이철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공사 시작 전부터 외면받는 건 리스크(위험)는 큰데 정부의 요구 사항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엔 앞당겨진 개항 시기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초 가덕도 신공항은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지만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당겨졌다. 이에 따라 기본 설계(150일)와 실시 설계(150일)를 포함한 설계는 10개월 내에, 공사는 5년 내에 마쳐야 한다. 건설 업계 한 관계자는 “획기적 공법을 통해 공사 기간은 줄이라면서도 설계 기간부터 너무 짧다”며 “졸속 설계 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해 리스크 등 공사 지연 요소가 많은데 고려되지 않는다”며 “하자나 사고 등이 발생하면 건설사가 휘청일 정도의 위험을 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사업비가 가덕도 신공항의 20분의 1인 울릉공항의 공사 기간은 5년이고 인천공항도 1단계 건설에 9년이 걸렸다.

정부가 시공 능력 상위 10대 건설사 중 2개사까지만 공동 도급을 허용한 것도 건설사들이 입찰을 포기하는 이유가 됐다. 업계에선 공사가 한창인 시점에 기술 직원 수백 명이 투입돼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최소 대형 3개사 이상이 컨소시엄을 이뤄야 한다는 게 건설 업계 주장이다. 자재값, 인건비 등 늘어나는 공사비를 감당하고 각종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도 공동 도급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공사 방식 결정 때부터 공사 기간을 줄이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국토부가 2022년 진행한 사전 타당성 검토에선 공항 전체를 해상에 지을 예정이었지만,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자 해상 매립량을 줄여 육·해상에 걸쳐 짓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는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전 타당성 검토 때 배제된 방안이다. 육상과 해상 연약 지반의 지지력 차이가 크면 바다 쪽 활주로가 육지 쪽보다 많이 가라앉아 이착륙이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 운영 과정에서 나타날 경제성에도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어 있다. 2022년 사전 타당성 검토 조사 때 신공항 건설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41~0.58을 기록했다. 이 비율이 1 이상 나와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뜻인데 한참 못 미치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2016년 조사 때도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됐다. 그런데도 특별법이 통과되며 대규모 국책 사업을 벌일 때 통과해야 하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고 추진된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민간 공항이 15곳 운영되고 있는데 11곳이 적자다. 이런 상황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비롯해 10곳이 추가로 건설되고 있거나 건설 검토 중이다. 국토부 측은 “준공 목표 시점이 도전적인 건 맞지만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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