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오를 때 더 올린다" 국토장관의 저격, '임대차 2법' 부작용 뭐길래

김평화 기자 2024. 6. 11. 05: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사기피해자법 개정안 재의요구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5.29. kmx1105@newsis.com /사진=김명원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지 4년째를 맞이한 가운데 이 법이 전세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임대차 2법이 전세시장의 수요와 공급 논리를 왜곡시켰으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정부 등에 따르면 '임대차 2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 법의 시행으로 전세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세입자의 요청에 따라 2년 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4년간 전세가격이 사실상 고정되면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왜곡됐고, 이로 인해 전세시장에서 혼란이 야기됐다는 지적이다.

집주인들은 '임대차 2법'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가격을 단기간에 대폭 올렸다. 4년치를 미리 올려받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세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집값이 상승할 때는 세입자에게 도움이 됐지만, 최근 집값 하락 국면에서는 오히려 세입자들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특히 2022년 말부터 전셋값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이 크게 줄었다. 집주인들은 4년치 전세금을 미리 올려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실제로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수도권 전셋값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부동산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서울에서 6억원으로는 '국민 평형(전용면적 84㎡)' 전셋집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올들어 4월까지 체결된 서울 전용면적 84㎡ 아파트 전세 계약 가운데 전셋값이 6억원 미만인 계약의 비중은 48.9%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강남구에선 이 비중이 6.9%까지 떨어졌다.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다가오지만 이를 활용하는 세입자는 10가구 중 2~3가구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임대차 2법의 4년 계약 만기가 도래하며 전세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전월세 거래(356만9139건)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임대차 재계약에서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비율이 26%에 그쳤다. 이 기간 서울 갱신권 행사는 29%에 불과했다.

'임대차 2법'의 핵심은 기존 2년이던 임대차 기간을 '2+2'로 늘려 4년 거주를 보장한 계약갱신청구권(갱신요구권)과 재계약 때 임대료 상승 폭을 직전의 5%로 제한하도록 한 전월세 상한제다.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인데도 갱신권 사용률이 저조한 것은, 유불리가 전월세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급등하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에서 갱신권 사용 비중이 각각 평균 68%, 59%에 달했다. 전국 기준으로도 각각 67%, 60%였다. 전세 매물이 귀하던 시절, 전세 매물을 보기 위해 '대기표'를 뽑는 현상까지 생겼다. 집주인이 '갑'이 됐고, 4년치 인상분을 미리 올려받는 계약조건에도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상황은 급변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전셋값이 약세로 돌아서자 갱신권 사용률은 확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역전세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서울 아파트 갱신권 사용 비중은 33%로 반토막났다. 오히려 4년 계약에 묶인 세입자들이 시세 대비 비싼 전세보증금을 빼지 못하고 거처를 옮기는 데 제약을 받는 상황이 생겼다.

최근 들어선 '임대차 2법'이 전셋값을 더욱 자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전세가격이 다시 급등하는 추세인데다, 또 앞으로 4년치 인상분을 미리 올리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다.

박상우 장관은 전날 임대차 2법에 대해 "정부·여당의 스탠스는 폐지"라고 거듭 밝히며 "야당 측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임대차 2법 때문에 전셋값이 오른다고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오를 때 더 많이 오르게 하는 부작용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임대차 2법에 따라 실질적으로 4년 계약을 해야 하므로 집주인 입장에서는 4년 치를 선반영하는 움직임이 확실히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실상 4년 단위 계약으로 시장 변동 폭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