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부산도시환경연구소장 2024. 6. 1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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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부산도시환경연구소장

1980년대부터 물의 양(수자원)은 국토교통부에서, 물의 질(수질)은 환경부에서 각각 관리했다. 30여 년 동안 물관리 일원화는 물 분야에서 최대 현안이었고, 국토부와 환경부는 총론에서 같은 의견이었지만 일원화 주체는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2018년 숙원과제였던 물관리는 마침내 환경부로 일원화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됐으며 정부조직법이 개정됐다.

환경부로의 물관리일원화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가져온 ‘묻지마’ 토목의 민낯을 경험했던 우리 사회의 소중한 경험이 만든 결과였다. 규제기관인 환경부에 개발사업을 담당하게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없지는 않았다. 현시점에서 볼 때 우려는 현실이 됐고, 부처 규모는 작지만 환경을 지키겠다는 결기만은 대단했던 환경부가 환경적이지도 않고 공학적 효과도 부족한 각종 개발사업을 보다 조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주었던 환경단체와의 소통 공간은 사라진 지 오래다.

2023년 미호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을 건설하기 위해 본 제방을 헐고 임시제방을 쌓았는데, 부실한 임시제방이 붕괴돼 많은 물이 오송 지하차도에 밀려들어 1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23년 7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하천을 준설하고 작은 댐을 여러 개 만들어 홍수를 예방’할 것을 지시하면서 ‘물관리를 못 할 거면 국토부로 넘겨라’며 환경부 장관을 질타했다고 한다. 이에 환경부 장관은 ‘시민단체의 반대로 문재인 정부가 하천 정비를 거의 하지 않아 금번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하면서 준설과 댐 건설에 환경부(장관)는 명운을 건 듯하다.

치수의 요체는 ‘하천에 더 많은 공간(room)을 주는 것’이다. 하천 폭 확장, 제방 쌓기, 저류지 설치, 준설 등 다양한 공법이 존재한다. 하천의 여건에 따라 공법이 결정될 수 있고 때로는 몇 가지 조합으로 설계할 수도 있다. 즉 하천마다 치수 대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치수의 제1번은 준설’이라는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환경부 공무원들은 머리를 감쌀 것이고 일부 전문가들은 억지춘향 논리를 보탤 것이다. 교과서에서 준설은 치수 대책으로 하책이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수심 6m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준설을 했는데, 홍수 때 모래가 다시 쌓여 많은 구간이 옛 모습으로 돌아왔다. 환경부는 창원천, 전주천 등에서 준설계획을 수립했고, 환경단체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저서생물이 사는 공간을 도려내고 치수에 한계가 있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환경부는 고개를 돌린다.

부산 김해평야를 가로지르는 국가하천인 평강천과 맥도강의 홍수 예방 계획에서 또 다른 오류를 발견한다. 평강천과 맥도강 유역은 하천이 범람해 홍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빗물이 하천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침수피해를 입는 지역이다. 평상시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호수화된 하천이다. 환경부는 치수 대책으로 평강천과 맥도강에 콘크리트 벽체(높이 1.5m 이상)와 제방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해당 주민들은 제방 높이는 최소화하고 강바닥에 쌓여있는 오염물질을 준설할 것을 요구했다. 강바닥에 쌓여 있는 오염물질로 인한 수질악화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하천에 따라 치수 대책이 다양한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하천에 준설이라는 단 하나의 공법을 적용하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준설을 염두에 두고 치수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듯하다. 준설은 홍수 예방효과와 같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생태계 파괴와 지속가능한 치수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부정적 면도 있다. 이런 상반된 영향을 환경영향평가라는 잣대로 준설 타당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는 준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하는 제도개선을 하고 있다면,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하천은 저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모습도 다르다. 하천은 자연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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