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 쟁점 뭉갠 권익위, 의구심만 증폭시켰다

정준기 2024. 6. 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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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처벌 가능성 확인할 '직무 관련성' 
관리 근거 '대통령 기록물' 뚜렷한 결론 없이
'배우자 제재 조항 없다' 알려진 사실만 확인
정승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정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신고사건에 대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어 종결 처리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국민권익위원회가 10일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에게 사실상의 무혐의 결론을 내린 이유는 '선물을 받은 공직자 배우자를 제재할 조항이 없다'는 이유였다. 청탁금지법상 처벌 조항이 없으니, 명품백 수수가 법 위반 사안인지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사건 접수 후 6개월이나 조사를 진행한 후 내린 결론이었다.

권익위는 또한 김 여사 배우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핵심 쟁점인 '직무 관련성'과 '대통령 기록물' 여부 등에 "논의한 결과 사건을 종결했다"고만 밝혔다. 종결 사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물론 수사기관 이첩 등 별다른 조치도 없었다. 마침표를 찍으면서, 왜 그랬는지를 생략한 조사 결과 발표, '권익위가 사실상 아무 판단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쟁점 ① 직무 관련성

'직무 관련성'은 사건 접수 당시부터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꼽혔다. 청탁금지법상 배우자에게 간 선물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있을 경우 윤 대통령에게 신고 의무가 생긴다는 점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공직자인 윤 대통령이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서면으로 신고했는지 여부, 해당 금품을 반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법하게 처리했는지 여부"라고 비판했다. 김 여사의 제재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이 법이 정한 신고 의무를 다했는지를 따져보지 않은 채 사건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고발인인 서울의소리 측 주장이긴 하지만, 검찰은 현재 최재영 목사의 '제3자 인사 청탁' 등 의혹을 두고 진상 규명 중이다. 직무권한이 넓은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직무 관련' 선물의 범위 역시 권익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그간 관심사였다. 하지만 권익위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수사기관인 검찰에 공을 넘긴 셈이 됐다.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대가성 선물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권익위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쟁점 ② '대통령 기록물' 여부

대통령 기록물 여부에 대한 판단 역시 사후 관리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중요한 문제였다. 명품백 공여자인 최 목사의 경우 해당 선물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처벌받는지와 무관하게 해당 사안은 얼마든지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의혹이 제기된 후 '선물의 반환' 여부를 두고도 뒷말들이 제기됐다.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비공식적으로 내놓은 설명은 '대통령실이 백을 반환 대상 물품으로 분류해 보관하고 있다'는 것. 문제는 대통령실이 법령에 따라 공식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선물이 대통령기록물법상 '대통령 선물'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선물', 즉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해야 법에 근거해 백을 보관할 근거가 명확해지는 셈이다.

현행법상 대통령 선물은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해 국민으로부터 받은 선물로 국가적 보존가치가 있는 선물' 또는 '공직자윤리법 15조에 따른 선물'뿐이다. 공직자윤리법 15조는 '공무원이 외국 (국가)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에게 선물을 받으면 지체 없이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선물을 인도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당연히 공무원의 배우자에게도 규정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김 여사가 받은 백 선물에 해당되는 규정은 찾기 어려워 '그렇다면 대통령실은 어떤 근거로 백을 보관하고 있는지' '관리 대장 등이 존재하는지' 등 의혹이 잇따랐다. 하지만 권익위는 이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그 결과 대통령실이 별도 설명을 하지 않는 한, 의문만 계속 남게 됐다.


쟁점 ③ 공여자 법 위반

권익위는 최 목사에 대한 신고 역시 종결했는데, 그에 대해서도 명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지만 다른 사유로 종결한 것인지, 애초에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없는 것인지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권익위는 다만 근거로 '법 위반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 등이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돼 종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신고 내용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조사 등 중에 있거나 이미 끝난 경우로서 새로운 증거가 없는' 등의 경우 신고를 종결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었다. 어떤 사유였든, 권익위가 더 이상의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김 여사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것 말고는 어떤 것도 확인하지 않은 도돌이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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