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법정 안세우는게 法 취지”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대해 “헌법 조문을 기계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했기 때문에 최대한 임기를 보장해야 하고,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지 않아야 한다’는 입법 취지를 고려해 당선 전 기소된 재판도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84조의 취지를 보면, 형사 소추는 결국 형사 재판을 개시하는 행위를 말하고 있다”며 “이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 형사 재판을 못 하게 하는 것이므로, 곧 진행 중인 재판도 멈춰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대표가 범죄자로 재판을 받으면서 어떻게 국가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느냐”며 “국내외적 신뢰 추락은 물론 국정 운영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재판도 중단된다고 해석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하지만 차 교수는 “헌법학자로서 현재 상황(헌법 84조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차 교수는 “이 조항은 재판을 받는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 나와서 당선되는 상황 자체를 전제하지 않고 만든 것 같다”며 “법치주의 관점에서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며, 법치주의의 위기”라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헌법 84조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형사 재판으로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형사 소추의 범위에 재판이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선 전 기소돼 재판을 받더라도 임기 중엔 그 재판을 ‘일시 정지’하고 국정 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다만 임기 중 ‘재판을 안 받는 것’뿐이지, 임기 후엔 다시 원칙대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84조는 과거 마그나카르타 등 입헌군주제 시절부터 있었던 조항으로, 군주와 군주 가족의 신병은 확보하지 못하도록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진 군주정의 유산”이라며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직무 수행에 방해를 받지 않게끔 하는 차원의 조항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현재 1심에서 30여 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이 났는데, 재판 확정 전 대선을 치르게 될 예정이어서 이런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재명 대표도, 국민들이 세세한 범죄 사실을 다 아는 상황에서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면 재판을 멈춰 직무 수행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대선 전에 확정 판결이 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헌법 84조
대통령의 임기 중 불소추(不訴追) 특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이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곤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신분과 권위를 유지하고 국가원수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소추(訴追)
형사 사건에서 검사가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에 대해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국회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고위 공무원에 대해 탄핵안을 결의해 헌법재판소에 파면을 구하는 것도 소추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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